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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 삼고자 했는데…노무현 정부 ‘이라크 파병’과 판박이 같은 문재인 정부 ‘사드 배치’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불법 부당한 사드 추가 배치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불법 부당한 사드 추가 배치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년 만의 데자뷔’
문재인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임시배치는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때와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진보 개혁 진영의 반대 여론 확산
2003년 노무현 정부도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후폭풍 겪어
‘美 요구→절차적 정당성 앞세운 시간벌기→요구 수용’ 과정 흡사
결정 이후 진보 단체 등 지지층이 강력 반발한 것도 비슷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온 진보 진영의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8일 청와대 앞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불법 부당한 사드 추가 배치 강행 규탄’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의 팻말에는 ‘박근혜 적폐 문재인 완성’, ‘우리가 만든 촛불정부 맞는가’ 라는항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배치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시작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배치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 결정 때 비슷한 후폭풍을 겪었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은 당시 취임 한 달이 채 안 된 노 전 대통령에게 파병을 요청했다. 당시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돼 미국에서 선제공격론이 대북 카드의 하나로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파병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었던 노무현 정부는 2003년 5월, 소규모 비전투병을 파병했다. 병력은 673명이었다.
 
이라크에 파병되는 공병ㆍ의료 지원부대인 서희ㆍ제마 부대원들이 2003년 5월 30일 새벽 서울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라크에 파병되는 공병ㆍ의료 지원부대인 서희ㆍ제마 부대원들이 2003년 5월 30일 새벽 서울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빈 기자

하지만 미국이 그해 9월 추가 파병을 요청해왔다. 지지층 사이에 반대 여론이 들끓자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최우선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여론은 파병 반대론이 56.1%(9월 15일자 중앙일보 여론조사)로 우세할 때였다.  

이 와중에 노 전 대통령 집사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연루된 SK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10월 10일)면서 자신의 직을 내걸었다. 
 
2004년 7월 20일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7월 20일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그로부터 열흘 뒤인 10월 20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파병 요구와 관련해 “재신임 국민투표라는 국내적 절차가 선행돼야 하니 구체적인 결정은 좀 뒤로 미루자”고 설득했다. 시간을 벌어놓은 노무현 정부는 1년 뒤인 2004년 8월 평화재건군을 파병했다. 3000여명의 전투병이 파견되긴 했지만 대부분 후방에서 재건활동에 주력했다. 하지만 지지층은 “명분 없는 전쟁에 동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취지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은) 정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안보실에서만 논의가 됐다”며 “안보 사안이더라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취지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은) 정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안보실에서만 논의가 됐다”며 “안보 사안이더라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14년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으로 이 과정을 직접 겪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5월 25일 첫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은 정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안보실에서만 논의가 됐다”며 “안보 사안이더라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전개과정을 보면 이라크 파병 결정 때와 판박이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의 적극적 요구로 불이 붙었다는 점, 지지층이 반대하는 사드 도입 문제를 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워 국회비준 동의를 강조하거나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을 벌어두는 과정 등이 그렇다.
발언하는 김종대 의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정의당 김종대 의원(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사드배치 강행 관련 항의 방문’을 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당 강은미 부대표. 2017.9.8  mo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발언하는 김종대 의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정의당 김종대 의원(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사드배치 강행 관련 항의 방문’을 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당 강은미 부대표. 2017.9.8 mo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결정 이후 지지층의 격한 반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우군 역할을 해왔던 정의당은 사드가 배치된 지난 7일 당 상무위에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 출범 초 약속했던 사드 배치 진상규명,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세 가지를 모두 뒤집었다” (이정미 대표)면서다. 김종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푸들로 전락했다"고까지 비난했다. 정의당 강은미 부대표와 김종대 의원은 8일 국방부 를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드 배치에는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많은 만큼 이 결과가 노무현 정부의 재판(再版)까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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