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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먹거리 포비아 왜 발생하나요

Q. 요즘 엄마가 못 먹게 하는 게 많아요. 자주 먹었던 계란, 소시지 반찬도 식탁에서 사라졌습니다. ‘먹거리 포비아’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게 뭔가요?
 
덜 익힌 햄버거, 살충제 계란 … 음식 공포증 부쩍 커졌죠”
 
A. 틴틴 친구가 좋아하는 반찬을 못 먹고 있나 보네요. 계란이나 소시지뿐 아니라 햄버거 등 요즘 부모님이 먹지 말라고 하는 음식이 많을 거예요. 다 틴틴 여러분의 건강을 걱정하기 때문이랍니다.
 
포비아(Phobia)는 공포증을 뜻해요.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발생하는 공포로 이해하면 돼요. 먹거리 포비아는 음식에 대한 공포를 말하겠죠. 요즘 부모님이 음식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최근 퍼지고 있는 먹거리 포비아의 시작은 닭고기에서 시작됐어요. 올 3월 브라질에서 축산물 부정 유통이 문제가 됐어요. 브라질에서 부패한 닭고기를 수출한 거죠. 당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받았어요.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일제히 브라질산 닭고기 판매를 중지했어요. 곧 브라질 정부가 ‘한국에는 문제의 제품(부패한 닭고기)을 수출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죠.
 
이어서 햄버거가 도마 위에 올랐어요. 지난 7월 네 살 어린이가 맥도날드 불고기버거 세트(지난해 9월)를 먹고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어요. 해당 어린이의 부모가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죠. 이 병은 고기를 잘 익히지 않고 먹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 오염된 야채 등을 섭취하면 걸릴 수 있어요.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린 사례가 나오면서 이후로 햄버거병으로 불렸지요.
 
병에 걸리면 짧은 시간에 신장이 망가져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투석을 받아야 하죠. 맥도날드측은 ‘당시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말 전주에서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를 먹은 초등학생 8명이 집단 장염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공식 사과를 하고 해당 햄버거를 판매 중지했어요. 아직까지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어요. 맥도날드는 외부기관의 검사를 받겠다고 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에요.
 
지난달 초엔 이른바 ‘용가리 과자’가 문제가 됐어요. 천안의 한 워터파크 인근에 있는 이동식 매장에서 이 과자를 사먹은 초등학생이 위에 5㎝ 정도 구멍이 나 응급수술을 받았어요. 이 과자는 액체질소를 활용해 만든 과자인데 입에 넣고 씹으면 코와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와 용가리 과자로 불려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6일 관련법을 개정해 음식에 액체질소가 남아 있지 않도록 안전기준을 강화했어요.
 
먹거리 포비아가 절정에 달한 건 이른바 ‘살충제 계란’ 때문이에요. 7월 20일 벨기에에서 살충제 계란 우려가 처음 제기됐어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닭에 사용하는 살충제 일부 성분인 피프로닐이 계란에서 발견된 거죠. 유럽연합(EU)은 지난달 7일 “프랑스·영국·스위스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발표하는 등 유럽 전역으로 파동이 확산됐어요.
 
같은달 10일 류영진 식약처장은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5일 후에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돼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어요.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이날 바로 계란 판매를 중지했고 다음날인 16일 오후부터 검사를 통과한 계란만 판매를 시작했어요.
 
이어 식약처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1~2살 영유아는 하루 24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발표했지만 비난만 받았어요. 대한의사협회는 ‘장기간 섭취했을 때 서서히 나타나는 만성 독성의 영향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박했어요. 한국환경보건학회도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인데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어요.
 
같은달 말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은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가 도마에 올랐어요. E형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나 덜 익은 돼지고기 등을 통해 감염돼요. 대부분 경미해 증상만 앓고 넘어가지만 간혹 간 손상이나 간 부전을 일으키기도 하죠. E형 간염에 걸린 돼지고기도 섭씨 70도 이상에서 2분만 가열해도 죽지만 국내 대형마트 3사는 25일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리를 원료로 만든 베이컨과 소시지 판매를 중단했어요. ‘먹거리 포비아가 퍼지고 있는 시점에서 소비자의 불안감을 미리 방지하고자 내린 조치’라는 이유에요. 이달 초 식약처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햄·소시지 같은 제품에서 E형 간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어요.
 
사실 먹거리 포비아는 먹거리 자체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정부나 식품·유통업체의 미숙한 대응도 영향을 미쳤어요. 살충제 계란의 경우 오락가락한 정부의 발표가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와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계란을 사먹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마트의 계란 매출(지난달 24일~이달 6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했어요.
 
맥도날드도 햄버거병 논란이 일어난 후 줄곧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집단 장염이 발생하면서 공식 사과에 나섰죠. 햄버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지난달 맥도날드를 비롯한 햄버거업체 매출은 평균 20~30% 하락했어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친환경 먹거리가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어요. 가둬서 키우지 않고 방목한 동물의 고기나 우유, 유기농 야채 등의 매출이 오르고 있어요. 값이 더 비싼데도 말이죠. 이마트에서 판매한 동물복지 삼겹살은 일반 삼겹살보다 9% 비싸지만 매출이 65% 늘었어요(표 참고).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채소(422%), 유기농 우유(40%)를 찾는 수요도 많아요.
 
각 식품업체들이 양심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친환경 먹거리를 편하게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예컨대 무항생제 한우를 생산하려면 소가 아플 때 항생제를 대신해 투여할 약을 비싸게 주고 사야 하고 방목을 하려면 큰 목장이 필요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요. 가둬서 키울 때보다 관리하는데 힘도 들죠. 이런 부분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져요. 정부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틴틴 여러분도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살피며 건강한 먹거리를 고르도록 노력해요. 결국 내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겠죠?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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