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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 “푸틴은 등거리 외교…남북러 사업 러시아 기대 크게 해선 안 돼”

“러시아는 미ㆍ러 관계 프레임에서 세계 전략과 동북아 정세를 해석하기 때문에 대미 관계 안 좋은 현 상황에서 한ㆍ러 간 사업은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 노무현 정부 후반기부터 이명박 정부 전반기까지 두 정부에 걸쳐 재임한 러시아 전문가다.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 노무현 정부 후반기부터 이명박 정부 전반기까지 두 정부에 걸쳐 재임한 러시아 전문가다.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는 9일과 11일 전화인터뷰에서 남북관계 변화에 대비한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북한의 핵ㆍ미사일 고도화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 북ㆍ미간 긴장 수위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국면에서 남ㆍ북ㆍ러 협력을 전제한 한국 정부의 행보는 미국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대가 미국과의 관계 변화에 따라 대외관계의 속도와 폭을 정하는 러시아라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변 상황의 도움 없이 ‘한국만의 힘으로는 모스크바를 통해 평양에 갈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2007년 4월~2010년 2월)에서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또 2011년~13년 중국 대사도 지냈다. 러시아는 1991년 수교 이후 한동안 친한(親韓) 정책을 폈지만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중국식으로 남북한 등거리 외교로 전환했다. 이 전 대사에게 동북아시아에서 발언권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의 외교 전략과 한반도 정책,한ㆍ러관계 전망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한다면.
- “푸틴 대통령이 신동방정책을 펴면서 역점을 두고 있는 플랫폼이 올해 3차를 맞은 동방경제포럼이다. 이 행사의 주빈으로 초대돼 참석한 것 자체에 의의를 둘 수 있다. 특히 세계 정치를 크게 움직이는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은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러시아 관련 사안은 최고 지도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  =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 구축 차원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볼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전화를 주고받았을 때 특사를 보낼테니 만나달라 했다. 푸틴 대통령이 ‘보내주시면 만나겠다’ 이렇게 약속을 한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원수 외에 어느 누구도 푸틴은 접견을 안 했는데 송영길 특사는 만난 것이다. 좋은 출발이었던 거다. 전에는 대법원장ㆍ국무총리가 가도 접견이 성사 안됐다.”  
 
북핵 갈등 국면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그널로 볼 수 있지 않나.  
“푸틴은 철저하게 남북 등거리 외교를 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ㆍ러 수교 초기만 해도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친한 정책을 폈는데 2000년 들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남북 등거리 정책으로 바뀌었다. 푸틴은 2014년 11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특사인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접견했다. 국가 원수를 제외하고 남북한 통틀어 첫 면담 인사였다. 당시는 2013년말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 정권이 국제적으로 거의 고립무원이던 때 아니었나. 북한에 숨통을 터주면서 대북 레버리지(지렛대)를 확보한 것이다. 러시아 외교는 간단치 않다.”
 
러시아 외교의 특성을 어떻게 봐야할까.  
“러시아는 미ㆍ러관계 프레임에서 세계 문제와 역내 정세를 해석하곤 한다. 서방으로부터 경제재제를 받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본격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양자관계에서 새로운 협력 여지를 찾고 있지만 러시아는 대미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선 한ㆍ러 관계의 폭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우리 정부는 한·러 협력을 향후 남북관계 개선됐을 때를 대비한 마중물로 보는데.
“극동 개발의 협력 파트너로 우리가 제일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북방영토 건 때문에 민감하고 중국은 동북3성 1억 인구가 쏟아져 들어올까 겁을 내고 있다. 기술ㆍ자본ㆍ인력 측면에서 한국만큼 맞는 파트너도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기대를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 남ㆍ북ㆍ러 개발 사업은 북한을 빼면 실질적으로 진행이 안된다. 북한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ㆍ러간 경제협력을 무작정 치고 나가기엔 사업성이 불확실하다. 한ㆍ러만으로 뭘 하려고 하면 안 됐던 사례는 수두룩하다.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를 대비해 그때 불을 당길 수 있는 작은 모멤텀 정도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전술핵 재반입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비확산 측면에서 미국과 가장 호흡 잘 맞춰온 영역이 미ㆍ러간 핵균형 아닌가. 동북아에 핵도미노 논란이 이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미ㆍ러 간에는 핵의 규모와 양에 대해 서로 합의한 게 있기 때문에 우려는 표명하겠지만 추가 생산이 아닌 이동 문제를 놓고 어깃장을 놓고 반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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