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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10대 범죄는 나이 탓일까?

1940년 2월 17살 때 살인을 저질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헨리 몽고메리(가운데). 그는 지난 6월 21일 복역 54년만에 루이지애나주 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AP=연합뉴스]

1940년 2월 17살 때 살인을 저질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헨리 몽고메리(가운데). 그는 지난 6월 21일 복역 54년만에 루이지애나주 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AP=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 이어 강릉, 아산 등 10대 잔혹 범죄 사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점점 흉포하고 잔혹해지는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 곳곳도 10대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식과 달리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대 범죄가 드문 편에 속한답니다. 놀랍죠?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아홉 번째 이야기는 '범죄와 나이, 생물학, 문화'입니다.
 
미국의 10대 범죄 뉴스 반나절 분량
인천초등생 살인 사건의 공범 [연합뉴스]

인천초등생 살인 사건의 공범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선 8살짜리 소녀를 강간 살해한 10대 소년을 성인 법정에 세우느냐, 청소년 법정에 세우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피의자는 2015년 사건 당시엔 만 15세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게이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6년부터 관련법 개정으로 미성년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청문회를 거쳐 성인 형사 사법 제도에 편입시킬지 여부를 판사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성인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면 처벌을 받게 되지만, 청소년 재판을 받는다면 구금 시설에서 재활 과정을 거쳐 23세면 풀려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할아버지는 소년을 성인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6500건 이상의 서명을 받았죠. 반면 소년의 부모를 비롯한 측에서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며, 재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매리에타에서는 지난달 17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16세·17세 소년 두 명이 체포됐다고 AJC 뉴스가 6일 보도했습니다. 10대부터 갱이 되는 길로 들어선 셈입니다.  
 
◇텍사스 경찰은 14세 소녀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16세 소년을 체포해 청소년 구금 시설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피플지에 따르면 두 10대는 마리화나를 거래하기 위해 만났다고 합니다. 
 
데일리 헤럴드에 따르면 미국 유타 주 이글 마운틴에서는 18세 형을 칼로 수차례 찌른 16세 동생이 중범죄(2등급 중죄) 혐의로 5일 체포됐습니다. 14살짜리 여동생을 때리는 형을 말리려는 과정에서 팔과 가슴, 등을 찌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칼에 찔린 형은 아동 학대 경범죄로 기소됐고요.
 
'10대 범죄'로 구글링을 하면 경악할만한 숱한 뉴스가 나옵니다. 위에 열거한 뉴스는 한국 시간으로 9월 7일 오전 발행된 것들 중 일부만 소개한 겁니다.
 
10대는 범죄 저지르기 쉬운 나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는 지난 7월 SUV 차량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졌다. SUV 차량을 몬 17세 소년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A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는 지난 7월 SUV 차량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졌다. SUV 차량을 몬 17세 소년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AP=연합뉴스]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연령별 범죄 발생비(해당 연령 인구 10만명 당 범죄 건수)가 10대 중후반에 가파르게 상승하다 성인이 되면 주춤해진다는 게 상식입니다. 따라서 청소년이 성인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건 '생물학적' 이유 때문이라는 일반적 믿음이 퍼져있죠. 
 
미국의 대법원은 2005년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을 금지했습니다. 사춘기의 두뇌는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와 같으며, 강력한 충동으로 인해 통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생물학적 이유가 아닌 '문화'가 십대들의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펜 주립대학의 연구가 나왔다고 뉴스위크, 퓨처러티 등이 보도했습니다. 연구진은 타이완과 미국  두 나라의 범죄와 나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10대에 피크를 기록하는 미국과 달리 타이완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인구당 범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펜 주립대학의 대럴 스펜스마이어 교수는 "미국처럼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있는 나라는 범죄율이 10대 중후반에 피크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고 퓨처리티에 말했죠. 
 
타이완의 10대 범죄율이 낮은 까닭은 
군사 명예 경비대 경연에 참여한 타이완의 고교생들.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관계 없음. [AP=연합뉴스]

군사 명예 경비대 경연에 참여한 타이완의 고교생들.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관계 없음. [AP=연합뉴스]

연구진은 만약 생물학적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나타난다면, 타이완에서도 서구 사회와 마찬가지로 10대 후반에 정점을 찍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 이유가 높은 범죄율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죠. 연구진은 그 같은 논리가 성립한다면 청소년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지 않는 사법체계도 재검토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진은 나이 보다는 오히려 문화적 규범이 범죄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이완은 개인주의적인 서구사회와 달리 세대간 갈등이 적고, 집산주의(collectivism)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를 적극적으로 감독하며, 10대들도 자칫 엇나갔다가는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 허튼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구에 참여한 윤메이 루 연구원은 "타이완 10대는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적고, 어른들의 규율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서 "좋은 학교에 다니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는 등의 장래의 성공에 (범죄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죠. 
 
그래서 학부모 및 학교의 감독이 줄어들며 18세 이후에는 비정상적이거나 범죄적인 메시지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고, 20대 후반에는 범죄율이 피크를 기록하게 된다는 건데요. 공동연구자인 후아 종 홍콩 중문대 사회학 부교수는 "유교적 문화와 철학, 사회가 청소년을 성인 세계로 통합시키는 방법도 범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은 40~50대가 범죄 발생비 최고 
한국의 경우는 타이완과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10대 범죄가 만연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10대 범죄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소년 강력범죄중 흉악범죄의 발생비는 2006년 소년 인구 10만명 당 16.4건에서 시작해 2012년 39.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2015년에는 28.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71% 증가한 상태네요. 흉악범 뿐 아니라 재산범·폭력·절도 등 전체 범죄를 포함하면 2015년 18세 이하 인구 10만명 당 범죄자는 737.4명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36.4% 증가했고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범죄 발생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15년 기준 41~50세(10만명 당 5560건)입니다. 18세 이하의 7.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10대는 다른 모든 연령대에 비해 가장 범죄 발생비가 낮습니다. 10대 다음으로 낮은 건 61세 이상(10만명 당 2073건)인데요, 이 연령대는 10년 전(1192건)에 비하면 거의 두 배로 뛰었습니다.
연령별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비. [대검찰청 보고서 캡처]

연령별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비. [대검찰청 보고서 캡처]

연령별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비. [대검찰청 보고서 캡처]

연령별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비. [대검찰청 보고서 캡처]

 
물론 이 모든 연령대 중 18세 이하만이 '나이'를 이유로 처벌을 덜 받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이는 논란거리입니다.
 
한꺼번에 풀려나온 소년 종신범
펜실베이니아 교도소에서 출소한 소년 종신범들의 수감 당시와 출소 당시 비교 사진. [AP=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 교도소에서 출소한 소년 종신범들의 수감 당시와 출소 당시 비교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교도소에선 10대 시절 살인을 저지른 남녀 70명이 지난해 한꺼번에 석방됐습니다. 펜셀베이니아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범을 두자릿수 단위로 석방한 건 이번 세대에선 처음이라고 더 인콰이어러가 6일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30~40년간 복역을 한 끝에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었습니다. 
 
연방법원이 지난해 소년범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건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에 가장 큰 규모로 풀려나온 겁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소년범은 이들을 포함해 총 517명입니다. 이제 50대~60대가 된 이들은 식료품점 계산원, 조리사, 중독 상담원, 변호사 보조원 등의 역할을 찾아 지역 사회에 조용히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죗값, 몇년이면 충분할까
17살에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지 50년이 지난 2017년 3월 가석방된 존 홀. 그는 "너는 부적당하다. 너는 육식동물이며 남은 생애 동안 버려져야 한다"는 판사의 판결문, 상처받고 무력한 어머니의 얼굴을 아직 기억한다. [AP=연합뉴스]

17살에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지 50년이 지난 2017년 3월 가석방된 존 홀. 그는 "너는 부적당하다. 너는 육식동물이며 남은 생애 동안 버려져야 한다"는 판사의 판결문, 상처받고 무력한 어머니의 얼굴을 아직 기억한다. [AP=연합뉴스]

36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빈센트 보이드(52)는 감옥에서도 시간당 19센트씩 받으며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밤샘 주방 청소직을 맡아 하룻밤에 55달러를 법니다. 그럼에도 주거와 고용, 건강보험 문제는 현재 보이드의 고민거리라고 합니다. 보이드는 인콰이어러에 "지역 사회는 아직 소년 종신범들을 받아줄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해내지 못한다면,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했죠. 이들은 스스로 재적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한달에 한번씩 만나고 있답니다.  
 
인콰이어러는 70명 중 아직까지 재범을 저지르거나 가석방 규정을 어긴 경우는 단 한명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적어도 30년 이상 수형생활을 하고 나온 터라 지역사회의 반발도 적다고 합니다. 이들의 사회 복귀 실험이 성공해야 평생을 감옥에 갇혀있는 나머지 400여명의 가석방 여부도 결정되겠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년법에서 가능한 최고 형량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고, 가석방될 가능성도 있지요. 몇 년이면 죗값을 치르기에 충분할까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는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세계뉴스를 가져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요리해 내놓는 코너입니다.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시려면 배너를 클릭(http://news.joins.com/Issue/11029)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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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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