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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前 차관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유화책 아냐"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 정책은 전혀 유화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동맹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접근을 하겠다는 것은 한·미가 북한의 위협에 함께 맞서기 위한 좋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서 대북정책 전반 조율 '한반도통'
"미국과 함께 북핵 접근 文, 책임있는 파트너"
"비핵화, 동결로 시작되겠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아"
"北 핵개발 서두르는 건 제재가 타격 주고 있다는 방증"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서울안보대화 참석차 방한한 러셀 전 차관보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책임 있는 파트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진전으로 미국이 본토에 대한 위협을 우선시한 나머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가 동결인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협상팀으로 관여했으며, 주한미국대사관 북한 담당과 국무부 일본 담당 과장 등을 지낸 국무부 내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꼽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차관보에서 물러나 지난 4월부터 뉴욕에 본부를 둔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가.  
이번 핵실험이 기술적 측면에서 중요한 사건(milestone)이었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달성에 큰 퇴보인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손에 잡히는 어떤 혜택도 얻은 것이 없다. 핵은 오히려 국제 사회가 북한을 표적으로 삼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북한은 비극적으로 가난하고 후퇴한 나라가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힘도, 번영도 달성하지 못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도출한 9·19 공동성명에서 제시한 (북·미 간) 외교관계 정상화, 안보 보장 등은 여전히 유효한 방안들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힘으로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정성 있고 믿을 수 있는 협상의 결과물로서만 얻을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등이 논의되고 있다. 더 강한 제재가 가능할까.
제재가 북한이 노선을 바꾸도록 즉각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북한이 빠른 속도로 핵·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데는 제재가 정권의 안정성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도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성공적인 경제 주체가 아니다.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의 공급이 없으면 유지가 힘들다. 이미 더 중요한 곳에 써야 할 소중한 자원들을 다른 데 전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꾸준히 단호하게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정은이 아무리 싫어도 핵을 포기하는 플랜B로 가는 것 외에는 현실적 선택지가 없음을 깨닫고 결정을 내리는 때가 올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들과의 교역 중단 등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개인도 제재)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방안 아닌가.
어느 나라와 모든 무역 관계를 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이 북한을 지원하는 불법 활동이 밝혀진 회사와의 거래를 끊겠다는 의지를 간단히 표현한 것이라면 이는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한국, 일본이 제3국 기업에게 ‘당신이 불법적으로 북한과 거래한다면 우리나라 회사나 은행과는 일하지 못할 것’이라며 선택을 하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합리적인 방안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이나 예방 전쟁은 미국이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인가.
그렇다. 미국은 그렇게 할 능력과 선택지가 있다. 우리와 우리의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항상 그래왔다. 미국은 어떤 비상 사태에도 완전히 준비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하려는 것은 놀라게 하고 겁을 주는 일종의 협박이지, 전투는 아니다. 또 한·미 군이 엄청난 군사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긴밀한 조율을 하는 한 북한이 계산 착오를 하진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정책으로 표현했다. 한국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혀 유화책이 아니다. 파트너와 함께 공동의 접근으로 북핵 문제를 풀려는 문재인 정부는 책임 있는 파트너다. 함께 극복할 어려운 문제들이 있지만 수십년 동안 양국은 가치를 공유해왔고, 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이 제안하는 쌍중단(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동시에 중단하고 협상 시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합법적인 방어훈련과 너무나 당연한 북한의 국제법 의무 준수를 교환하자는 것은 터무니 없다(absurd). 또 쌍중단의 기본 전제는 실체가 없는, 북한의 선전선동인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기반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계속 퇴짜를 맞았다. 중국의 쌍중단 제안은 더 이상 워싱턴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평양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중단해야 할 것은 대북 원유 공급과 북한의 불법적 금융 거래 활동을 묵인하는 일이다.
 
미국의 목표가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하향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국 내에 있는데. 서울 대신 샌프란시스코를 지켜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 것 아닌가.
먼 길이지만, 한반도 비핵화 달성은 우리의 목표이며 목표이어야만 한다. 동결에는 양면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비핵화를 향해 가는 어떤 길도 동결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한 상태로 멈추는 것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미국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인이 걱정할 일이 많지만, 미국이 핵 동결만으로 만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동결은 나쁜 짓을 그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한다고 세계가 북한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나. 그것은 북한의 당연한 의무 아닌가. 또 북한이 동결을 한다고 말해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이라는 위험을 감수할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동결은 핵 개발의 일시적인 지연 이상은 아니다. 북한은 언제든 다시 핵을 집어들 수 있고 비밀스럽게 계속 개발할 수도 있다. 동결이 필수적인 비핵화의 첫 단계라고 해도, 국제 사회가 보상해주거나 만족할 일은 아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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