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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숲에선 호랑이 뛰놀고 지하엔 '한국판 노아의 방주'

"어흥~" 백두산호랑이 세 마리가 눈앞에서 어슬렁거린다. 철장에서 50㎝도 채 되지 않는 거리다. 닭고기와 소고기를 던져주자, 순식간에 달려든다. 호랑이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자, 순간 온몸의 털이 쭈뼛하게 선다. 이들은 서로를 관찰하기도 한다. 먼 친척뻘이지만,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한 탓이다. 지금은 철장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댈 때도 있지만, 사이가 좋아지면 축구장 크기의 7배인 4만8000㎡의 드넓은 초원에서 함께 뛰놀 수 있다. 수돗물이 아닌 계곡물에서 수영하고 관람객보다는 청명한 하늘과 4개의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광경을 주로 보게 된다. 바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다.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우리'. 세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우리'. 세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북 봉화군 춘양면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군청에서 차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30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수목원에는 국내 최초의 호랑이 숲이 있다. 백두산호랑이 세 마리의 보금자리다. 일반인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 적응 과정을 거치고 있는 호랑이들을 지난달 1박 2일의 여정으로 만나봤다. 지난 6월 서울대공원에서 온 12살 한청(암컷)과 6살 우리, 앞서 1월 국립수목원에서 온 16살 두만이가 그 주인공이다.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가보니
수목원내 호랑이 숲 조성 이르면 내달 일반 공개
축구장 7개 크기 숲에 호랑이 세 마리 생활 예정
거울연못·모험의 숲 등 26개 전시원과 산책 숲길
'한국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종자 영구보존 시설도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우리'. 세 마리 호랑이가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다. [사진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우리'. 세 마리 호랑이가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다. [사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막내인 우리는 호랑이 숲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 백두산호랑이는 더위에 약해 여름이면 식욕이 떨어지는데 우리는 적응력이 뛰어나 올여름 내내 음식을 잘 먹었다. 한청은 우리와 함께 서울대공원에서 왔지만 다른 우리에서 살아 서로를 모른다. 두만이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2005년 중국이 한중산림협력회의를 통해 한국에 기증했다. 이후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살다가 지난 1월 가장 먼저 이곳으로 이사했다.
경북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세 마리가 숲으로 나가기 전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북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 세 마리가 숲으로 나가기 전 얼굴 익히기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세 마리 호랑이는 지금 서로 얼굴만 볼 수 있다. 나란히 배열된 세 우리에 거주하며 얼굴을 익히는 중이다. 민경록 산림동물관리팀 주임은 "호랑이들이 서로 공격하지 않는 상태여야 숲으로 방사할 수 있다"며 "호랑이 숲 개장 시기도 호랑이의 정신적·육체적 상태를 우선적으로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목원 측은 개장 시기를 이르면 다음달, 늦으면 12월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최대한 호랑이를 배려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호랑이를 실은 차량이 호랑이 숲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호랑이를 실은 차량이 호랑이 숲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가 멸종위기종 1급인 만큼 수목원에는 이들 호랑이만 관리하는 직원 5명이 있다. 호랑이 관리 장부에는 매 시간마다 체크한 호랑이의 상태가 빼곡히 적혀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폐쇄회로TV(CCTV)도 곳곳에 있다. 전담 수의사가 매일 호랑이의 건강상태를 들여다 본다. 전재경 수의사는 "호랑이가 숲에서 뛰놀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해 주는 일은 뜻깊고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도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도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 숲만 있는 건 아니다. 깊은 산 속 골짜기인 만큼 천혜의 자연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목원은 옥석산·구룡산·각화산 등 4개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5179만㎡ 일대에 1982종의 희귀식물들이 전시·보존돼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다. 산림청은 백두대간의 체계적 보호와 산림 생물자원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2011년~2015년 12월까지 2200억원을 들여 백두대간수목원을 조성해 지난해 9월부터 임시 공개했다. 고산습원·야생화언덕·거울연못·어린이 정원 등 전시원만 26개소다. 1박2일 동안 수목원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자 했던 이유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거울연못. [사진 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거울연못. [사진 백두대간수목원]

거울연못은 아침산책 명소다. 실제 게스트에서 하루 묶은 뒤인 이른 오전, 거울연못에는 물 표면에 비친 수목과 하늘의 풍경이 펼쳐졌다. 수목원에 따르면 고라니가 와서 목을 축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달은 연못의 물고기를 먹으러 들린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거울연못. [사진 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거울연못. [사진 백두대간수목원]

곳곳에 숨겨진 숲길도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돌나무길과 낙엽송이 길인 에코로드는 모두 연결돼 있어 어디로 가든 통한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트레킹을 즐기기도 좋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경. 백경서 기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경. 백경서 기자

다양한 식물이 돌 틈에서 자라는 암석원에는 고지대에서 서식하는 고산식물·다육식물이 있다. 시로미·솜다리 등 고산식물은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낮에 받은 열을 저장하고 있는 바위 근처에서 온기를 얻어 자란다. 또 근처 만병초원에는 만가지의 병을 고치기도 하고,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만병초가 가득하다. 추운 겨울에는 수분증발을 최소화하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잎이 뒤로 말리는 만병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암석원. 백경서 기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암석원. 백경서 기자

연구지구도 있다. 산림환경연구동은 백두대간 수목원의 다양한 식물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시설이다. 이 중 시드 볼트는 세계 최초의 지하터널형 산림종자 영구저장 시설이다. 수목원은 핵이 터질 경우에도 식물 종자의 보존이 가능하게 시드 볼트를 설계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 내부. 백경서 기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 내부. 백경서 기자

신창호 전시교육사업부 부장은 "수목원의 전시원마다 스토리가 있다"며 "관람객에게 식물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계절마다 어떤 변화를 줄지 등을 하나하나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야생화 언덕에 핀 야생화.백경서 기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야생화 언덕에 핀 야생화.백경서 기자

수목원 측은 계속해서 다양한 식물을 수집·전시하고, 관람객과 호랑이가 공존할 수 있는 호랑이 숲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우선 올 하반기에 임시 개장 중인 수목원을 단장해 정식 개장한다. 또 러시아 등 다른 나라와 협력해 다른 종의 호랑이를 더 데려올 방침이다. 백두산호랑이는 국내에서 1920년쯤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포획된 수컷 호랑이가 마지막 출현으로 알려져 있다. 약 20여 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국내 동물원 등에 살고 있다. 수목원은 단순히 호랑이 수를 늘리기 위해 국내에서 또 다른 백두산호랑이를 데려오는 것보다는 다른 종을 데려와 교미를 통해 생물학적 다양성을 늘릴 계획이다.  
넓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마련된 전기차.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넓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마련된 전기차.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신 부장은 "호랑이 숲에는 호랑이를 10마리 정도 수용할 수 있다"라며 "다른 종의 호랑이를 들여오는 것도 시베리아 호랑이가 유전적으로 고립되지 않게 건강하게 키우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봉화=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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