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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핵균형 위해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

한반도에 어두운 핵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성공해 가공할 만한 수소탄을 조만간 만들 전망이다. 이 핵실험에서 수소탄의 기폭장치였던 내폭형 플루토늄탄도 동시에 성공한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플루토늄탄도 곧바로 제작해 핵무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임박한 북한의 핵무장에 따라 국내에선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과 핵무장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전술핵에 대해 알아본다.
  
1991년 한반도에서 완전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다시 반입하자는 주장은 다분히 북한의 핵위협 때문이다. 북한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10발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해 본격적인 핵무장에 들어가면 한반도에서 핵균형이 무너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 또는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고 수없이 얘기하는데도 핵균형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은 매년 가을에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회담(SCM) 결과로 발표하는 성명의 첫 번째 문장에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 또는 확장억제력 제공을 재확인한다”는 방식으로 핵우산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북한 핵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확장억제력의 신뢰성 때문이다. 확장억제력은 기존의 핵우산에 전술핵무기와 재래식 정밀타격무기, 지휘통제체계 등을 통합한 개념이다. 확장억제력의 구성요소 가운데 핵우산은 전략핵무기를 말한다. 전술핵이 국지적인 군사적 목표를 제거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주는 용도라면 전략핵은 적국의 사회기반시설까지 파괴하는 게 목적이다. 아예 전쟁을 하지 못하게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핵의 폭발력은 적어도 200㏏(1㏏=TNT 1000t의 폭발력) 이상이며, 전술핵은 0.1∼170㏏ 수준이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의 폭발력이 16㏏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전술핵도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 리틀보이 단 한 발로 히로시마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6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도시 하나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전략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한 수소탄의 위력은 적어도 50㏏ 이상이며 미국의 정보기관은 140㏏으로 보고 있다. 이 핵탄의 폭발력을 100㏏으로 가정하고 800m 상공에서 터졌을 때 반경 1.4㎞ 이내에 노출된 사람은 즉각 사망한다. 육군본부가 1980년 발행한 ‘핵무기 운용’이란 야전교범(101-31)에 따르면 3㎞ 이내에 있어도 2도 화상을 입는다. 목조건물은 4.6㎞까지 심한 손상을 받는다. 과거 히로시마는 평야에 목조건물이 대부분이어서 리틀보이가 터진 직후 폭풍과 열로 도시가 완전히 사라졌다.
 
문제는 북한이 핵 공갈을 하거나 실제 사용할 때 미국이 거대한 핵우산을 실제 사용할 수 있겠느냐다. 미국의 전략핵은 주로 미국 본토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에 실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52 등 전략폭격기에 실린 공대지 미사일에 장착돼 있다. 어디에서 쏘건 1발이면 평양 전체가 쑥대밭이 된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이 전략핵 사용을 결정하기엔 큰 부담이다. 이런 걱정은 과거 유럽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2010년 미국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브루킹스가 발간한 ‘미국 핵과 확장억제(U.S. Nuclear and Extended Deterrence)’ 보고서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 등의 핵 위협에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작동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나토에 대한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강화해야만 러시아의 핵공격을 억제하고 나토 회원국들의 핵무장을 차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미국은 전술핵을 나토 회원국과 공동운영하는 ‘나토식 전술핵 운영체제’를 만들었다. 물론 핵 사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현재 미국은 전술핵폭탄인 B61계열 150여 발을 나토의 5개 회원국 6개 공군기지에 배치해 두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가 침공할 시 미군 대장인 나토 사령관의 건의와 정상 간의 회의를 거쳐 전술핵무기를 사용토록 돼 있다. 나토군 공군기지에 배치된 B61 핵폭탄을 미국과 독일 등의 전투기에 함께 장착해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나토와 같은 고민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현존하는 전술핵무기인 B61 계열은 모드 1∼11까지 생산됐다. 현재 모드 3, 4, 7과 10, 11이 남아 있다. 이들은 사용 대상과 목적에 따라 폭발력을 0.3∼170㏏으로 다양하게 세팅할 수 있다. 폭발력이 340㏏인 모드 7은 전략핵으로 분류된다. 현재 미 본토, 나토, 괌 등에 배치돼 있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위협하면 괌에 있는 B61 40발이 신속하게 한반도에 반입될 전망이다. 과거엔 8인치 야포 포탄, 어네스존 로켓, 핵배낭 등 다양한 전술핵무기가 있었지만 모두 폐기됐다. 한반도엔 과거 전술핵이 1960년대 중반엔 900여 발, 91년 전술핵 철수 때는 수십 발이 있었다.
 
B61 계열 가운데 최근 개발돼 2019년부터 배치될 B61-모드 12는 이른바 핵벙커버스터다. 위력은 50㏏ 이하지만 땅속을 파고 들어가 터지면 750㏏∼1.25Mt(1Mt=TNT 100만t 폭발력)의 폭발효과를 낸다. 핵탄이 대기권에서 터지면 폭발력이 분산되지만 땅속에선 충격파가 그대로 전달돼서다. 이 핵폭탄은 공중에서 투하해 목표지점의 30m 이내를 맞히기 때문에 북한 지하벙커의 취약지점을 정확하게 때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사시 이 핵폭탄을 사용하면 북한의 전쟁지도부 벙커를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B61-모드 12 핵폭탄을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A에 장착하기 위해 2015년 11억 달러의 예산을 반영한 상태다. 미 공군과 유럽의 나토 공군에도 적용된다. 외신에 따르면 결국 이 프로그램이 한국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에 도입될 F-35A에 B61-모드 12를 장착하면 북한 상공을 은밀하게 침투해 언제라도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심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은 안 된다고 했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핵무장하기 전엔 예방적 선제타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능력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한 뒤엔 전술핵을 반입해 한반도에서 핵균형을 맞춰 현상 유지에 들어가거나, 미국이 북한의 핵 협박에 못 이겨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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