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오끼 ③ 홍성
자연산 대하는 남당항 특산물
토굴서 숙성시킨 새우젓 유명
젓갈 아홉 가지 내는 백반도 별미
12:00 서울서 먹기 힘든 자연산 대하
![은박지 입힌 프라이팬에 소금을 깔고 구워 먹는 대하 소금구이.[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7cc66f30-1ef5-43db-a2ab-11ee1a373ebc.jpg)
은박지 입힌 프라이팬에 소금을 깔고 구워 먹는 대하 소금구이.[박종근 기자]
서울의 수산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도 대하를 파는데 굳이 홍성까지 가야 하나? 김용태(57) 남당항 대하축제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산 대하는 남당항에서 팔기에도 물량이 빠듯해유. 서울서 파는 건 대부분 양식이쥬. 글구 여기에 어디 대하만 있나유? 꽃게·전어까지 가을 별미를 죄다 먹을 수 있지유.”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한 어부가 갓 잡은 대하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맘때 자연산 대하는몸 길이가 20㎝ 정도고, 수염은 몸 길이의서너 배에 달한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2c72b05f-6c80-4d0c-9a27-4784b561abe7.jpg)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한 어부가 갓 잡은 대하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맘때 자연산 대하는몸 길이가 20㎝ 정도고, 수염은 몸 길이의서너 배에 달한다.[박종근 기자]
남당항 식당 어촌마을(041-634-5248)에 자리를 잡았다. 소금구이용으로 자연산 대하와 흰다리새우를 1㎏씩 주문했다. 자연산이 조금 더 살이 연한 것 같았다. 그러나 눈 가리고 맛을 맞히라 한다면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소한 맛이 잔뜩 오른 전어는 구이로 먹고, 살이 가득 찬 꽃게는 찜으로 먹었다. 입안에 가을이 찾아들었다.
17:00 육질 부드러운 거세우
![충남 홍성 서부농협에서 판매하는 ‘홍성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기로 소문났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cb28646c-df28-4b99-b82d-3482a922d2e4.jpg)
충남 홍성 서부농협에서 판매하는 ‘홍성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기로 소문났다.[박종근 기자]
홍성 한우는 강원도 횡성이나 전남 함평 한우에 비해 인지도가 약하다. 그러나 1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시장이나 옛 지명만 봐도 홍성 한우의 깊은 내력을 알 수 있다. 백제 때 우견현(牛見縣), 통일신라 때는 목우현(目牛縣)으로 불렸다. 지금도 여전하다. 2015년 기준으로 한우 6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이는 전국 지자체 중 다섯 번째 규모이자 군 단위로 최대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한우 맛집이 있다. 남당항과 같은 서부면에 있는 서부농협 축산물판매장(041-633-8553)이다. 마트 2층에 식당이 있다. 홍성군이 인증한 ‘홍성한우’를 파는 업소가 홍성에도 6개 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다.
식당은 직접 고기를 사다가 구워 먹는 ‘홍보관’과 1+등급 이상 고급 한우를 내주고 상을 차려주는 ‘한우 전문식당’으로 나뉜다. 한우 전문식당에서 스페셜(150g 3만6000원)을 주문했다. 등심과 갈빗살·안창살 등이 나왔다. 표경덕 서부농협 조합장은 “홍성한우는 거세우만 쓴다”며 “암소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품질이 일정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성읍에 홍성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한우 전문점도 있다. 암소 특수부위를 전문으로 파는 내당한우(041-632-0156)다. 스페셜(150g 3만5000원)을 시키면 안창살이나 토싯살을 내주고, 특수부위(3만3000원)를 시키면 치맛살·부챗살·제빗살 중 그날 들어온 걸 내준다. 서용희 사장은 “특수부위는 소 한 마리를 잡아도 10인분이 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귀하다”며 “불판에 올리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신선하다”고 자랑했다. 2015년 서울 논현동에 분점도 냈다.
다음 날 8:00 토굴 구경하고 젓갈 백반 먹고
![홍성군 광천읍에는 토굴이 40여 개 있다. 13~15도, 습도 70~80%가 유지되는 굴속에서 숙상한 새우젓은 맛이 깊고 고소하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8593db9f-934d-4d3a-8917-c9d5d37f92f7.jpg)
홍성군 광천읍에는 토굴이 40여 개 있다. 13~15도, 습도 70~80%가 유지되는 굴속에서 숙상한 새우젓은 맛이 깊고 고소하다.[박종근 기자]
토굴새우젓이란 광천 옹암리 독배마을에 있는 이름도 없는 산속 굴에서 숙성한 새우젓을 일컫는다. 고(故) 윤만길씨가 한국전쟁 이후 폐광 굴 안에 새우젓 담긴 독을 방치하다시피 넣어뒀는데 한참 뒤 맛을 보니 훨씬 맛있어졌다고 한다. 이후 독배마을에는 토굴이 40여 개로 늘었다. 굴 안은 연중 섭씨 13~15도, 습도는 70%로 유지된다. 토굴을 소유한 신경진 서해수산식품 대표는 “토굴에서 두세 달 숙성한 새우젓은 저온창고에 넣어둔 것보다 맛이 깊고 고소하다”고 설명했다.
![석이네식당휴게소에서 먹은 젓갈백반. 젓갈만 아홉 가지를 내주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e29c9a1f-649a-43c7-85ce-59e857782a33.jpg)
석이네식당휴게소에서 먹은 젓갈백반. 젓갈만 아홉 가지를 내주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박종근 기자]
광천에서는 젓갈 백반을 먹어봐야 한다. 원조 격은 석이네식당휴게소(041-641-4127)다. 21번 국도변에 있는데, 김 공장과 젓갈 판매점을 겸하고 있다. 젓갈백반(1인 1만원, 2인분 이상 주문)을 주문하면 아홉 가지 젓갈과 돼지불백·된장찌개·계란찜을 함께 내준다.
10:00 모카 맛 좋은 가내수공업 프로덕션
![홍성읍에 있는 카페 가내수공업프로덕션.직접 볶은 원두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데 소읍에서는 보기 드문 커피전문점이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f7442793-ec8d-4242-ae90-ed9b8193bfa6.jpg)
홍성읍에 있는 카페 가내수공업프로덕션.직접 볶은 원두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데 소읍에서는 보기 드문 커피전문점이다.[박종근 기자]
원고지에 손으로 적은 메뉴를 보고 대표 메뉴인 크림모카(5000원)와 에스프레소(3500원)를 주문했다. 10분 뒤에 커피 두 잔을 내줬다. 크림모카·핫초코·로얄밀크티 등은 생크림을 직접 끓여 만드는 터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천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안주형 사장이 고향 홍성으로 돌아와 가내수공업 프로덕션을 연 건 정확히 1년 전. 안 사장은 “특별히 내세울 맛은 아니다”며 부끄러워했지만 한잔 한잔 정성 들여 만든 커피는 예사롭지 않았다.
12:00 하루 6시간만 파는 소머리국밥
![홍성시장 안에 있는 홍흥집. 아침마다도축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고기로소머리국밥과 돼지내장탕을 끓여서 판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2017b12e-fe3d-408d-871f-a46cac3295ad.jpg)
홍성시장 안에 있는 홍흥집. 아침마다도축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고기로소머리국밥과 돼지내장탕을 끓여서 판다.[박종근 기자]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운 건 상경 전 마지막으로 꼭 들를 집이 있어서였다. 홍성 전통시장 안 홍흥집(041-633-0024)을 가려고 벼르고 별렀는데 이날은 오전 11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고 했다. 시장은 한산했다. 시장 한쪽으로 줄지어 선 국밥집 중에서도 홍흥집이 유난히 북적였다.
![홍흥집의 소머리수육과돼지내장. 잡내가 전혀 없고 입에서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다.[박종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5/d3c7f83b-d757-4ba5-a502-50dfeb19ae58.jpg)
홍흥집의 소머리수육과돼지내장. 잡내가 전혀 없고 입에서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다.[박종근 기자]
홍흥집 메뉴는 단출하다. 소머리국밥(6000원)과 돼지내장탕(6000원), 소머리수육(1만원)과 돼지내장(1만원). 전혀 맛이 다른 소머리국밥과 돼지내장탕 국물을 한 숟갈 뜬 뒤 반응은 똑같다. “국물은 맑은데 맛이 깊다. 고기가 부드럽다.” 맛의 비결을 물었다. 윤씨는 “아침에 떼 온 고기를 절대 얼리지 않고 쓰는 것밖에 없어요. 육수도 얼려서 쓰는 법이 없고요”라고 말했다. 홍흥집은 11시 즈음부터 손님을 받고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해서 어쩔 수 없단다. 홍흥집은 쉬는 날이 부정기적이라 가기 전에 미리 전화로 확인해 보는 게 안전하다.

홍성=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