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현기의 시시각각] 전술핵 재배치의 불편한 진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언론과 정치권에서 일제히 ‘전술핵 재배치’를 들고나왔다. 1991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핵을 26년 만에 다시 들여오자는 얘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소형 핵탄두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여기에 “미 정부도 한국이 요구하면 고려할 것”(NBC 방송),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10일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는 미국발 뉴스가 백가쟁명식 논쟁에 불을 붙였다. 자유한국당 대표단은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이번 주 워싱턴을 찾는다. 정말 우리가 맘만 먹으면 당장 전술핵 재배치가 가능한 것일까.
 
전술핵을 들여오려면 크게 세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미국의 동의. 솔직히 이게 제일 문제다. 현재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건 B-61 전술 핵탄두. 680기 중 180기가 유럽에, 500기는 미 본토에 있다. 2019년까지 최신형 ‘mod-12’로 개량하는 데 예산 110억 달러(약 12조5000억원)가 소요된다. 이 비싼 전술핵을 한반도에 놓게 되면 방호·관리에 수천 명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 지난 6차 핵실험 직후 우리의 ‘전략자산 전개’ 요청에도 “그런 돈 없다”며 거부했던 트럼프다. ‘남는 장사’ 아닌 곳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리 만무하다. 매케인이 한마디 하긴 했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 대다수는 아직 전술핵에 부정적이다. 게다가 내년도 세부 국방예산이 담긴 ‘국방수권법(NDAA)’이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이르면 이번 주 상원을 통과한다. 물론 여기엔 한반도 전술핵 부분은 빠져 있다. 트럼프와 상원 모두 마음을 급변경하는 이변이 없는 한 ‘게임 끝’이다.
 
설령 우리가 비용을 전부 혹은 일부 떠안는다 해도 트럼프가 예민한 핵 자산을 한국에 떠넘겨 줄 분위기도 아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전략포럼’이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비공개 세션에서 미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실제로 북한에 ‘유화책(appeasement)’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한다. ‘유화책’은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가 한국의 대북정책을 조롱하듯 비난하며 썼던 표현이다. 미국은 동맹이면서 함께 가지 않으려는 한국에 화가 나 있고, 한국은 동맹이면서 배려 않는 미국에 화가 나 있다. 기본적 신뢰가 없으니 전술핵 논의를 진전시킬 수 없다. NBC 보도와 매케인 발언은 유엔 제재를 앞두고 ‘중국 압박’을 위한 의도적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장벽은 국내 여론. 청와대와 진보세력 등 반대파는 “전술핵 배치는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하지 못하게 되는 논리적 함정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사드 한 세트 들여놓는 데도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전술핵을 들여온다고 하면 어떤 소동이 일어날지 ‘안 봐도 비디오’다. 마지막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집착하는 중국은 ‘사드 보복’의 몇 배, 몇 십 배에 달하는 제재와 압박을 우리에게 가해 올 것이다. “김치만 먹어 멍청해졌다”는 저질 막말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물리적·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겠는가.
 
위의 세 가지가 동시 해결된다는 것은 마술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전술핵 논의를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미온적인 중국을 압박해 나갈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어차피 북핵과의 싸움은 중장기전에 돌입했다. 최선, 차선 다 물 건너갔고 남은 카드가 전술핵뿐이라 판단되면 지금부터라도 달려드는 수밖에 없다. 하나하나 풀어 나가되 당장은 ‘물주’, 미국과의 신뢰회복이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