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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서 대통령 “토끼 키워 잡아먹어라”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토끼를 길러 잡아먹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토끼를 길러 잡아먹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경제난으로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는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이 극심한 식량난에 맞서 가정마다 토끼를 길러 잡아먹을 것을 권고했다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14일(현지시간) 나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국영TV인 VTV방송에 출연해 “동물 단백질 섭취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동물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한 ‘토끼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이 권고한 ‘토끼 계획’은 번식력이 강한 토끼를 애완용이 아닌 식용 목적으로 길러 부족한 동물 단백질을 섭취하자는 캠페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과 (국내) 기득권층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국에서 식량과 생필품, 의약품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석유 이권과 사회주의 정권 몰락을 바라는 미국과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은 보수 기득권층이 벌이는 ‘경제전쟁’ 탓이라고 비난해왔다.
 
프레디 베르날 국가 식품 청장은 “국민이 토끼에 대한 사랑을 버려야지 이번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토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고깃덩어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토끼를 사랑스럽게 인식해온 문화적인 문제가 있지만, 경제전쟁의 관점에서 봤을 때 토끼를 기르면 두 달 만에 2.5㎏의 고깃덩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베네수엘라인은 토끼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침대에서 같이 자는 등 실내에서 함께 생활할 정도로 친숙한 가축이다. 유럽과 달리 남미에선 토끼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일은 드문 편이다.  
 
야권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이날 트위터에 “‘토끼 계획’은 나쁜 농담”이라면서 “국민의 배고픔을 (경제 구조 개선이 아닌) 토끼로 해결하려 하다니 대통령은 제정신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물가는 7배 넘게 뛰었고 식량과 생필품 부족이 심각하다. 국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고 동물원의 동물까지 훔쳐갈 정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7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서민이 1㎏의 고기를 사려면 전체 수입의 10%를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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