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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유해물질엔 정부가 유난 떨어야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전원주택으로 옮긴 대학 때 은사를 얼마 전 뵈었다. 옆집 사람이 마당 잔디밭에 제초제를 뿌리는 것을 보고 한마디 하셨는데 반응이 시큰둥했던 모양이다. “다들 마당 아래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마시는데 너무 무심하다”며 답답해하셨다.
 
경기도 과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교실에서 석면 제거 작업을 벌였다. 학부모들은 미리부터 제대로 작업하라고 당부했지만 작업 후 교내 곳곳에서 석면 가루가 발견됐고, 학부모 항의로 개학이 연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교육청 직원들이 방진복이나 진공청소기 같은 안전 장구도 없이 교실 창문을 열고 청소했고, 이 때문에 주변 아파트 단지로 석면 가루가 날렸다는 의심까지 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올여름 전국의 1279개 학교에서 석면 제거 작업을 했지만 대부분 전문업체가 아닌 곳이 맡았다”며 “학교 석면 문제는 환경부와 교육부·고용노동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각지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농약이든 석면이든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 비근한 사례가 바로 살충제 계란이다. 축산농가에서는 살충제를 닭에게 바로 뿌려도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친환경 계란’이라고 판매한 것도 그 때문일까.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판매한 업체, 이를 감독했어야 할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살균제를 물통에 넣은 채 가습기를 가동하면 살균제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고 그게 사람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왜 생각을 못 했을까. 알면서도 별것 아니라고 넘겼을까.
 
소비자들이 걱정하면 일부 전문가는 “큰 문제가 없는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핀잔을 준다. “살충제 계란이라도 하루 2.6개씩은 먹어도 문제없다”는 식이다. 물론 그 말처럼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은 문제없을 수 있다. 소비자가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안심시킬 필요도 있다. 하지만 화학물질에 특별히 민감한 사람도 있다. 기준치는 현실과의 타협일 뿐이다.
 
시민의 과민증을 탓하기에 앞서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람들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정부도 유해물질 앞에선 유난을 떨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아직은 불감증보다 과민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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