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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m 물폭탄 휩쓴 부산 해운대…집값 떨어질까 노심초사

지난 11일 내린 폭우로 부산 가야대로에 차량이 침수된 모습. [사진 독자]

지난 11일 내린 폭우로 부산 가야대로에 차량이 침수된 모습. [사진 독자]

“어제 7시에 출근했는데 10분쯤 지났을라나. 물이 허리까지 차대예. 공사장 한편에 세워둔 플라스틱 바리케이드 10여개가 물에 둥둥 떠내려가고 난리도 아니었심더.”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 하수관거에 흘러든 모래로 빗물 역류해 물바다
주민들 “교통정체 어제 오늘 문제 아냐…불편한 동네로 낙인 찍힐까 걱정”
해운대구청 “하수관거 개·보수에 상당한 예산 투입해 정비” 밝혀

12일 오후 1시쯤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에서 만난 김영훈(44) 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지난 11일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날 벡스코 역 7번 출구 앞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빗물이 역류했고, 10분 만에 올림픽교차로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50분부터 2시간가량 이 일대 600m 구간을 통제했다.  
 
김씨는 “벡스코 역 출입구가 50m 아래 저지대에 위치했으면 범람한 물이 출입구를 따라 지하철 역사 안으로 흘러 들어갈 뻔했다”며 “지하철 운행마저 마비됐으면 일대는 난리였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벡스코 역 에스컬레이터 공사장에서 일하는 김씨는 500m 아래로 떠내려간 바리케이드를 주으러 가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집중호우로 작업용 토사가 배수구를 막아 침수된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 일대 12일 물빠진 도로 모습.송봉근 기자

집중호우로 작업용 토사가 배수구를 막아 침수된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 일대 12일 물빠진 도로 모습.송봉근 기자

 
기상 관측 이래 부산의 9월 강수량으로 역대 최대였던 물 폭탄이 휩쓸고 간 자리를 돌아봤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손볼 게 한둘이 아니었다. 
 
부산 해운대구는 올림픽로 지하 하수관거로 흘러 들어간 토사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해운대구 건설과 정봉서 토목 1팀장은 “부산시가 올림픽로 일대에 버스전용차로(BRT) 공사를 하면서 쌓아둔 모래가 빗물에 씻겨 하수관거로 유입돼 빗물이 역류했다”며 “하수관거에 가득 찬 모래를 제거해달라고 부산시에 요청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일 해운대구 해변로도 일부 구간이 침수돼 무릎까지 물이 찼다. 해운대 우동항 삼거리에서  해강중학교로 가는 구간이 저지대여서 빗물이 고이기 쉬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청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팀장은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대부분의 하수관은 최대 강우빈도 5년 또는 10년(시간당 66~77mm)으로 돼 있다”며 “저지대는 강우빈도 30년(시간당 96.81mm)을 적용한다하더라도 어제 같은 폭우에서는 범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강우빈도를 50년, 100년으로 늘릴 수도 없지 않냐”며 “땅속에 물탱크를 설치하는 저류조 사업으로 물폭탄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대구가 하수관거 보수와 신설에 투입하는 예산은 2016년 27억원, 2017년 17억원이다. 부산시 전체가 올해 하수관거 정비에 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다.  
 
부산 최고의 부촌인 해운대 일대가 침수되고, 도로가 마비됐다는 언론 보도에 지역 주민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 마린시티에 사는 김모 씨는 “일부 구간이 침수된 것 외에 큰 피해가 없고, 교통 정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해운대라는 유명세로 겪는 불편은 감내할 수 있지만 불편한 동네로 낙인 찍히면 집값이 떨어질텐데 누가 책임질꺼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집중호우로 물이 차 여러대의 차량이 침수됐던부산 연제구 월륜교차로의물빠진 12일모습.송봉근 기자

집중호우로 물이 차 여러대의 차량이 침수됐던부산 연제구 월륜교차로의물빠진 12일모습.송봉근 기자

상습 침수지역이 많은 부산 연제구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1일 연제구 거제동 굴다리가 침수되면서 차량에 고립된 6명은 119소방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연제구 연산동 월륜교차로는 배수 펌프가 고장나는 바람에 물바다가 됐다.
 
월륜교차로 앞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월륜교차로가 저지대여서 평상시에도 강제 배수를 하는 곳인데 어제 같은 폭우에 기계가 고장났다니 기가 찬다”며 “가게로 물이 들어올까봐 조마조마했다. 결국 연제구청이 다른 펌프를 갖고 와 어제 오후 9시까지 물을 퍼내더라”고 전했다.  
 
이에 연제구청 관계자는 “수중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함이 물에 반쯤 잠기면서 고장이 났다”며 “반지하에 있는 배전함을 지상 1층으로 올려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겠다”고 설명했다.  
 
연제구는 상습적인 물난리를 막기 위해 4년간 275억원을 들여 지난 1월 대형 배수펌프장을 준공했는데 이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오전 7시부터 연제구 저지대인 거제지구에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지만 배수펌프는 가동되지 않았다. 이 지역에 사는 이모(36) 씨는 “오전 7시 30분부터 연제구청에 펌프를 가동해야 하지 않냐고 민원을 넣자 조만간 가동한다더니 오전 8시 30분에서야 기계가 돌아갔다”며 구청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거제배수펌프장은 자동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오작동 우려가 있어 수동 작동으로 전환시켰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직원이 자동으로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했다”며 “2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를 인지했고, 수문(게이트)이 내려오는데 또 10분 정도 걸리면서 30분 지체한 탓에 물이 범람했다”고 해명했다. 자치단체가 우왕좌왕하는 탓에 피해를 키웠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산단로 일대 도로가 인근 하천이 범람해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사진 엘리시아 아파트 입주민 까페 캡처]

지난 1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산단로 일대 도로가 인근 하천이 범람해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사진 엘리시아 아파트 입주민 까페 캡처]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폭우로 부산 시내에서 도로침수 등 침수가 발생한 곳은 549곳에 이른다. 또 주택 3채 등 붕괴 61건 등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더 잦아진다는 기상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도심 홍수를 막을 근본적인 대안은 뭘까. 선진국에서는 ‘그린인프라 기술을 활용한 저영향개발’이 대안으로 제시한다. 
 
신현석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옥상정원과 공원 연못, 빗물을 흡수하는 투수성 도로 등 그린 인프라 기술을 적용한 시설로 도심 빗물을 분담해야 한다”며 “정부가 ‘저영향개발 확산 및 촉진법’을 제정해 그린 인프라를 설치하는 민간에 인센티브를 줘야 빗물 분담 개념이 도시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시는 연제구 거제지구의 거제 배수 펌프장, 번영로 아래 월륜 교차로, 가야 굴다리, 거제역 굴다리, 동광동 주택 3채 붕괴 등 5곳의 대응을 감사 대상으로 12일 정하고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부산시 시민안전실과 감사부서는 합동감사를 벌여 배수펌프장 운영 미숙 등이 드러나면 관련 공무원을 징계할 방침이다. 또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보수 같은 침수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폭우가 내린 11일 부산 중구 동광동의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져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폭우가 내린 11일 부산 중구 동광동의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져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한편 부산 동구의회 구의원 6명은 12일 오전 8박 10일 일정으로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선진국 도시재생 사례 탐방’을 떠났다. 의회는 지난 11일 폭우가 내렸지만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일정대로 해외연수를 떠났다고 해명했다.
 
앞서 11일 오전 박삼석 동구청장은 부산 차이나특구 축제에 ‘상해시 서해구 문화예술단’을 초청하기 위해 중국 상해로 떠났다. 동구청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었고, 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원래 2박3일 일정이었지만 비 피해 보고를 받고 오늘 오전 11시50분쯤 김해공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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