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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예약전송 논란] ‘아침에 쏟아지는 문자폭탄은 어떡하나?’ VS ‘상사 압박용으로 꼭 필요”

“저녁에 약속이 있어 나가려다 과장의 카카오톡에 한숨 쉬며 다시 자리에 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완전히 차단할 순 없겠지만 예약전송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사들은 부담을 느낄 것이다.”(IT업체 20대 사원)
 

퇴근 후 업무지시 막는 목적
고용부, 카카오톡 예약전송 기능 탑재 제안
카카오, 검토해보겠지만 쉽지 않아

정부, 대통령 공약따라 법제화 추진
퇴근 후 업무지시 줄이는 효과 기대
처벌규정 없으면 법제화 무의미

“어차피 할 일이라고 치자. 저녁에 알았으면 미리 준비할 수 있었는데 아침에 연락이 오면 그 많은 걸 어떻게 아침에 해결하나? 일을 줄여주거나, 사람을 더 뽑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지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건설업체 30대 대리)
카카오톡.

카카오톡.

 
정부가 업무 관련 메시지를 저녁에 바로 보내지 않고 아침에 전달하도록 ‘예약전송’ 기능을 카카오톡에 추가해달라고 카카오에 요청했다. 많은 직장인이 퇴근 후 집에서도 회사 업무를 처리하느라 고충을 겪는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14일 고용노동부 실무진이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이 같은 요청을 전달했다고 한다. 카카오 측은 “검토할 수 있지만 쉽게 결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양측은 카카오톡을 이용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관행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직장인 A(29)씨는 “장시간 근로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며 “이참에 기업과 근로자가 하나의 합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B(33)씨는 “민간기업에 정부가 특정 기능을 넣으라 마라 하는 것도 웃기지만 효과가 거의 없을 게 뻔한 게 더 문제”라며 “수직적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뭘 해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퇴근 후 근로’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때다.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는 최소 11시간의 휴식을 보장하고, SNS 업무 지시 등 돌발노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칼퇴근법’을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근로시간외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제한(불가피한 예외 인정)하고 노동자의 사생활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래픽:유수경 디자이너

그래픽:유수경 디자이너

 
선거 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고,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 이용호 의원 등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 중 이용호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가장 구체적이다. 업무 시각이 끝난 이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전화나 문자 메시지, SNS 등 전자적 전송 매체를 통해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용호 의원은 “업무 종료 시각 이후에는 업무 지시를 피할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안에 담긴 업무 지시에는 직접적인 지시뿐만 아니라 단체 채팅방을 통한 간접적인 업무 지시도 포함된다. 정당한 사유에 따라 예외적으로 업무 지시를 내릴 때는 이를 연장근로로 간주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당한 사유’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올해 말까지 연구 용역을 통해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한 뒤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업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실시간 업무 지시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업무용 e메일 기능을 함께 종료시키는 폭스바겐처럼 일부 기업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선 사례는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이를 제한하는 건 아직 드물다. 올 초 프랑스가 50인 이상 사업장은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지 않을 권리를 노사가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새 노동법에 명시한 게 거의 유일하다.  
 
취지는 맞지만 법제화가 옳은 해법인지는 따져볼 게 많다. 일단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걸 나누는 게 마땅치 않다. 일의 연속성이나 또는 직종·업무에 따라 필요한 경우가 어느 때인지 법으로, 지침으로 정해두는 게 가능한 지부터 의문이 있다.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려선 안 된다고 규정할 뿐 구체적인 벌칙이 없다”며 “벌칙 없이 연결 차단권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이용호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사진=이용호의원실

사진=이용호의원실

 
사실 고용부도 법제화는 조심스러운 눈치다. 입법보다는 ‘예약전송 기능’ 추가 등 우회로를 찾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예약전송 기능 도입도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가 있다. 
 
박지순 교수는 “법령으로는 최소한만 규정하고 기업의 사정에 따라 노사가 서면합의로 대상과 범위, 보상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구체적인 휴식의 중단을 초래하는 업무 지시의 경우에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되, 퇴근 후나 출근 전 간단한 업무수행처럼 경미한 휴식 중단은 인정하지 않는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고용노동부의 요청으로 실무선에서 미팅을 한 바 있으나 기능 개선에 대해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사회 전체 논의를 환영한다"며 "그러나 메신저, 메일, 전화 등 퇴근 후 업무 지시 문화의 개선은 기능 하나를 도입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가 먼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원하지 않는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채팅방별 알림을 끄거나 켤 수 있는 기능, 방해 금지 시간대 설정, 단체 채팅방 재초대 거부 및 나가기, 친구 차단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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