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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의 만만한 리뷰] (6) 츤데레 할아버지의 아내를 위한 노래, 영화 '송포유'

영화 '송포유'에서 츤데레 할아버지 역을 맡은 테렌스 스탬프(아서 역).

영화 '송포유'에서 츤데레 할아버지 역을 맡은 테렌스 스탬프(아서 역).

 

'츤데레'라는 말 아시나요? 일본어 츤(일본어: つん)과 데레(일본어: でれ)의 합성어로,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툴툴대는 것으로 보여도 속으로 이것저것 챙기는, 속정 깊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출연하고 있는 이서진 씨가 대표적인 츤데레라고 할 수 있죠.
 
여기 남에겐 불친절하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츤데레’ 할아버지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가 있습니다. 퉁명스러운 말투에 어디서나 소리를 지르고, 남이 상처받든 말든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괴팍한 이 할아버지의 반전매력은 아내 바보라는 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는 아내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은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시한부입니다. 아서는 그녀가 죽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그녀가 최근 꽂힌 건 바로 노래. 친구들과 어울려 합창 연습을 할 때면 메리언이 아픈 사람이었나 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노래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연금술사(연금으로 술~술~사는 사람들)' 합창단은 한가지 목표가 있는데요. 바로 그건 합창대회에 나가는 일입니다. 아서는 내심 아내가 합창대회의 결과 때문에 실망할까 봐 달가워하지 않는데요. 그래도 아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툴툴대도 연습에는 함께 갑니다.
 
내키진 않지만 아내와 함께 합창 연습에 참여하는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영화 '송포유'

내키진 않지만 아내와 함께 합창 연습에 참여하는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영화 '송포유'

 
어느 날 메리언은 합창대회 연습을 하다가 결국 쓰러집니다. 병원에서는 암이 퍼질 대로 퍼져 더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통보를 받죠. 실의에 빠진 이 부부를 위해 다음날 이른 아침 합창 단원들은 메리언의 집 앞에서 노래로 위로합니다. 하지만 아서는 또 불같이 화를 내는데요. 아내를 위한 마음에서 였을거라고 짐작은 가지만 메리언은 무척 화가 났죠. 일부러 시간 내 노래 선물을 하러온 친구들에게 윽박지르다니요. 메리언은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노래교실에 가게 해주지 않으면 그전까진 말을 하지 않기로 합니다. 별 수 있나요. 이 아내바보, 결국 항복하는 수 밖에요. 
 
아서는 메리언과 함께 노래교실에 나가 합창단원들에게 그만의 방식으로 사과아닌 사과를 합니다. 이후 합창대회 오디션을 위해 연습에 박차를 가하죠. 이 합창단은 다른 합창단과는 달리 다소 파격적인(?) 곡 선정을 통해 노래연습을 하는데요. 합창단 하면 우리가 으레 짐작할만한 노래들은 부르지 않고, 스티비 원더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부터 솔트 앤 페파의 'Let's Talk about Sex'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의외로(!) 실력있는 합창실력에 놀라게 되실 겁니다.
 
대망의 오디션 당일. 연금술사 합창단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원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줍니다. 메리언은 솔로파트에서 신디 로퍼의 트루컬러(True Colors)를 부르는데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노래 가사가 꼭 남편 아서에게 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션에서 연금술사 합창단이 노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영화 '송포유'

오디션에서 연금술사 합창단이 노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영화 '송포유'

 
“아름다운 당신 참모습
난 가슴으로 보았네
꽁꽁 감춰진 따스함
그래서 당신을 사랑해
두려워 말고 보여줘요
당신의 진짜 모습
아름다워라
무지갯빛 그대여"
 
 
오디션 이후 메리언의 건강상태는 점점 나빠져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내겐 전부였던 아내가 다른 세상 사람이 되버린 이후 아서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한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아서는 메리언이 자신을 위해 불러준 노래처럼 용기를 내어 그녀를 위한 노래를 하려 합니다. 
 
불통 할아버지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영화 '송포유'

불통 할아버지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영화 '송포유'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불통 할아버지 아서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가는 과정 입니다. 아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과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 그이지만, 아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기 그지없습니다. 심지어 하나뿐인 아들에게도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한마디 제대로 건내지 못하죠. 그래서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합니다. 이런 아서가 어떻게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지 눈여겨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부부가 삶을 대하는 방식 입니다. 메리언은 죽음에 대해 두려워 하면서도 당당합니다. 자신에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걸 받아드리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매사에 열정적이고 긍정적입니다. 하고 싶은 일(합창)에 대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고집도 있죠. 휠체어 없이 그녈 본다면 아픈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을 만큼 재치있고 유머러스 합니다.  
 
매사 긍정적인 아내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영화 '송포유'

매사 긍정적인 아내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영화 '송포유'

 
반면 문제적 남편 ‘아서'는 매사 부정적 입니다.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결코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큰 소리 치죠.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이 거칠고 날이 서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우리네 아버지 세대를 많이 닮았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이란걸 했는지... 이런 아서가 아내를 대신해 합창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송 포 메리언(Song For Marion)' 입니다. 아내가 전부였던 츤데레 할아버지 아서는 과연 아내를 위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송 포 유
영화 '송포유'

영화 '송포유'

감독ㆍ각본: 폴 앤드류 윌리엄스 

출연: 테렌스 스탬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촬영: 카를로스 카타란
음악: 로라 로시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 시간: 9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13년 4월 18일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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