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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4당체제’ 대법관 표결의 데자뷔…29년전엔 '3당 합당'으로 결론

“대법원장 임명의 건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29년전인 1988년 7월 2일. 당시 김재순 국회의장은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 표결에서 부결됐음을 선언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음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음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7년 9월 1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하자 본회의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헌재소장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 역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29년만에 반복된 두 번의 초유의 사태의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1988년 7월2일자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전한 중앙일보 1면 기사.

1988년 7월2일자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전한 중앙일보 1면 기사.

1988년 4월 총선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민주정의당은 299석 의석 중 125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과반(150석)에 미치지 못했다.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70석,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59석,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을 가져갔다. 이밖에 무소속 9석과 한겨레민주당 1석이 더 있었다. 당시 ‘협치(協治)를 위한 황금 분할’이라고도 불리던 ‘1노(盧) 3김(金) 시대’의 의석분포다.
 
현재 국회 의석은 더불어민주당이 120석,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등으로 분포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29년전 민정당이 경험했던 ‘여소야대’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
 
9월12일 현재 국회 의석현황.

9월12일 현재 국회 의석현황.

과거 DJ와 YS는 전두환 정부때 대법관에 임명됐던 정기승 후보자의 낙마를 주장했다. 당론으로 ‘불가’ 입장을 선언했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표결 전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이념적 편향성’을 이유로 나란히 ‘불가 당론’을 채택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노태우 정부와 민정당은 보수성향의 공화당을 믿고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두 당의 의석을 합하면 160석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국민의당을 믿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던 김 후보자에 대한 표결 과정과 일치한다.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 의석의 합계는 160석으로 29년 전 상황과 100% 같다.
 
그리고 표결 결과 역시 ‘헌정사상 초유의 부결’로 같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회 부결 이후 ‘물태우’라는 별명과 달리 ‘불 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표정이 굳어졌다”는 표현으로 전달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개 브리핑에서 ‘분노’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갈림길은 지금부터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년이 2년 남은 이일규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그는 당시 야권이 지지하던 후보자였다. 당시 처음 개소한 헌재소장에도 “무난한 사람으로 하라”는 지시에 따라 한병채 소장이 임명됐다. 그리고는 1990년 1월 YS, JP와의 ‘3당 합당’을 단행했다.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을 출범시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이 부결된 11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는 길이 험난해도 우리 갈 길을 갈 것이며, 산이 막히면 길을 열고 물이 막히면 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뚜벅뚜벅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1월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218석의 민주자유당이 출범했다. 호남을 제외한 TK·PK·충청의 전격 결합에 ‘3당 야합’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중앙포토]

1990년 1월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218석의 민주자유당이 출범했다. 호남을 제외한 TK·PK·충청의 전격 결합에 ‘3당 야합’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중앙포토]

그러나 청와대는 12일 김이수 후보자의 후임 인선이나 추가 대응 등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 없이는 100대 정책과제나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모든 입법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부터 나온다. 일부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일종의 정계개편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회와의 대립으로 국정운영이 ‘올스톱’ 될 경우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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