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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軍 헬기 띄워서라도 5·18 사격 진상 밝히겠다."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 의혹을 보도한 중앙일보 2017년 1월 13일자 1면.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 의혹을 보도한 중앙일보 2017년 1월 13일자 1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처럼 군(軍) 헬기를 띄워서라도 헬기 사격을 둘러싼 진상을 반드시 밝히겠습니다.”
 

5·18 특조위, 광주 전일빌딩 등 찾아 본격 활동
이건리 특조위원장, "헬기 재현 등 모든 방법 검토"
문 대통령의 "5·18 헬기사격·전투기 대기 등 조사" 착수
11월 30일까지 문서검증, 현장조사 등 5·18 진상규명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장 이건리(54) 변호사가 건물 벽과 바닥에 붙은 번호표들을 꼼꼼히 보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5·18 당시 헬기에서 발사된 것이 유력하다고 발표한 탄흔 자국들을 알리는 번호표였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을 찾아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을 찾아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 위원장은 “이곳에 남은 탄흔들은 헬기가 호버링(공중정지) 상태에서 쏜 것이 유력하다는 국과수 분석 결과가 있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이 위원장은 5·18 관계자들을 상대로 ^빌딩 옥상에서의 탄흔 발견 여부 ^5·18 당시 전일빌딩에서의 사상자 발생 여부 ^전일빌딩과 옛 전남도청과의 거리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직접 전일빌딩 앞에 헬기를 띄워서라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조위 조사에 참여한 군 관계자들은 이 위원장의 말에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지낸 검사 출신 변호사다.  
 
이 위원장은 “검·경의 수사처럼 5·18 당시의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다양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현장검증 차원에서라도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재현함으로써 의혹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13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 천장에 남은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13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 천장에 남은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당시 헬기 사격과 전투기 대기 조사 등을 위해 꾸려진 국방부 5·18 특조위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일 출범 이후 첫 번째 현장조사를 통해 5·18 진상규명을 위한 공식 일정을 시작한 것이다. 특조위는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5·18 당시 헬기사격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설치됐다.
 
특조위는 이날 첫 외부일정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한 뒤 전일빌딩으로 향했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난사 탄흔이 발견돼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곳이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을 찾아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을 찾아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조사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광주광역시 등이 추천한 특조위원 9명이 참여했다. 김성 전 광주일보 차장과 안종철 5·18국정과제 실행추진위원장, 최해필 전 군항공작전사령관, 이장수 변호사, 김칠준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강희간 예비역 공군준장, 최영태 전남대 교수, 송병흠 한국항공대 교수 등이 건물 바닥과 벽에 남은 총탄 자국들을 확인했다. 일부 위원들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천장에 남아 있는 탄흔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설이던 3월 20일 광주 전일빌딩 10층에 남은 헬기 탄흔 흔적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설이던 3월 20일 광주 전일빌딩 10층에 남은 헬기 탄흔 흔적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전일빌딩은 옛 전남도청과 함께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대표적인 곳이다. 국과수는 이 건물에 대해 3차례에 걸친 조사를 벌인 결과 10층 내부 기둥과 바닥, 천장 등에서만 177개의 탄흔을 확인했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는 전일빌딩을 둘러본 뒤 "모든 방법을 다해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37년 전 역사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며 “진실규명을 위해 관련 자료와 증언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계자 면담 조사 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울러 그는 "1989년 청문회, 1995년 검찰 조사, 2005년 과거사위 조사 등에서 많은 사실을 규명했지만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며 "계엄군 등 국가기관에 유리한 내용으로 왜곡되거나 변조된 부분은 없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실에 침묵한 사람들의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선의를 믿고 기대한다. 그분들도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를 소망한다”며 5·18 당시 군 관계자나 조종사 등의 양심선언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이건리 위원장이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의 방명록에 남긴 글. 이 위원장은 ‘불의를 불의라, 정의를 정의라고 명확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불의와 거짓을 몰아내고 정의와 진실을 제대로 세워 나가겠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고귀한 뜻과 진실의 역사를 후세에 남기겠습니다’라고 썼다.프리랜서 장정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이건리 위원장이 13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의 방명록에 남긴 글. 이 위원장은 ‘불의를 불의라, 정의를 정의라고 명확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불의와 거짓을 몰아내고 정의와 진실을 제대로 세워 나가겠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고귀한 뜻과 진실의 역사를 후세에 남기겠습니다’라고 썼다.프리랜서 장정필

 
앞서 이 위원장은 전일빌딩 방문에 앞서 5·18묘역을 찾아 ‘불의를 불의라, 정의를 정의라고 명확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불의와 거짓을 몰아내고 정의와 진실을 제대로 세워 나가겠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고귀한 뜻과 진실의 역사를 후세에 남기겠습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5·18 특조위가 전일빌딩을 찾은 것은 지난 1월 12일 국과수가 이 건물에서 발견된 탄흔을 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 의혹을 보도한 중앙일보 2017년 1월 13일자 8면.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 의혹을 보도한 중앙일보 2017년 1월 13일자 8면.

국과수는 당시 탄흔 감식 결과 발표 당시 “전일빌딩 외벽과 내부에서 발견된 탄흔은 80년 5월 당시 공중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과수는 총탄 흔적 각도가 수평에 가까운 점, 벽이 있는 바닥에도 총탄 흔적이 남은 점, 80년 당시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헬기에서 사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광주광역시는 지난달 11일 이 건물의 10층 내부와 외벽 등을 5·18사적지(제28호)로 지정했다. 5·18사적지는 80년 5월과 관련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에 대한 원형보존과 관리를 위해 지정하고 있다. 5·18이 시작된 전남대 정문(제1호)과 옛 전남도청(제5호), 상무대 옛터(제17호) 등 29곳이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이건리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3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 남은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살펴본 뒤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이건리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3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 남은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을 살펴본 뒤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일빌딩은 1968년 7층 건물로 준공된 뒤 4차례 증·개축을 거쳐 1980년 현재의 지상 10층, 지하 1층 규모를 갖췄다. 그동안 건물 전체에 대한 철거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을 빚었으나 헬기 탄흔이 발견된 후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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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전일빌딩. [사진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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