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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블랙코드] 선거 졌다고 나가라는 게 혁신인가

최민우 정치부 차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오전 “박근혜·서청원·최경환 나가 달라”는 징계안을 발표한 직후 홍준표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만날 수 없다 해도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사전에 만난 적이 있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홍 대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만났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선 “탈당에 대해 이미 두 의원과 교감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 모두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이랬을 거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두 분이 일단 희생 좀 해주셔. 그럼 다른 친박은 안 건드릴 테니.’
 
혁신위는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의 명분으로 “지난해 4월 총선의 공천 실패로부터 지난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꼽았다. 국정운영 실패를 거론하긴 했지만 콕 집은 건 비근한 두 차례 선거였다. 기간도 1년으로만 한정했다. 그때만 문제 삼겠다는 얘기? 그렇다면 국정 농단은? 이런 식이라면 바른정당을 ‘배신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나. 무엇보다 선거에서 졌다고 당에서 쫓아낸다면 과연 버텨낼 정치인이 몇 명?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홍 대표는 14일 연세대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부러운 게 이념을 중심으로, 정책을 중심으로 한다는 거다. 근데 우리 보수정당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다. 친이계에, 친박계에 무슨 이념이 있나. 국회의원 한번 하려고 박근혜 치맛자락 붙들었던 게지. 그들은 이념집단이 아니고 이익집단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친이·친박뿐일까.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눈살 찌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꼭 보수 성향이 아니라 해도 그렇다. 북핵 미사일에 불안하고, 인사 독주에 혀를 차고, 탈원전과 복지 퍼주기에 갸웃한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볼까 하다가도 질겁한다. 더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강성귀족노조만 탓하고, 패권주의만 욕한다. 구체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어떤 가치를 위해 달릴지 말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없는 것 같다. 좌파는 목숨까지 던지며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혁신위는 13일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최우선 책무로 “체제수호에 앞장서자”고 촉구했다. 이 땅의 보수, 참 구리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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