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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까짓거 내고 말지"...솜방망이 처벌에 서울 시내 불법 건축물 판친다

서울 을지로 4가 중부시장 뒷편 대로변의 A건물은 ‘유령건물’이다. 등기부 상으론 1층 건물인데 실제론 2층 건물(연면적 148㎡)이다. 구청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최근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적발했다. 건축주가 관할인 중구청 몰래 무단 신축을 했다. 중구청은 건물주가 법 위반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1억2000만원 상당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행강제금 2년 7개월 간 서울서만 10만 건
강제금보다 무단 증축으로 얻는 이익이 훨씬 커
월 매출 2억원인데 한해 이행강제금은 2000만원
서울시 이행강제금 강화 등 제도 개선 나서

건축물을 무단으로 증ㆍ개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4만306건이던 이행강제금 부과건수는 2016년 4만761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7월말 기준)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건수를 합하면 최근 2년 7개월 간 10만207건에 달한다. 2015년 561억4824만원이던 이행강제금 부과액수는 지난해 641억1827만원이 됐다. 
 
불법 건축물이 계속 늘어나는 건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불법 증ㆍ개축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까짓거 이행강제금 내고 만다’는 식의 건물주가 많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은 불법 건축물 건축주에 원상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건축주에 매기는 일종의 벌금이다. 현행법상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에 위반면적을 곱한 금액 이하의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다. 10평 짜리 건물에 1평을 불법 증축했다면 불법 부분인 1평에 대해 시가표준액을 반영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금액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솜방망이’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시 건축기획과 김정훈 주무관이 13일 불법으로 증개축된 건물있는지 항공사진과 평면사진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모니터는 특수제작된 3D모니터로 3D안경을 쓰고 보면 건물이 입체적으로 도드라져 보여진다.김경록 기자

서울시 건축기획과 김정훈 주무관이 13일 불법으로 증개축된 건물있는지 항공사진과 평면사진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모니터는 특수제작된 3D모니터로 3D안경을 쓰고 보면 건물이 입체적으로 도드라져 보여진다.김경록 기자

서울시 건축기획과 김정훈 주무관이 13일 불법으로 증개축된 건물있는지 항공사진과 평면사진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모니터는 특수제작된 3D모니터로 3D안경을 쓰고 보면 건물이 입체적으로 도드라져 보여진다. 김경록 기자

서울시 건축기획과 김정훈 주무관이 13일 불법으로 증개축된 건물있는지 항공사진과 평면사진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모니터는 특수제작된 3D모니터로 3D안경을 쓰고 보면 건물이 입체적으로 도드라져 보여진다. 김경록 기자

 
한 예로 중구 을지로 2가의 B건물은 무단으로 운영 중이던 식당 면적을 넓혔다. 건물주는 구청의 시정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38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6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다. 이 식당의 매출은 한 달에 1억4000만원(구청 추정치)에 달한다. 
  

정동에 있는 C건물도 건축허가 없이 실내 면적을 넓혔다. C건물주 역시 구청의 원상복구 요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는 3년째 매년 2000만원 가량의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티고 있다. 이 건물 내 식당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매월 2억원이 넘는다. 한 해 한 번 내는 이행강제금은 건물주 입장에선 ‘껌 값‘인 셈이다. 종로구 무교동의 한 식당주는 "상인들 사이에선 이행강제금을 그냥 한 해 한 번 내는 임대료나 전기세 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이행강제금을 감수하더라도 불법 증축된 부분을 원상복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2015년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동작구다. 동작구에서만 전체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의 10분의 1에 가까운 9340건(9.3%)이 부과됐다. 구흥대 서울시 건축기획과 주무관은 "주로 고시원이나 다세대 주택 등에서 임대용으로 불법 증ㆍ개축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단위: 건)
 2015년2016년
종로구17591801
중구17392917
동작구28413444
송파구19452895
서울시 전체4만3064만7611
자료: 서울시
 
이 기간 동안 부과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구(193억1917만9000원)다. 중구는 부과건수가 4851건으로 동작구의 절반 수준이지만 명동이나 을지로 등 지가가 높고 노후 건물이 많아 부과된 금액도 많았다. 상황이 비슷한 종로구(92억3628만원)가 중구의 뒤를 이었다. 
 
도심 속 불법건축물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불법으로 증·개축된 건축물은 화재 등 안전에 취약하다. 불법 증·개축 때 대개는 기존 건물보다 화재에 약한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대문시장 등에선 공공용지인 도로 위에 매대를 설치하고 여기에 세입자를 들여 임대료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 진입 조차 어렵다. 하지만 정확한 현황 조차 파악되지 못한 형편이다.
 
이행강제금 부과 액수(단위:만원, 2015년 1월~2017년 7월말 기준 )
구분부과 액수
종로구92억3628
중구193억1918
동작구89억3804
송파구58억2137
서울시 전체1357억2473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솜방망이'로 전락한 이행강제금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최근 임대 등 영리목적을 위해 상습적으로 불법 증·개축한 이들을 가중 처벌하는 방향으로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또 이행강제금을 더 무겁게 매길 수 있도록 현행 건축법을 개정하자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상태다. 중구는 위반 최근 불법건축물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에서 제공받은 항공사진을 토대로 현지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다. 항공촬영 등을 동원해도 건물 내부 구조를 바꿔 방 수를 늘리는 ‘불법쪼개기’의 경우 신고가 없으면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하다. 또 단속권한을 가진 구청 입장에선 민선 구청장의 ‘표’를 의식해 건축주들을 마냥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박경서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과거와 같이 물리력을 동원한 대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재같은 상황에서 이행강제금 제도의 대대적인 강화 없이는 불법건축물을 줄이기 어렵다”며 “영리목적 등으로 상습적으로 불법건축물을 유지하거나, 도로 등 공개공지에서 임대업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더 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ㆍ신헌호 대구일보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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