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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수도권] 생활 편해졌지만 서울 예속화 심화…교통망 확충의 명암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는 주말이면 중·고교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지방 학생이 많아서다. 지난해 12월 수서고속열차(SRT)가 개통하면서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이 편리해진 이후부터다. 경기 화성(동탄)·평택에서부터 충남 천안·아산, 대전에서까지 대치동 학원가로 온다. 주말인 지난 9일 오후 천안에서 왔다는 김모(18)군은 “SRT가 생기면서는 올해 들어 천안에서 서울 강남 학원까지 1시간이면 갈 수 있어서 주말반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자난 7월21일 충남 KTX 천안아산역 주변 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아파트 건설이 봇물이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미분양도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자난 7월21일 충남 KTX 천안아산역 주변 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아파트 건설이 봇물이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미분양도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 사는 윤모(44·여)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일주일에 세 차례씩 아침저녁으로 KTX 천안아산역에 다녀왔다”며 “서울로 학원에 다니는 딸과 딸의 친구 2명을 데려다주고 데려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윤씨의 딸은 서울 강남 미술학원에 다녔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일류 강사’로부터 지도받기 위해서였다. 2학기 개학 후에는 주말에 한 차례씩 서울을 오간다.   
자난 7월21일 충남 KTX 천안아산역 주변 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아파트 건설이 봇물이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미분양도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자난 7월21일 충남 KTX 천안아산역 주변 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아파트 건설이 봇물이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미분양도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씨의 딸은 새로 개통한 SRT를 이용한다. KTX 천안아산역에서 수서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집에서 나와 서울 학원까지 불과 1시간이다. 윤씨는 “학원비는 천안의 배가 넘지만, 자녀를 서울 학원으로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3~4명씩 짝을 이뤄 KTX나 SRT에 태워 보내고 있다. SRT가 개통한 뒤로는 천안과 아산지역 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주말을 이용해 서울의 명문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학원가 모습.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학원가 모습. 신진호 기자

 
이 바람에 충남 천안시의 1472개 학원 가운데 상당수는 주말과 방학 때만 되면 울상이다. 특히 유명 강사가 서울에 많이 포진한 예체능 계열과 논술, 자기소개서 강의를 개설한 학원의 피해가 크다고 한다. 김재겸 충남학원연합회 회장은 “천안을 비롯한 지방 학원들은 강의료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어 비싼 몸값을 주고 서울서 강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된다”며 “요즘같은 수시철에는 ‘서울의 입시컨설팅 업체와 좋은 학원을 알려달라’는 문의 전화를 자주받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학원가 모습. 신진호 기자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학원가 모습. 신진호 기자

 전철·고속도로·KTXㆍSRT 등 교통망의 대대적 신설 및 연장 등으로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면서 수도권의 범위가 급속히 확대 중이다. 수도권 팽창이 심화되면서  ‘공룡 수도권’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과밀화 및 비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수도권 개발억제 및 전국 균형발전 정책이 시행 중 것과 배치되는 현상이다.
 
ITX노선도. [코레일]

ITX노선도. [코레일]

KTX 경부선 노선도.[코레일]

KTX 경부선 노선도.[코레일]

 
교통망 확충은 서울과 충청ㆍ강원의 연계성을 높여 지방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지역 개발이 이뤄지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교육·쇼핑·의료 등 분야에서는 소비가 서울로 몰리는 ‘빨대 현상’으로 지방이 서울로 더욱 예속화되고 부정적 측면도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 속초시 해변가 아파트는 고층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었다. 박진호 기자

최근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 속초시 해변가 아파트는 고층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었다. 박진호 기자

 
지방의 수도권 예속화 현상은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천안과 아산지역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서울 강남으로의 원정 성형과 피부미용을 가는 게 유행이다. 주로 휴가나 연휴가 긴 명절을 이용해 시술을 받는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은 박모(25·여)씨는 “차를 몰고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SRT를 타면 병원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며 “2~3일간 매일 다녀도 편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처럼 서울 강남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KTX 호남선 노선도.[코레일]

KTX 호남선 노선도.[코레일]

KTX 전체 노선도. [인터넷 캡쳐]

KTX 전체 노선도. [인터넷 캡쳐]

 
충청지역에서 서울로 원정 쇼핑에 오르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KTX 천안아산역에서 서울 수서행 SRT를 주로 이용한다. 주말이면 가족과 서울 잠실롯데백화점에 자주 간다는 김현우(34·천안시)씨는 “서울 수서까지 30분도 안 걸리는 데 지하철을 환승해도 40~45분 정도면 갈 수 있어 쇼핑하는데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SRT 노선도. [SR]

SRT 노선도. [SR]

 
지역 부동산 개발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호재이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천안의 강남’으로 불리는 천안시 불당동에서는 아파트와 상가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천안시청 앞 사거리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도로를 따라 아파트 분양과 상가 임대 등을 알리는 안내판이 길게 설치됐다. 천안시 이재영 건축과장은 “올 상반기에만 천안지역 4개 아파트단지에서 3075가구가 입주했다”며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에다 교육·생활여건이 갖춰지면서 도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고속도로 노선도. [인터넷 캡처]

동서고속도로 노선도. [인터넷 캡처]

 
긍정적인 면은 또 있다. 2004년 KTX가 개통한 이후 천안시는 ‘서울시 천안구’로 불린다. 아산시 역시 ‘서울시 아산구’로 불리고 있다. 교통 발달로 서울과 한시간 생활권에 포함되면서 이른바 신(新) 수도권이 된 것이다. 천안시 불당동에 사는 이재훈(42)씨는 “회사는 용산인데 천안에 살던 아내와 결혼을 앞두고 천안 거주를 선택했다”며 “당시 전세를 구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어 만족했다”고 말했다.  
영동고속도로와 제2영동고속도로 노선도. [인터넷 캡쳐]

영동고속도로와 제2영동고속도로 노선도. [인터넷 캡쳐]

 
최근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 완전 개통으로 수도권과 동해안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강원 지역엔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덩달아 지역 부동산이 꿈틀대면서 지역주민들은 부동산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덕을 보고 있다. 속초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속초해변 등 바다가 보이는 땅의 경우 3.3㎡당 거래 가격이 500만~600만원에 달한다. 속초의 한 부동산사무실 관계자는 “평당 200만~300만원 하던 땅값이 최근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급등했다”며 “전망이 좋은 땅은 투자자들이 선점해 없어서 못 사는 정도”라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자도 늘었다.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에 내년 1월에 완공될 예정인 29층(6개 동·687가구) 아파트의 경우 바다가 보이는 고층은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었다. 여기에 사업비 2조631억원이 투입되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93.95㎞)까지 2024년 완공되면 서울 용산에서 속초까지 1시간15분(189㎞) 만에 이동이 가능해 부동산 가치가 더욱 오를 전망이다.  
수도권 고속도로망. [인터넷 캡쳐]

수도권 고속도로망. [인터넷 캡쳐]

 
그러나 부동산 열풍의 이면에는 주민들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실제 거주를 위해 집을 사려는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호(35·강원 속초시)씨는 “최근 2년새 오래된 아파트 값이 5000만원가량 올랐고 새 아파트의 경우도 고액의 프리미엄이 붙어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건 좋지만 집이 없는 서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 열기에 따른 거품현상이 빠지면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낭패를 볼 수 있고,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한 지역경제 타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평택·천안·아산·속초=전익진·신진호·최모란·박진호·최종권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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