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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우연적인 사건 이어지는 시 부쩍 늘었다

10일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장면.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연·백지은·윤성희·이신조·전성태·조재룡·문태준씨. [오종택 기자]

10일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장면.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연·백지은·윤성희·이신조·전성태·조재룡·문태준씨. [오종택 기자]

한국문학의 새 얼굴을 찾는 제18회 중앙신인문학상이 예심을 마쳤다. 시, 단편소설, 문학평론, 이렇게 세 분야에 걸쳐 8월 한 달간 각각 788명, 870편, 30편의 응모작이 접수됐다. 작품 보는 눈이 정확한 예심위원 7명이 10일 종일 심사한 결과 시는 14명, 소설은 13편, 평론은 9편을 본심에 진출시켰다. 중앙신인문학상은 요즘의 문학 좌표, 예비 작가들의 수준과 관심사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참고점이다. 문학이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응모작에는 한국사회가 투영돼 있다. 예심위원들의 심사평을 전한다. 올해 시 예심은 시인 문태준, 문학평론가 조재룡, 소설 예심은 소설가 김도연·윤성희·이신조·전성태, 평론가 백지은씨가 했다. 두 평론가는 평론 예심을 겸했다.
 
외국 배경인 소설 늘어
 
문태준 시인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택시운전사’ 등)의 영향 때문인지 금남로, 광장 등을 다룬 시 응모작들이 더러 있었다”고 했다. 원주민 섬멸작전, 강제 이주 등 해외의 비극에 손댄 작품들도 ‘사회적 응모작’에 포함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외국이 배경이거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다룬 작품이 아무래도 늘었다. 전성태씨는 “등장인물들이 멀쩡한 한국 사람들인데 이름만 폴, 베티 같은 외국 이름을 붙인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카톡에서 유통되는 일상어는 이제 소설의 언어가 됐다.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다. 이신조씨는 “미세먼지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나 기후가 인물의 불안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응모작도 있었다”고 했다.
 
시의 사건들도 인과관계 있어야
 
문태준씨는 “시 한 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사건이 긴밀한 인과관계로 묶이지 않고, 우연적이고 연쇄적으로 배치된 느낌이어서 마치 영화 시퀀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런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조재룡씨는 “과거에 비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응모작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패기 부족’ 현상은 소설 응모작에서도 보였다. 이신조씨는 “소설쓰기의 정공법에 충실하달까. 묘사가 풍부하고 상황을 충분히 풀어서 설명하는, 그래서 성실히 썼다는 느낌은 들지만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은 덜한 응모작이 많았다”고 했다. 윤성희씨도 “20대가 그 연령대에 고민할 것 같은 내용을 다룬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고 평했다.
 
소설이라는 장르 특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도연씨는 “소재는 참신한데 문장이 탄탄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신조씨도 “하고 싶은 이야기나 인물의 독특함을 소설적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는 데 그친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백지은씨는 “50, 60대로 보이는 응모자가 자기 삶을 회고하는 경우 스스로의 삶을 정당화하는 재확인 과정일 뿐 정작 인생의 의미에 관한 탐구나 모색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아쉬웠다”고 했다.
 
안정적·독창적 작품에 점수
 
앞서 거론한 단점이 상대적으로 덜한 작품들이 예심 관문을 통과했다.
 
조재룡씨는 “문장이 탄탄하고 실험을 주저하지 않거나, 새로운 사유를 벼려내려고 노력한 작품들을 본심에 올렸다”고 했다. 문태준씨는 “안정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윤성희씨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고민을 풀어낸 흔적이 보이는 작품에 손이 갔다”고 했고, 이신조씨는 “응모작 한 편이 아니라 다른 작품도 보고 싶게 만드는 응모자에게 끌렸다”고 말했다. 전성태씨는 “응모자들은 동시대의 최첨단 감수성에 예민해야 한다. 그게 문학 신인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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