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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학원 강남에 학생 뺏기고 … 속초 땅값은 2년 새 두 배로

팽창하는 공룡 수도권 명암 <상>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는 주말이면 중·고교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근의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지방 학생이 많아서다. 지난해 말 수서고속열차(SRT)가 개통한 이후 나타난 모습이다. 경기 화성(동탄)·평택은 물론 충남 천안·아산, 대전에서까지 이곳으로 온다. 지난 9일 수서역에서 만난 고등학생 김모(18)군은 “SRT가 생기면서 집이 있는 아산에서 서울 강남 학원까지 1시간이면 올 수 있어서 주말반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 사는 윤모(44·여)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일주일에 세 차례씩 아침저녁으로 KTX 천안아산역에 다녀왔다”며 “고교 진학을 앞두고 서울 강남의 미술학원에 다니는 딸과 딸의 친구 2명을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윤씨는 “학원비는 비싸지만 KTX나 SRT에 태워 서울 학원으로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고 했다. 천안시의 1472개 학원의 상당수는 주말과 방학만 되면 울상이다. 김재겸 충남학원연합회 회장은 “천안을 비롯한 지방 학원들은 비싼 몸값을 주고 서울서 강사를 데려올 여건이 안 된다”며 씁쓸해했다.
 
전철·고속도로·KTX·SRT 등 교통망의 대대적 신설 및 연장 등으로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지역의 교육·쇼핑·의료 등 분야는 소비가 서울로 몰리는 ‘빨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범위가 사실상 충청·강원권까지 확대되면서 수도권이 공룡화되고 있다. 동서고속도로·SRT 같은 교통망 확충은 강원·충청권과 서울·수도권과의 연계성을 높여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수도권 예속화가 깊어지면서 지역 경제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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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안과 아산지역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성형과 피부미용을 위해 서울 강남으로 원정 가는 게 유행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은 박모(25·여)씨는 “SRT를 타면 병원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충청지역에서 서울로 원정 쇼핑에 오르는 주민도 상당수다. 주로 KTX 천안아산역에서 서울 수서행 SRT를 이용한다. 주말이면 가족과 서울 잠실롯데백화점에 틈틈이 간다는 김현우(34·천안시)씨는 “서울 수서까지 30분도 안 걸리는 데다 지하철을 환승해도 40~45분 정도면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로 떠나는 만큼 지역 병원·유통업계는 타격을 받는다.
 
지난 6월 30일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 완전 개통으로 속초 등 강원도 동해안은 서울과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중앙일보 기자가 최근 주말에 차량으로 세 차례 달려본 결과 정부가 밝힌 ‘서울에서 90분’은 어려웠지만 오전 8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하면 평균 3시간대에 속초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해안에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부동산값은 상승세다. 속초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속초해변 등 바다가 보이는 땅의 경우 3.3㎡당 가격이 500만~600만원으로 2~3년 사이에 배 이상 올랐다. 속초시 청호동에 내년 1월 완공 예정인 29층(6개 동·687가구) 아파트의 경우 바다가 보이는 고층은 웃돈만 1억원 이상 붙었다.
 
교통은 편해지고 부동산값은 올랐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동서고속도로개통으로 기존 44번 국도 이용객이 줄면서 이 일대의 상가·휴게소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44번 국도변의 한 휴게소 관리소장은 “예전엔 주말의 경우 하루 매출이 500만원 정도됐는데 고속도로 개통 후 80%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동해안 지역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실제 거주를 위해 집을 장만하려는 주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호(35·강원 속초시)씨는 “최근 2년새 오래된 아파트 값이 5000만원가량 올랐고 새 아파트도 고액의 프리미엄이 붙어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집 없는 서민은 살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 상생경제연구실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KTX 등 도로 교통의 발달로 세종과 대전 등 충청권이 사실상 수도권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는 낡은 수도권 억제 정책이 효력을 다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변화된 교통 발달상황에 맞는 전향적인 국토균형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전익진·김방현·신진호·임명수·최모란·김민욱·박진호·최종권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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