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마존 '에코', KT '기가지니', 구글 '홈', SKT '누구'.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인공지능(AI) 스피커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실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AI 스피커 4개 제품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성인식이 미흡했다’는 대답(중복 응답)이 57%에 달했다. 또 ‘연결형 대화 곤란(46%)’‘외부소음을 음성명령으로 오인(37%)’ 등이 미흡한 점으로 꼽혔다. 조사 대상 제품은 KT의 ‘기가지니’, SKT의 ‘누구’,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홈’이다.
AI 스피커 만족도 조사. 자료 한국소비자원.
이용자의 68%는 AI 스피커를 구매한 동기로 ‘호기심’을 꼽았다. 구매 전에 가장 기대했던 기능은 ‘쉽고 편한 음성 인식(46%)’, ‘기기와의 일상 대화(23%)’, ‘일정 관리(13%)’ 순이었다. 그러나 구매 전 기대치가 가장 높은 ‘음성인식’ 기능에 대해 실제 사용자들은 '가장 미흡하다'고 답한 셈이다.
AI 스피커 만족도 조사. 자료 한국소비자원.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음악 재생(71%)’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날씨·교통정보' ‘인터넷 검색’ 순이었다. 기능 중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날씨·교통정보’로, 4점 만점에 3.15점이었다. 이어 ‘음악재생’이 3.1점, ‘타이머·스케줄 관리’가 3.04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인공지능 스피커의 주요 특성인 ‘일상대화’ 항목은 2.78점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조사 대상자의 80%는 이용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고 답해 최근 들어 AI 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대부분의 이용자가 “호기심에 샀다”고 답해 AI 스피커에 대한 구매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중고나라’ 등 중고용품 사이트에선 AI 스피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이용자에 AI 스피커를 임대할 경우 ‘임대 기간’과 ‘임대료 부과 기간’을 달리 표시하기도 했다. 임대 기간은 ‘무약정, 1년, 2년, 3년 중 선택’하게 돼 있지만, ‘임대료 부과 기간은 5년’으로 표시된 경우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임대 계약에 따른 소비자 권리·의무 등을 이용자에게 충분히 안내할 것을 관련 사업자에게 권고할 계획이다. 또 이용자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살 때 음성 인식 기능 등 중요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