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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실패의 힘

실패의 힘
- 천양희(1942~ )
 
내가 살아질 때까지
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으므로
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
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아프다. 시인은 실패로 점철된 삶을 지나왔으면서도 또다시 실패의 힘으로 살아가라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다. 죽을 때까지 속을 내비치지 말고 애매하게 살아갈 것, 외로워도 우월하다는 자존감을 지킬 것, 아프더라도 지속적으로 걸어갈 것. 나는 차라리 이 시를 시인의 시론으로 고쳐 읽고 싶다. ‘나’를 ‘시’로 바꾸어 읽으면 되는 것이다. 매일 실패하면서도 실패의 힘으로 다시 쓰는 시, 죽었다가 다시 환하게 살아나는 시.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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