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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살인건수 1위 지역 일리노이주 한인 검사가 본 수사권 조정

한인 2세인 크리스티나 계(33) 미국 일리노이주 검사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찰청]

한인 2세인 크리스티나 계(33) 미국 일리노이주 검사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찰청]

북한의 6자 핵실험 등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수사권 조정’은 이번 정부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이 내용이 포함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이와 관련해 “수사권 조정을 빠른 시일 안에 해야한다. 검찰의 과감한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에선 검사·경찰 역할 철저히 분리
경찰=진실파악, 검사=기소·공소유지
"美도 일하다 보면 검·경 종종 싸우기도"

지금껏 논의된 수사권 조정안의 가장 큰 골간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경찰의 수사종결권 확보,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 삭제 등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이 시각은 전혀 다르다. 경찰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열거된) 항목들을 모두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강화되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 반박한다.
 
미국 검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티나 계(33·사진) 미국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검찰청 검사를 만나 물었다. 이주한 한인 2세인 그는 로스쿨 졸업 후 2009년부터 검사로 쭉 근무했다고 한다. 그가 근무하는 쿡카운티는 2016년에 762건의 살인사건과 3550건의 총기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총기로 사망한 사람 수만 4331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미국 검찰은 직접 수사권이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 검사는 수사 아니라 기소·공소유지에 집중"
실제로 직접 수사를 하지 않나
직접수사를 하지 않는다. 경찰에세 수사방향을 권고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수사에 있어서 기소할 때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여부는 검찰이 판단한다.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진행하는 거고 없으면 경찰에 보강수사를 요청한다. 그러나 요청이기 때문에 반드시 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다른 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검사가 수사 안하면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하고 있는 펠로니 리뷰(Felony Review)라는 제도를 얘기해주고 싶다. 지방검사보가 경찰 수사 사안에 있어서 증거 충분 여부 하나만을 판단하는 절차가 따로 있다. 사소한 건 경찰서에 전화해서 확인하지만 중요한 사건은 실제 경찰서에 가서 조서나 보고서를 전부 보고 영상도 확인한다. 피해자, 피의자, 증인까지도 인터뷰를 한다.
  
그건 사실상 직접수사 아닌가
수사단계가 아니라 기소단계에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경찰이 확인 요청을 해야 할 수 있는 절차다. 경찰이 사건 안된다고 판단해 종결하면 아예 개입을 안한다. 경찰이 검찰이 연락한다는 것 자체가 수사 마무리 국면이기 때문에 기소단계 인터뷰로 볼 수 있다.
 
한인 2세인 크리스티나 계(33) 미국 일리노이주 검사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찰청]

한인 2세인 크리스티나 계(33) 미국 일리노이주 검사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찰청]

“검사와 경찰은 일하는 목적이 다르다”
미국서도 경찰보다 검사의 일이 더 기술적인 측면도 있겠다
그런 측면도 있다. 검사는 절저히 법테두리 안에서 사용 가능 여부 위주로 증거를 바라본다. 경찰은 일단 다 찾는다. 한국과의 결정적 차이다. 미국에서 경찰은 피고에게 유리하던 불리하던 모든 자료를 다 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 검사는 재판에 넘길 때 그 중에서 필요한 거만 고른다. 근본적으로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 하고 검사는 이를 법정에서 증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검사가 수사하면 증거 취사선택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사는 목적의식이 강하다. 직접 기소를 해야되기 때문이다. 증거도 필요한 것만을 보게 된다. 미국에서는 그래서 검사가 아닌 수사관들에게 중립적 입장에서 범죄의 숨겨진 가능성을 보라고 주문한다. 무죄추정을 유죄로 돌리려면 그만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다. 형사 피고인이 경찰 확보한 자료를 유리한 방향으로 확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재판 진행 중에 불리해지지 않으려면 수사개입이 필요할 거 같기도 한데 
그래서 마지막 단계에 일부 예외가 있긴 하다. 예를 들어 피의자가 아직 잡히지 않은 경우에 요청이 있을 경우 증인 보호를 위해 검사가 직접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공소 유지를 위한 것이다. 경찰이 신청한 수색영장도 검찰에서 사유를 보고 법원에 내도록 한다. 충분한 증거 없이 발부받은 수색영장으로 확보한 증거는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가 직접 법원에 수색영장을 신청할 수는 없다. 검사가 직접 증거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검·경 일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

경찰이 중립적으로 실체 파악에 집중하는 게 가능한가. 너무 이상적인 얘기다.
이상적이라고 지적한 건 동의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목표로 하는 게 이런 골자라는 게 중요하다. 유리창이 깨진 걸 봤을 때 경찰은 '왜 저게 박살났지'라고 생각하고 검사는 '누가 저걸 박살냈지'라고 생각한다. 경찰이 알아보다 사람으로 귀결되면 수사를 할 수도 있는 거다. 한국 경찰은 목적이 기소다. 같은 목적을 가진 검사가 수사를 주도하는 구조다. 미국 경찰은 순전히 실체적 진실의 파악에 집중하도록 한다. 검찰이 그래서 기소 전 단계에 개입하기가 더 어렵다. 일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도 깨진 유리창 보면 검사처럼 '누가 깼는지' 생각할 거 같은데?
그게 사람이 본능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이상적 상황을 달성하려면 그걸 제약해야 한다. 법원에서 판사가 다른 가능성에 대해 물을 수 있다. 한국 경찰은 검찰과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열린 생각을 할 여지가 더 적다. 제도가 바뀐다면 한국 경찰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찰이랑 검사가 의견이 다르면 대놓고 싸우기도 하나.  
나도 소리를 지르면서 싸워본 적이 있다. 한 두 번 정도는 서로 욕을 한적도 있다. 경찰이 열심히 일했는데 기소장에 불만 가져서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사실 둘은 싸울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경찰은 수사를 위해 피해자와 더 심적으로 연계하기 때문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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