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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고향

고향  
-조말선(1965~)
  
 
벗어놓은 외투가 고향처럼 떨어져 있다
내가 빠져나간 이후에 그것은 고향이 되었다
오늘 껴입은 외투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면
한 번 이상 내가 포근하게 안긴 적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벗어놓은 외투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빠져나가자 그것은 공간이 되었다
후줄근한 중고품
더 이상 그 속에 있지 않은 사람의 언어
 
 
국어 시간에 시를 배울 때 가끔 등장하던 ‘객창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여행자가 객지살이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르는 말이다. 고향에서 이탈한 자는 벗어놓은 외투를 바라보듯이 고향을 바라본다. 나를 안아주었던 따뜻한 공간은 내가 빠져나옴으로써 의미 없는 공간이 되었다. 나는 사람의 언어와 사람의 체온을 잃었고 고향은 후줄근한 중고품이 되었다. 내가 성장하고 성공하는 동안 고향은 나보다 빠르게 늙어버린 것이다. 아파트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는 시원으로서의 고향마저 없다. 그들의 기억 속에 오래된 나무와 골목길과 대문과 담벼락이 없기 때문이다. ‘고향’이라는 고색창연한 말, 국어사전에서도 사라지는 날이 온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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