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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모래시계 판사’의 실루엣

김승현 사회2부 부데스크

김승현 사회2부 부데스크

드라마 ‘모래시계’의 감동이 묵직했던 건 태수(배우 최민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절친’ 우석(박상원)이었다. 1970~80년대를 온몸으로 겪고 비운(悲運)에 종착한 둘의 카리스마는 의연했다. 혜린(고현정)은 우석과 함께 연인의 유골을 지리산에 뿌리며 담담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꼭 보내야 했어?”
 
“아직이라고 말했잖아…. 아직은 몰라….”
 
이어지는 우석의 독백은 개인의 비운을 감당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시록이었다.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드라마의 엔딩은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직업, 그 소명(召命·calling)을 지닌 이들에 대한 사회의 간절한 바람이다.
 
최근 법조계의 두 장면이 22년 전 드라마를 기억하게 했다. 먼저 지난 8일 검찰이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했을 때. 서울중앙지검은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사명을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법원을 비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라며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의심된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 앞에서 검사와 판사의 자존심을 몽땅 건 듯한 양쪽에 문득 묻고 싶었다. 친구에게 사형을 내리고도 담담할 수 있을 만큼 공평무사한 소명에 따르고 있는지.
 
다른 한 장면은 부장판사 이형주(47)다. 그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를 선고한 병역거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5월의 판결문에는 “담당 판사는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총 16건을 유죄로 선고했다. 이후 4년 동안 판단을 달리하게 됐다”고 적었다.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년에 반핵운동가로 변신한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등을 읽으면서 휴머니즘과 세계시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또 세월호 사건 때 기소된 많은 사람을 보면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도로 ‘지켜질 수 있는 법을 만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전에는 실정법을 신봉했다면 지금은 ‘법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한다.”
 
최종 심판자의 자리에서 그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할 방법을 고민했다. 법적 안정성의 보루인 판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러나 판결 ‘그다음’을 천착한 그에게서 ‘모래시계 판사’의 실루엣을 봤다.
 
김승현 사회2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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