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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독일에게 유스를 배우다①] '젊은 피' 부족 한국 축구가 가야 할 길

폴란드에서 열린 2017 U-21 유로피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독일 대표팀

폴란드에서 열린 2017 U-21 유로피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독일 대표팀


한국 축구는 정체기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내내 고전하던 대표팀은 이동국과 염기훈, 이근호 등 30대 베테랑을 불러들이는 특단의 조치 끝에 간신히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젊은 피' 발굴 실패를 대표팀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반면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은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하고도 여전히 러시아월드컵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월드컵 우승 멤버 23명 중 16명이 대표팀을 떠났지만 곧바로 세계 정상급 신예들로 채워진 덕분이다. 일간스포츠는 현지에서 꾸준히 특급 유망주를 배출하는 '독일 축구 유스시스템의 비밀'을 기획 연재한다.

최근 찾은 독일 레버쿠젠 오토-바이어가 2번지의 독일 프로축구 바이어 레버쿠젠 유스센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천연잔디구장 2개면과 풋살구장 3개면은 축구 삼매경에 빠진 50여 명의 유소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령대별로 4개 그룹으로 모인 이들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연신 닦아내면서도 코치의 지시에 따라 진지한 표정으로 패스와 슈팅 훈련에 임했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는데 아이들이 축구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자 레버쿠젠 13세 이하(U-13) 팀 안제 분콜 감독은 "비를 맞는다고 다치는 것도 아닌데 최고의 시설을 활용 안 할 이유가 없다. 독일에서는 비오는 날 아이들이 공을 차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고를 자랑하는 유스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2017 U-21 유로피언 챔피언십 당시 훈련중인 독일 U-21 대표팀

2017 U-21 유로피언 챔피언십 당시 훈련중인 독일 U-21 대표팀


지금 세계 축구는 독일 축구의 유스시스템을 주목한다. 독일은 지난 7월 '미리 보는 월드컵'으로 통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과 차세대 스타들의 경연장인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U-21) 챔피언십에서 모두 우승했다. 컨페드컵에 출전한 독일 대표팀 21명의 평균 나이는 23.9세로 사실상 신예들로 구성된 2군이었다. 이들은 2014년 월드컵 우승 주역인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와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 등의 공백을 느낄 수 없는 경기력을 펼쳤다.

UEFA U-21 챔피언십 우승컵도 차지한 독일 U-21 대표팀도 컨페드컵에 주전급 선수를 5~6명 내준 1.5군에 가까웠지만 당당히 정상에 섰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축구 강국에서도 50~6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일명 '황금세대'가 독일에서는 5~6년마다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독일 축구가 유소년 축구에 눈을 돌린 것은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0) 직후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유로 1996을 제패한 독일은 이 대회에서 기존 30대 중반의 노장들을 그대로 출전시켰다가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의 프랑크 루셈 기자는 "유로 2000 당시 주장 로타르 마테우스의 나이가 39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독일은 세계 최강이라는 자부심에 취해 신예 양성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독일축구협회(DFB)와 독일프로축구연맹(DFL)은 유소년 축구의 경쟁력이 곧 독일 축구의 미래라는 모토 아래 유소년 축구 강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분데스리가 전 구단의 유겐트라이스퉁스첸트룸(Jugendleistungszentrum·유스아카데미) 운영은 당시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었다. 안드레아스 나겔 DFL 유소년 총괄이사는 "분데스리가 1부와 2부 소속 36개 구단은 의무적으로 유스아카데미를 보유해야 한다. 그건 3부에서 승격되는 팀들에게 해당된다"고 했다.
 

36개의 유스 아카데미는 DFB와 DFL로부터 매년 자격 심사를 받고 3년마다 평점을 받는다. 매년 3월 이뤄지는 자격 심사에서는 훈련장(최소 3개면 이상 보유), 연령대별 선수와 팀 현황, 코칭스태프(UEFA 라이센스), 의료·재활, 강습 프로그램, 기숙사, 중고등 교육, 심리상담 등 9개 부문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때 자격이 미달되면 구단은 경고 조치되고 DFB와 DFL의 감독 하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분콜 레버쿠젠 U-13 팀 감독은 "모두가 다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향후 진로를 위해서라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구단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제 분콜(58) 레버쿠젠 13세 이하(U-13) 팀 감독

안제 분콜(58) 레버쿠젠 13세 이하(U-13) 팀 감독


루셈 기자는 "작년 레버쿠젠 U-18 팀은 러시아 원정 경기를 치른 적이 있는데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선수단 중 절반이 시합 시작 전 현지 호텔에서 2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유스아카데미가 선수들의 교육을 얼마나 엄격하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3년마다 매기는 평점은 더욱 엄격하다. 이 경우에는 협회와 연맹이 지정한 약 800개의 세부 사항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구단은 협회나 연맹으로부터 재정 지원 받지 않기 때문에 지출이 많은 구단의 경우는 유스아카데미 운영을 위해 연간 500만 유로(약 67억원) 이상은 쓸 것"이라고 추측했다. 나겔 이사는 "지금까지 독일 축구가 유스 시스템을 위해 투자한 돈을 환산하면 약 1억 유로(약 134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축구의 적극적 투자 효과는 200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유망한 분데스리가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개편한 독일은 2014년 월드컵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때 주축으로 뛴 필립 람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루카스 포돌스키는 독일 유스 시스템의 첫 히트상품이다.
 
2014 월드컵 우승을 기뻐하는 슈바인슈타이거(왼쪽)과 포돌스키 (오른쪽)

2014 월드컵 우승을 기뻐하는 슈바인슈타이거(왼쪽)과 포돌스키 (오른쪽)


유피 리 독일축구협회 유소년 총괄부장은 "유스시스템이 내놓은 첫 결과물이 브라질월드컵이다. 2014년 월드컵 선수단 23명 중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제외한 22명은 모두 유스 프로젝트 출신"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독일의 젊은 선수 풀은 차고 넘치기에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더 많은 우승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유소년들의 등장은 대표팀뿐 아니라 자국 리그도 살찌운다. 나겔 이사는 "양질의 독일 선수들이 분데스리가로 유입되면서 몸값이 비싸면서 어중간한 실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낮아졌다. 또 좋은 선수들은 관중 동원과 성적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결국 중계권료와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기자가 '결국 이 모든 시스템은 돈이 많아야 구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유피 리 부장은 "많든 적든 언젠가는 투자를 해야 할 분야가 유소년이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조금 무리를 해도 지금 시작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양준선 과장은 "독일 유소년 시스템은 한국 축구도 본받고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조만간 한국 유소년도 몇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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