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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문중의 역사(족보)가 한자리에..한국족보박물관 가보니

 공자의 54대손인 공소(孔紹)는 고려 공민왕(1315년) 때 중국에서 고려로 넘어왔다. 공민왕은 공소를 경남 창원 백(귀족)으로 봉했다. 이후 공씨의 본관은 창원이 됐다. 정조 16년(1792년) 창원 공씨 문중에서 4명이 과거에 급제해 조정에서 일하게 됐다. 공씨에 관심을 가진 정조가 “시조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본관을 공자가 태어난 중국 취푸(曲阜)로 바꿔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창원 공씨는 본관을 ‘취푸 공씨’로 바꿨다. ‘창원 공씨’로 기록된 1725년의 공씨 문중의 족보는 대전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대전시 중구 침산동에 있는 한국족보박물관 잎구에서 관람객들이 심민호 학예연구사(오른쪽 노란 셔츠)의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중구 침산동에 있는 한국족보박물관 잎구에서 관람객들이 심민호 학예연구사(오른쪽 노란 셔츠)의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조선왕조실록이 국가에 대한 공적인 기록이라면 족보는 한 가문의 사적인 기록에 해당한다. 가족의 사적인 기록이지만 족보에 담긴 개별 가문의 역사와 인물을 집대성하면 곧 우리나라의 역사가 된다. 사적인 영역의 기술이지만 숨겨진 우리 역사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한국족보박물관이다. 한국족보박물관 운영위원인 성봉현 충남대 교수는 “족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록”이라며 “이 땅에 살다간 수많은 평범한 이름이 족보에 남아 특별해졌듯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특별한 삶임을 족보는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족보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전시된 족보를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족보박물관에서 관람객이 전시된 족보를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중구 침산동에 자리 잡은 한국족보박물관은 대전시 중구가 2010년 사업비 4억3000만원을 들여 지었다. 족보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박물관으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1733㎡)로 조성됐다. 전국 250여 개 문중에서 기증한 족보 4000여점이 전시됐다. 족보 이외 임금의 교지(敎旨·사령장) 200여 점, 1700년대 호패(號牌) 7점, 문집 200여 권 등이 있다.   
 
족보박물관은 연간 3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을 찾은 김중원(충남 서천군)씨는 "다양한 족보를 보면서 나와 가족, 나와 타인간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광개토대왕릉비 모형. 광개토대왕릉비에 새겨진 계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가계 전승 기록이다. 족보의 원조격이라 할 만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광개토대왕릉비 모형. 광개토대왕릉비에 새겨진 계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가계 전승 기록이다. 족보의 원조격이라 할 만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족보박물관은 총 5개의 전시실로 꾸며졌다. 족보의 구성 체계를 소개한 곳과 족보의 간행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 족보의 역사 전시실, 다양한 족보의 세계를 보여주는 공간, 효문화 소개 전시공간 등이 있다.
 
우선 족보의 구성은 집안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편찬 경위를 담은 ‘서·발’, ‘범례’, ‘도표’, ‘계보도’등으로 이뤄진다. 족보의 간행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실에는 족보 목판본, 족보편찬을 알리는 공고문 등을 전시했다. 대전은 족보 제작의 본거지로도 유명하다. 대전에 있는 족보 전문 출판사(회상사)는 최근 60여년 동안 전국 족보의 80%이상을 간행해 왔다.
 
한국족보박물관에서 심민호 학예연구사가 남원양씨대족보 목판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족보박물관에서 심민호 학예연구사가 남원양씨대족보 목판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족보의 역사를 보면 우리 역사에서 현존하는 최초의 가계기록은 광개토대왕릉비라 할 수 있다. 족보 역사 전시실에는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 있는 실제 광개토대왕비와 같은 크기(높이 6m)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는 동명왕에서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고구려 왕실의 계보가 자세히 실려 있다. 심민호 한국족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광개토대왕비는 우리 나라 최초의 족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족보박물관

한국족보박물관

종이책으로 만들어 전하는 가장 오래된 족보는 ‘안동 권씨 성화보(총 3권)’다. 조선 성종 7년(1476년)에 간행된 이 족보에는 아들은 물론 딸과 그 자녀(외손)들을 모두 싣고 있어 아버지 쪽 성씨 자손과 구별하지 않았다. 심민호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남녀 평등 사상이 주변국보다 훨씬 강했는데 18세기부터 남존여비 풍토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백범 김구 선생가문의 족보.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백범 김구 선생가문의 족보. 프리랜서 김성태

흥미로운 역사를 간직한 족보도 많다. 구한말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한 명인 이완용과 을사조약으로 국권을 상실하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한 조병세(1827~1905) 선생은 인척 관계다. 양주(楊州) 조씨(趙氏)인 조병세 선생의 조카사위가 이완용이다. 이들의 관계는 양주 조씨 족보에 잘 나와 있다. 양주 조씨 문중은 1743년, 1825년, 1956년, 1980년 네 차례에 걸쳐 족보를 만들었다.  
 양주 조씨 대종회는 한국족보박물관에 족보를 기증했다. 이완용의 장모인 은진(恩津) 송씨가 한글로 쓴 고대소설 『별숙향전』의 필사본도 함께 맡겼다. 대종회 측은 “귀중한 문중 자료를 온전히 보존하고, 많은 사람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증했다”고 말했다.  
 
한국족보박물관 심민호학예사(오른쪽)와 직원이 창녕 성씨 문중에서 기증한 세계(世系휴대용 족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족보박물관 심민호학예사(오른쪽)와 직원이 창녕 성씨 문중에서 기증한 세계(世系휴대용 족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족보의 형태도 다양하다. 손바닥보다 작은 휴대용 족보에서 키보다 더 큰 비석족보, 돌족보 등이 있다. 왕과 왕비의 일정한 범위 안에 든 친인척만을 수록한 ‘왕실족보’를 비롯, 동일한 핏줄의 시조에서 따로 떨어져 나간 해당 파계만을 수록한 ‘파보(派譜), 본관과 성을 같이하는 동족의 모든 인물을 수록하는 ‘대동보’ 등이 있다. 작성한 사람이 자기의 가계의 직계에 한정해 밝힌 ‘가승(家乘), 동족의 시조에서 갈라진 2개 파 이상을 편찬한 세보(世譜) 등도 있다.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윤봉길 의사 가계도와 파평윤씨 족보.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윤봉길 의사 가계도와 파평윤씨 족보. 프리랜서 김성태

안동 권씨(權氏) 문중은 1730년대 작성한 ‘세계(世系)’를 한국족보박물관에 기증했다. 가승의 일종인 세계는 일반 족보와 달리 직계 조상의 이름만 추려서 기록한 휴대용 족보다. 조선 후기 일반 족보에는 이름은 물론 ^묘의 소재지 ^저술 ^배우자 ^과환(관료 이력)이 적혀 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이 세계는 한글로 기록돼 있으며 병풍(60㎝)처럼 펼치도록 돼 있다. 여성을 배려해 한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 성씨 문중에서는 작성연도가 명확(1950년)한 세계를 내놓았다. 한국족보박물관은 내년 2월까지 김구,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25인의 족보 특별전을 연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한국족보박물관은 핵가족화로 외로운 개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우리 사회가 가족공동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다양한 기획 전시로 많은 사람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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