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최상연의 시시각각] 문 대통령이 배워야 할 노무현의 용기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이란 야당 주장은 절반만 맞는 얘기다. 인사라면 확실히 그런 쪽이다. 오불관언 내 사람만 꽂아 넣는 코드 인사로 ‘적폐 지역’에선 홀대와 말살, 초토화가 인사 3대 원칙이란 말을 만들었다.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지시하는 행태도 과거를 닮았다. 1조원 넘게 들어간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느닷없이 중단된 것도, 유례없는 가뭄에 보의 수문을 열어젖힌 것도, 산타클로스처럼 쏟아낸 선물을 위해 사상 최대 복지 예산안을 만든 것도 모두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대통령만 바뀌었다.
 

지지층 반대 속 한·미 FTA 강행
독일병 고친 슈뢰더와 같은 길

하지만 따지고 보면 거기까지가 대통령 권한이다. 황제처럼 진짜로 나라를 바꾸려면 법을 만들고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 100대 국정과제라고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결재권자는 대통령이 아닌 야당이란 사실이다. 헌재 소장조차 임명 못한 집권당 아닌가. 거기에다 야당은 강남과 대구로 돌며 주먹을 쳐들었다. 선거철이니 지지층을 자극하는 거다. 국회 밖엔 대선 결과에 승복 못하는 ‘적폐 유권자’들이 있고, 이들의 지지에 기대는 국회의원이 다수인 국회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제왕적이라고 불리던 MB도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의 총리 후보는 줄줄이 낙마당했다. 어쩌면 한국 정치를 넘어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루먼 대통령의 심정이 비슷했다고 한다.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아무리 명령해 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대통령은 군사령관과는 달라.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자리가 심한 좌절감을 가져다 준다는 걸 알게 되겠지.’ 트루먼의 예상대로였다고 미국 정치학자 리처드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에서 분석했다.
 
대통령의 말발이 척척 먹히고 나라가 확학 바뀌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타트는 미국 역대 대통령과 주요 정책을 꼼꼼히 따져본 뒤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력’이라고 결론냈다. 설득이란 진정성에서 나오고 진정성은 자기 희생에서 만들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모델로 삼는 북유럽 복지국가가 바로 그런 길을 걸었다. 반세기에 걸쳐 이뤄진 스웨덴 복지는 1932년 집권한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노동자 설득에서 시작됐다. 임금 인상 자제와 고용 유연성 확보란 자기 진영의 양보를 바탕으로 기업가의 양보를 얻어냈다.
 
사민당 당수였던 좌파 정치인 슈뢰더 총리가 ‘독일병’을 고친 방식도 다르지 않다. 50년간 손보지 않은 복지에 메스를 가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난을 받아가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행한 마음이 같았을 게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지만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냈다. 그가 보수 대통령이었다면 ‘나라 팔아먹는다’는 왼쪽 저항에 부닥쳐 좌초했을 게 틀림없다. 슈뢰더는 서울에서 ‘정치 지도자라면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국익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보 노무현’이 그랬다.
 
속 시원한 모습이라곤 없을 게 확실해 보이는 ‘정쟁 국회’가 가까스로 열렸다. 여당의 10대 과제란 게 최저임금 지원, 공공부문 일자리, 공정 과세 같은 산타클로스 정책을 뒷받침하는 거다. 일자리를 만들고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필요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노동 개혁 없이 고용률을 높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인 나라는 없다. 스웨덴과 독일의 좌파 정권이 그걸 앞세워 나라를 살렸다. 그런 정치를 수입해야 북유럽 복지를 만들 수 있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진정한 이념 정부라면 못할 까닭도 없다. 
 
최상연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