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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무시하는 게 좋다

스테판 해거드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내가 한국 동료들에게 전달한 의견은 간단했다. ‘미국 대통령을 무시하라’는 것이었다. 미국 사람인 내가 다른 나라 사람에게 미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게 편하지는 않지만 내 조언은 적절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갈지자 행보를 무시하고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하건
미국내 한·미동맹 지지는 확고
그의 말에 일일이 대응하느니
침착성 잃지 않는 게 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트럼프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화정책(appeasement)’을 펴고 있다는 트윗을 날렸다. 한국의 야당은 트럼프의 트윗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미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공화·민주당 사람들은 트럼프의 주장을 비난했다. 다른 민주적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시 가능한 모든 선택을 고려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닫혀버린 남북 채널의 복원도 고려했다. 문재인 정부는 관계 복원이 북한에 달렸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했다.
 
북한 정권은 한국 정부의 제안을 멸시와 무시로 답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에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외교관·정치가 아바 에반(1915~2002)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한 말을 패러디한다면 “북한은 기회 상실의 기회를 결코 놓친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낙심했다. 문 대통령의 정책은 궤도 수정을 꾀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연설에서 핵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원하지 않는 상승작용(escalation)을 막기 위한 남북 군사회담 개최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북한의 정책 변화를 제안했다. 이러한 걸 ‘유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북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말 또한 무시해도 된다. 그는 또 다른 트윗에서 “대화할 시간은 지났다”고 말했다.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미 국방장관이 트럼프의 생각에 어긋나는 말을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합의, 미 국무·국방장관의 대북정책과 충돌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의 발언에 일일이 동의해줄 필요가 있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 또한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KORUS 폐기를 고려한다는 말은 아마도 백악관 내부의 보호주의적인 관료가 흘렸을 것이다. 48시간도 되지 않아 무역 문제를 담당하는 상·하원 의원들이 트럼프의 구상에 배치되는 발언을 내놨다.
 
KORUS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은 심각하게 잘못됐다. 그는 KORUS에 대한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거짓말은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확대 원인이 KORUS라는 주장이다. 사실은 그 정반대다.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의 둔화 때문에 한국의 수입이 줄었다. 한국의 모든 교역 파트너들이 한국에 대한 수출이 줄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감소폭이 현저하게 작았다. 이유 중 하나는 KORUS의 존재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는 정책결정자들이 협상에 임하는 미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적어도 윤곽은 잡고 있다. 미국은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 외에는 현재 KORUS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KORUS가 달성한 것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나오기 전에는 문재인 정부가 미리부터 뭔가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전술핵 한국 재배치 문제에도 트럼프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트윗 때문에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동맹국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한·미 동맹의 가치를 지지하는 미국 내 합의는 견고하다. 트럼프는 아웃라이어(outlier)에 불과하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우리 목표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게다가 군사적인 가치도 적다. 미국은 이미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장거리 핵 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정치적 재능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트럼프의 정책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마치 유령을 추격하는 것과 같다. 트럼프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슬픈 일이다. 문재인 정부와 한국민·유권자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트럼프의 말을 무시하고 침착성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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