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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애완용 까마귀 사업하러 경북 시골로 가는 도시청년들

도시 청년들이 농촌으로 가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창업을 한다. 청년들이 떠난 농촌 마을에 다시 활력이 살아나고, 농촌 거주 인구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농촌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10명 청년들을 선발, 아이디어 '독특'
'까마귀 등 애완 조류' '견훤 아트상품 개발' '청춘 게스트하우스'

시험모델 선발해 경상북도 1인당 3000만원씩 지원하기로
이르면 내년 4월 청년 추가로 더 발굴해 본격적 사업 추진

지난 6월 경상북도가 지원금을 만들어 연말 전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취지다. 이는 일본이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지역부흥협력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내에선 처음 실험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 444개 지자체에서 1511명의 도시 청년이 시골에 정착해 창업을 했다.
 
경상북도의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가 첫 시동을 걸었다. 최근 농촌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3개팀 10명의 청년들을 첫 사업 시범 모델로 발굴하면서다. 청년들답게 창업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까마귀 등 애완 조류 사업' '견훤 아트상품 개발 사업' '청춘 게스트하우스 사업' 등 이름만 봐도 눈길이 간다.
 
경상북도는 이들 청년들에게 1인당 3000만원씩을 지원한다. 이 지원금은 사업 공간 마련이나 초기 자본, 수익이 나기 전까지의 운영비로 사용된다. 
 
까마귀 등 애완 조류 사업은 대구 등지에 사는 최형원(32)씨와 김현민(24·여)씨가 준비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경북 영천시 금호읍에 사육장 문을 연다. 까마귀와 앵무새 등 지능이 높은 조류를 새끼 때부터 사육해서 사람을 잘 따르게 만든 뒤 분양한다는 게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애완 조류 사업을 준비 중인 최형원씨가 기르던 까마귀. [사진 최형원]

애완 조류 사업을 준비 중인 최형원씨가 기르던 까마귀. [사진 최형원]

사업을 주도하는 최씨가 애완 조류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생활을 하던 최씨는 길을 가다 우연히 땅에 떨어진 직박구리를 발견했다. 불쌍한 마음에 직박구리를 키우기 시작한 그는 조금씩 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최씨는 이참에 본격적으로 새를 키워보자고 생각해 모란앵무를 분양 받아 키웠다. 조류 동호회에서 새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이때 김현민씨도 만났다. 
애완 조류 사업을 위해 뭉친 최형원씨(왼쪽)와 김현민씨. [사진 최형원]

애완 조류 사업을 위해 뭉친 최형원씨(왼쪽)와 김현민씨. [사진 최형원]

까마귀에 대한 기억은 더 특별하다. 운전을 하고 가다 큰부리까마귀 한 마리가 차에 부딪혀 다치게 됐다. 최씨는 까마귀를 집으로 데리고 와 치료하며 보살폈다. 그런데 이 까마귀가 소리를 내서 다른 까마귀 3마리를 더 불렀다. 이렇게 큰부리까마귀 4마리가 최씨의 집에 눌러앉게 됐다.
애완조류사업을 통해 분양하게 될 까마귀. [사진 최형원]

애완조류사업을 통해 분양하게 될 까마귀. [사진 최형원]

애완조류사업을 통해 분양하게 될 모란앵무. [사진 최형원]

애완조류사업을 통해 분양하게 될 모란앵무. [사진 최형원]

최씨는 "까마귀를 키우면서 매우 영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능이 높은 까마귀는 좋은 반려 동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육장도 도심보다 농촌이 맞다"고 말했다. 이들은 처음 시도되는 까마귀를 포획해 키우는 사업이어서 현재 포획 허가에 대한 부분을 해결 중이다. 까마귀는 별도의 보호 조류가 아니다. 포획해 키우는 게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견훤 아트상품 개발 사업은 부산과 경남 지역에 사는 박현희(26·여)·임경식(34)·박도희(32·여)씨가 뭉쳤다. 모두 경북북부 출신이다. 이들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867~936)이 경북 문경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구상했다.
견훤 아트상품 개발 사업에 나선 박도희·박현희·임경식씨(왼쪽부터). [사진 박현희]

견훤 아트상품 개발 사업에 나선 박도희·박현희·임경식씨(왼쪽부터). [사진 박현희]

『삼국사기』에 호랑이의 젖을 먹고 자랐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비범한 인물로 알려진 견훤. 그는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가 있는 자리에서 신라 장군 아자개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901년 지금의 호남 지방에 후백제를 세우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박현희씨는 "견훤이 경북 출신이지만 호남에서 세력을 넓힌 인물이다 보니 경북도민들도 그가 경북 출신이란 사실을 잘 모른다"며 "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성공과 실패, 배신과 좌절로 점철돼 있는데 청년들이 그에게서 배울 만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견훤유적지 내에 위치한 숭의전. 견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향사를 올리는 곳이다. [사진 문경시]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견훤유적지 내에 위치한 숭의전. 견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향사를 올리는 곳이다. [사진 문경시]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견훤유적지. 견훤이 지었다는 정자 '금하정', 견훤의 탄생설화가 전해지는 '금하굴'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 문경시]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위치한 견훤유적지. 견훤이 지었다는 정자 '금하정', 견훤의 탄생설화가 전해지는 '금하굴'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 문경시]

이들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인 문경시 농암면 시골마을에 작업장을 만들어 견훤 관련 캐릭터 상품이나 아이디어 상품, 관광 지도를 제작·판매할 예정이다.
 
지역 문화예술인과 청년들이 어울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겠다고 나선 청년 사업가들은 모두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다. 각자 다니던 직장까지 농촌마을로 들어가려고 과감히 그만뒀다. 부산외국어대 일본어과 출신인 도원우(26)·양동규(26)·김이린(28·여)·김보민(28·여)씨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나온 김욱재(26)씨 등 모두 5명이다.
청춘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위해 뭉친 5명의 친구들이 경북 문경시 불정역에 현장 답사를 한 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동규·김욱재·불정역 관계자·김이린·김보민·도원우씨. [사진 김보민]

청춘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위해 뭉친 5명의 친구들이 경북 문경시 불정역에 현장 답사를 한 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동규·김욱재·불정역 관계자·김이린·김보민·도원우씨. [사진 김보민]

이들은 20대 초반 대학생활을 함께한 인연으로 이어졌다. 졸업을 하고 나선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 도원우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예전 친구들에게 연락해 의기투합했다. 경북 문경시에 게스트하우스를 신축할 부지를 점찍어둔 상태다.
청춘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진행 중인 5명의 친구들. 왼쪽부터 양동규·도원우·김보민·김욱재·김이린씨. [사진 도원우]

청춘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진행 중인 5명의 친구들. 왼쪽부터 양동규·도원우·김보민·김욱재·김이린씨. [사진 도원우]

새해 경상북도는 본격적으로 도시 청년들을 더 발굴한다. 애완용 까마귀 키우기 팀 등 첫 시동을 건 청년들의 사업 성과를 수시로 살펴가면서다. 1인당 3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발굴 단계에서부터 아예 실패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경상북도는 5명으로 이뤄진 실사단을 꾸려 8년째 지역부흥협력대 사업을 진행 중인 일본 고치(高知)현 일대를 돌아보며 최근 실패 사례까지 수집한 상태다.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실시로 인구 유출 등으로 와해돼 가는 농촌 마을이 회복되고 농촌 청년 유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안동=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청년 대표, 경북도내 23개 시장·군수, 지역 36개 대학총장 등이 지난 6월 5일 대구대에서 ‘경북도 청년일자리 만들기 청·학·관 협력선언’을 하고 일자리 창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경상북도]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청년 대표, 경북도내 23개 시장·군수, 지역 36개 대학총장 등이 지난 6월 5일 대구대에서 ‘경북도 청년일자리 만들기 청·학·관 협력선언’을 하고 일자리 창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경상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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