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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위안부 피해자 한 명 한 명 껴안고 ‘눈물 흐릅니다’

“여러분(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개개인이 당한 고통은 결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군의 유대인 대학살)에 희생된 소녀 안네 프랑크에 못지않습니다.”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73)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찾아 생존 할머니들을 안네 프랑크와 견주며 가슴 깊이 끌어안았다. 안네 프랑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참상을 기록한 『안네 프랑크의 일기』로 유명하다.
 
이날 오후 3시쯤 나눔의집에 도착한 슈뢰더 전 총리는 야외 광장에 설치된 추모비에 참배한 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과 양기대 광명시장으로부터 ‘못다 핀 꽃 소녀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이야기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이야기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위안부 역사관도 살펴봤다. 위안소 재현 공간에서는 표정이 굳어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3시30분쯤 생활관에서 이용수(90)·이옥선(91)·박옥선(94)·하점연(96) 할머니와 만났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대인의 희생과 할머니들의 희생이 역사적으로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 속에서 희생된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며 “여러분은 인권을 실현하는 분들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쓰는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복수나 증오가 아니라 일본이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뿐이라고 들었다”며 “저 역시 생전에 (할머니들에게) 그런 일이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잠시 뒤 슈뢰더 전 총리는 나눔의집에 안네 프랑크 액자와 동상 사진, 1000만원을 기부했다. “작은 도움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다.
 
나눔의집은 답례로 슈뢰더 전 총리에게 김순덕 할머니(2004년 별세)가 생전에 그린 ‘끌려감’이란 작품과 소녀상 모형을 선물했다. 또 피해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주제로 만든 영문소설 ‘터치 미 낫(Touch Me Not)’도 전달했다.
 
이날 나눔의집 냉방장치는 고장 나 있었다. 여기에 취재진 수십여 명이 몰리면서 만남이 이뤄진 생활공간은 찜통이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슈뢰더 전 총리는 아무런 불편한 기색도 내지 않고 할머니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어깨를 감쌌다. 손을 맞잡는 것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고통에 강한 공감을 해서다. 보다 못한 수행원이 티슈를 건네줄 때까지 이마의 땀도 닦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먼 길 오신 (슈뢰더 전 총리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독일이 사죄하는 모습에 감명받아 울었다”며 “(가해국 독일에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아) 행복한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우릴 찾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나눔의집 방명록에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릅니다”고 적었다.
 
앞서 슈뢰더 전 총리는 ‘못다 핀 꽃 소녀상’ 앞에서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준 할머니들에게 사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위안부’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위안’은 자발적이라는 의미가 담겼는데 (피해) 여성들은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된 분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피해자 중심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란 표현이 보다 정확하다는 의미다. 또 슈뢰더 전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충분히 자격이 있고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광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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