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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사는 예술가] 같은 듯 다른, 가까운 듯 머나먼 '이웃 작업실'

예술가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작업실을 두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고 연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외부와의 단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완벽하게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예술가들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만의 공간을 둔 상태로 일반인, 혹은 다른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화성시 봉담읍에 소재한 전경선, 이윤기, 김도근 작가들이 그렇다. 이들은 서로의 작업실이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다. 심지어 이 중 두명은 같은 건물을 쓴다. 같은 동네에 자리한 이들 세 작가는 10년 전 한 권의 책을 함께 공부하며 작가의 자세와 작업의 발상,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태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가깝게 지내면서도 또 나름의 길을 따라 분연히 살안간다. 예술가의 옆집에 사는 예술가. 이들 세 작가와 그들의 작업실을 만나봤다.







▶ 2차원과 3차원을 유영하는 공간예술가 - 전경선 작가







화성시에코센터에서 작게 난 샛길을 따라 올라가자 전경선 작가의 작업실이 보였다. 겉보기에는 마당에 뛰도는 개가 있는 평범한 주택이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봤을 때 숲을 내재 하고 있는 커다란 사람 형체의 조각이 반겨줬다.



전 작가의 조각은 무언가 특이하다. 세밀한 드로잉으로 평면화 작품을 완성 한 후, 이를 도면 삼아 목재로 반 입체조각 작품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분명 입체적인 조각이지만 그림같은 느낌과 채색이 만연하다. 그리고 작품의 평평한 후면은 그림에서 살짝 튀어나온 듯 한 느낌마저 준다. 마치 2차원과 3차원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자신과 사회에 대해 알아가고 또 표현하고자 한다. 그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사람과 동물, 그리고 등대 등의 사물이 조화롭게 섞여 있으며 각각이 가지는 의미와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자유로이 경계를 유영하던 전 작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겪었던 화재로 작업실과 이제까지의 작품, 드로잉들이 거의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사유와 고민의 표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주변 환기의 계기 삼아 더 풍부한 사고의 저변을 드로잉으로 마음껏 표현한 후, 이를 조각으로 만들어 현실에 솟아오르도록 한다. 또 최근까지는 그의 오랜 꿈이었던 저술에 대한 준비까지 마쳐 곧 어른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작업은 나에 대해, 그리고 나와 나 이외의 것들에 대한 관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경선 작가. 그의 예술은 무의식과 현실 간 관계의 추적이다.







▶ 일상의 모든 것과 대화하는 공공미술가 - 이윤기 작가





이윤기 작가의 작업실은 전경선 작가의 작업실에서 불과 5분여 거리 정도 떨어진 화성시에코센터 옆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작지도, 또 크지도 않은 2층 컨테이너 공간. 그곳의 2층이 이 작가의 작업실이었다.



이 작가는 본래 화가지만, 그의 작업실을 채우고 있는 작품들은 매우 흔한 그림, 조각품, 인물화 등 다양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소재가 된 대상이 모두 이 그와 한 번씩 교감이 있었다는 특징을 안고 있었다. 그렇게 이 작가는 세상의 모든 대상과 대화하고 그 안에서 영감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예술작품에 담아 후대에 좋은 이야기로 전달하려 한다.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각자에 대한 예찬과 연민, 때로는 분노와 실천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2012년부터 경기창작센터에서 생태와 커뮤니티의 쟁점을 예술로써 바로잡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업실 한켠에 있는 부엉이와 철새 오브제는 동탄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원래의 작업실을 떠나야 했을 때의 그의 처지를 담았다. 그는 사라져가는 마을의 수호신인 부엉이를 기리는 한편, 정처 없이 떠도는 자신의 환경과 예술세계를 눈이 없는 철새에 빗대 조각했다.



이외에도 태안 기름유출 사건 때 자원봉사에 나선 국민들이 나라의 보물이라는 생각에 국보 백자에 자원봉사자들을 그려넣기도 하고, 어머니를 표현하고자 새끼를 품은 어미 새의 모습을 조각하기도 했다. 기르던 개나 주변에 친한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담은 초상화를 그리기도 한다.



이 작가에게 있어 예술은 혼자만의 영역이 아닌, 환경과 현실에 유연하게 작용하는 소통이다.







▶ 세상을 향해 실천하는 실용예술가 - 김도근 작가





김도근 작가는 언뜻 보면 예술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단 그는 조각가이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다. 화성시에코센터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용 장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누구나 일상적인 재료와 난이도로 만들 수 있는 공기청정기, 전등 등이다. 현대사회의 제1덕목인 생산성보다는 생활에서의 기쁨과 행복을 추구한다. 현재 그가 연구하고 있는 것들 역시 그 일환이다.



김 작가는 예술이란 사회 참여와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은 미술관보다는 공동체와 이웃에게 주로 선보여지고 직접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고 여긴다. 그에게서 미술적인 감각은 마지막 단계다. 그런 그의 생각은 그를 ‘실용 예술가’로 만들었다.



그는 “예술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대중에 풀어놓는 것이다. 미술관보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나는 얼핏 보면 작가 같지 않지만 나의 삶 자체가 곧 사회에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체와 사람에게 스며들어가는 활동을 하다보니 그는 작업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중요시 하게 됐다. 그런 그의 마인드는 건강한 마을 만들기, 환경교육 등의 활동으로 연결됐고, 그 안에서 김 작가는 또 다른 예술성을 찾는다.



미술관, 전시장보다 바로 내 옆집을 선택한 김도근 작가.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날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는 현대미술의 경계 속에서 그는 어쩌면 예술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

※위 기사는 중부일보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부일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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