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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소시지 맛 몰랐던 주부가 부대찌개로 대박냈네

맛대맛 다시보기 ㉑ 대우식당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다시보기’ 21회는 부대찌개(2014년 10월 29일 게재)다.  
미나리를 비롯해한우, 제철버섯을 넣는 대우식당 부대찌개. 김경록 기자

미나리를 비롯해한우, 제철버섯을 넣는 대우식당 부대찌개. 김경록 기자

"1983년 서울에 올라와 처음 살던 동네가 화양리(현재 서울 광진구 화양동)였어요. 동네에 부대찌개집이 있어서 남편이랑 먹으러 갔어요. 솔직히 부대찌개란 걸 그때 처음 먹어봤어요. 소시지랑 햄도 그때 처음 봤는데 맛있기는커녕 너무 느끼해서 한국 음식 같지 않더라고요. "
서울 역삼동에서 30년 넘게 대우식당을 하고 있는 여연숙(64) 사장은 부대찌개를 처음 먹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솔직히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대찌개집을 차리기로 마음먹은 건 늘 손님으로 북적거렸기는 걸 봤기 때문이다. 남편 사업이 잘 안돼 살던 대구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 일자리를 찾던 중이었는데 장사 잘 되는 부대찌개집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던 거다. 
미나리의 마법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맛의 비법은 미나리. 값이 세 배 이상 오르는 겨울철에도 미나리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는다. 김경록 기자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맛의 비법은 미나리. 값이 세 배 이상 오르는 겨울철에도 미나리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는다. 김경록 기자

부대찌개집을 할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그 식당을 드나들며 맛을 봤다.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과 함께 숱한 재료를 넣고 빼며 부대찌개를 연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나리를 넣었더니 국물이 한결 깔끔하고 시원했다. 다음은 주요 재료에 눈을 돌렸다. 당시 다른 부대찌개집은 수입산 고기를 썼지만 여 사장은 한우를 썼다. 그는 "한국 재료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한우 다리살과 목살, 등심 등을 갈아 넣었다"고 말했다. 
부대찌개엔 한우 등심·앞다리·목살 등을 갈아 넣는다. 김경록 기자

부대찌개엔 한우 등심·앞다리·목살 등을 갈아 넣는다. 김경록 기자

대우와 무관한 대우식당 
식당을 연고도 없는 강남에 정한 건 택시 기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남편이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앞으로 강남이 발전 가능성이 크니 거기서 장사하면 잘되지 않겠느냐고 했대요. 남편이 몇마디 들어보더니 일리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그 길로 지하철 타고 가서 직접 서초동에서 역삼동까지 무작정 걸어봤대요. "
84년 당시엔 역삼동엔 주택 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한 건물 1층이 폐허처럼 버려진 채 비어있는 걸 발견했다. 망하고 나간 옷가게 자리였다. 장사에 대해 잘 모르던 부부는 장사하기 좋은 자리인지 따지지도 않고 세를 얻어 바로 장사를 시작했다. 가게 이름은 손님에게 그저 좋은 음식 대접하겠다는 뜻으로 대우식당으로 지었다.  
"우리집 이름 보고 대우그룹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 회사랑 아무 관계가 없어요. 오히려 남편이 제일모직 자재과에 다닌 적이 있어서 대우 출신이냐고 묻는 손님한테 삼성 출신이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죠."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잘됐다. 근처에 식당이라곤 밥집 딱 한 곳밖에 없어 새로운 식당이 생기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온 거다. 
물론 꾸준히 손님을 사로 잡은 건 역시 음식맛이었다. 여 사장은 3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한우를 갈아 사용하고 미나리를 넣어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이 맛을 내려고 미나리 값이 세 배 이상 오르는 겨울철에도 미나리 양을 줄이지 않는다. 
'대우식당' 이란 상호는 '손님을 잘 대우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다. 김경록 기자

'대우식당' 이란 상호는 '손님을 잘 대우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다. 김경록 기자

주인과 손님이 서로 대접하던 시절 
여 사장에게 식당은 인생의 절반을 보낸 뜻깊은 곳이다. 자녀 둘도 식당에서 크다시피 했다. 특히 85년에 태어난 둘째는 어릴 때부터 업고 일했다. 제때 젖을 먹여야 하니 카운터에서 계산하며 젖을 물리기도 했다.
"한 번은 손님이 귀엽다고 안고 있는데 오줌을 싼 거예요. 그래도 싫은 내색 하나 안 하고 웃어넘기던 손님들이 정말 고맙죠. 지금 같은 시대에 어디 상상이나 할 일인가요. 손님 대우 잘하겠다고 정한 이름인데 반대로 신세만 진 셈이죠. 그래서 전 손님들이 정말 친척 같고 가족 같아요." 
여름이면 가게 앞에 큰 대야에 물을 받아 아이들을 놀게 했다. 그러면 손님과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봐줬다. 다섯살이었던 큰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 병원에 연락하고 여사장에게 달려온 사람도 단골이었던 경찰이었다.
그런 손님들 덕분에 여사장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도 가게 일이 고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단다. 여 사장에게 대우식당은 맨주먹에서 시작해 자식들 다 키우게 해줬다는 생각에 항상 고마운 존재다. 게다가 웬만한 직장이라면 이미 정년 퇴직했을 나이에도 여전히 일할 수 있으니 든든하기까지 하다.  
유학파 아들이 가업 이어 
3년 전 '맛대맛 라이벌' 인터뷰 당시 여 사장은 "이렇게 의미있는 식당이니 아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실현가능성 반반인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당시 큰아들은 미국에서 경제학·통계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여 사장의 바람은 이뤄졌다. 2년 전 미국에서 귀국한 아들 이동광(36)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여사장은 "든든하다"고 했다. 
"다행히 3년 동안 힘든 일은 없었어요. 오히려 더 바빠졌죠. 국내 유명 맛집 방송뿐 아니라 일본 방송까지 소개된 덕분에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손님도 크게 늘었어요. 감사한 마음뿐이죠. 게다가 아들이 가게에 나오면서 위생이나 사소한 것까지 챙기고 신경쓰니까 음식이나 가게 분위기도 더 좋아졌어요. 앞으로도 정직하게 장사해 손님 잘 대우하는 식당으로 남고 싶습니다. " 
여연숙 사장은 부대찌개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는다. 김경록 기자

여연숙 사장은 부대찌개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는다. 김경록 기자

·대표 메뉴: 부대찌개 1만원, 등심·안심스테이크 3만8000원 ·개점: 1984년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5길 34(역삼동 641-18) ·전화번호: 02-552-1663 ·좌석수: 114석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30분(설·추석 명절 3일 휴무) ·주차: 인근 유료주차장(1시간 무료) 
[맛대맛 다시보기] 다른 1위집은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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