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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완성 끝장 볼 것” vs 백악관 “제재, 시간이 부족”

‘시간과의 싸움’ 벌이는 북·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5일 화성-12형 발사를 현지지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화성-12형 발사 장면. 이전과 달리 발사차량에서 직접 쏘며 기동성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5일 화성-12형 발사를 현지지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화성-12형 발사 장면. 이전과 달리 발사차량에서 직접 쏘며 기동성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 완료를 목표로 거침없이 폭주하고 있는 북한과 강력한 대북제재·압박을 통해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등 국제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北 “화성-12형 전력화 실현” 선언
관측 쉬운 평양 순안공항서 발사
드러내 놓고 최단 기간 개발 노려
트럼프 ‘군사 옵션’ 다시 꺼내들어
미·일, 한국 대북 지원 불편한 속내

 
북한은 지난 15일 일본 상공을 또다시 통과해 북태평양 쪽으로 3700여㎞를 날아간 미사일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며 실전배치 단계의 전력화가 이뤄졌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똑같은 화성-12형을 발사해 일본 상공을 넘어 2700여㎞를 보낸 지 17일 만이다.
 
“군사적 선택 잡소리 나오지 못하게 할 것”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5일 미사일 시험발사 현지지도에서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되고 운영 성원들의 실전 능력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며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무제한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국가 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며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인 만큼 전 국가적 모든 힘을 다해 끝장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수순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실거리 발사를 통해 미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공격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화성-14형을 고각(90도에 근접) 발사했는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정상 각도(30~45도) 발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중앙SUN DAY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 이른 시일 내에 핵·미사일 개발을 마무리 짓기 위해 스스로 ‘다그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인도와 파키스탄 등 과거 비공식 핵보유국들이 핵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보여준 행태와는 대조적이다. 이들 나라는 당시 국제사회의 제재 또는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해 상당 기간 핵 능력을 과시하지 않은 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다가 전격적으로 핵보유국 선언을 했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제재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차라리 드러내 놓고 최단 기간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료한 뒤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북한이 미 군사위성의 관측이 용이한 개활지인 평양 순안공항을 미사일 발사 장소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란 설명이다.
 
실제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뤄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천식(전 통일부 차관) 통일공감포럼 대표는 “북한의 ICBM 재진입(re-entry)과 목표를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유도 조종 기술은 성공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결코 쉽지 않다”며 “결국 북한은 화성-14형의 사거리를 계속 늘려 발사하는 방식으로 대미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백악관 “첨단무기가 적을 산산조각 낼 것”
이에 맞서 미국은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의 의지를 꺾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 국면에서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가 막 나타나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러면서도 “이런 접근이 어려운 점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길을 따라 깡통을 차고 갔는데 막다른 길에 봉착하면서 길이 없어진 것”이라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함께 회견에 나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핵무장 의지를 꺾는 수준으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또 “군사적 옵션의 부재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다. 군사적 옵션은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이 다시 한번 주변국과 전 세계에 완전한 경멸을 보여줬다”며 “미국의 첨단무기가 우리의 적들을 산산조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부족’을 보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14일 한국 정부가 유엔 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한 데 대해 불편한 속내를 동시에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지원의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만 답했다. 이에 대해 미·일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결정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을 약화시킨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대북 지원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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