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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영주 의원실 비서관을 보좌관으로 … 문고리 권력 논란

고용노동부가 법에 정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장관 정책보좌관직을 임의로 맡겨 직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좌관은 김영주 장관의 국회의원실 비서관이다. “김 장관 취임 이후 줄곧 김 장관을 보좌하며 고용부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게 고용부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직제에 없는 정부 외곽 인사가 국정에 관여하는 셈이다. 고용부 안팎에선 이를 두고 “문고리 국정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적법 채용절차 없이 정책보좌관에
직원들 “고용부 업무 상당 부분 관여”
김 장관 측 “비공식 업무만 도와”
“국정 운영과 정치행위 혼동” 지적

고용부와 김영주 의원실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취임(8월 14일)과 동시에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김모 비서관을 고용부에서 일하게 했다. 고용부는 “정책보좌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14일 취임식장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14일 취임식장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김 비서관은 고용부 직제상의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되지 않았다. ‘특수경력직 공무원 인사규칙’과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책보좌관은 정부가 정한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부 내에서 김 비서관의 정책보좌관 업무 수행에 대해 “규정상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 측은 황보국 고용부 대변인을 통해 “현재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책보좌관으로) 내정한 상태여서 비공식적으로 장관 업무를 돕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용부 직원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노사정책실 관계자는 “(김 보좌관이) 김 장관의 현장 방문 때 동행하며 조언을 하는 것은 물론 고용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부 실·국장의 보고 석상에도 참석한다는 게 고용부 직원들의 증언이다. 김 장관이 지난 5일 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고용정책실 실무자는 “정책 보고를 할 때는 상당 부분 미리 김 보좌관과 상의한 뒤 장관에게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며 “때로는 (보좌관이) 수정을 요구하거나 업무 진척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정부 외곽 인사가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필터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고용부 공무원은 “김 보좌관뿐 아니라 김영주 의원실에도 고용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전달하고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조정실 직원은 “장관에게 보고하는 보고서 양식도 A4 용지 한 장으로 축약해 보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보통 장관이 취임하면 업무 파악을 위해 사안별로 전반적인 보고를 받는데 좀 다른 풍경”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국무위원으로서의 국정 운영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치행위를 구분해야 하는데 혼동하고 있다”며 “외부인이 국정 전반에 관여하는 폐해가 재연돼서는 안 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왼쪽)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왼쪽)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행보는 정부 규정에 명시된 정책보좌관의 업무 성격과도 동떨어진다. 관련 규정에는 정책보좌관의 업무를 ▶정무 ▶대외협력과 이해관계 조정 ▶장기적 계획 수립 및 특정 사업 추진 등 세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정무 분야 보좌관에는 의원 보좌관이나 정당 경력자, 대외협력은 시민단체나 언론인, 사업 추진은 학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를 선임하도록 돼 있다. 만약 김 비서관이 정책보좌관에 선임되더라도 정무 분야 조언을 하는 데 국한된다는 얘기다. 물론 장관의 재량에 따라 업무 범위는 확대할 수 있다. 정책보좌관은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면직되는 등 운명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용부 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인이 정부 업무를 관장하는, 사실상 문고리 권력인 셈”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직제에도 없는 사외 감사가 온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국정 기조를 다잡고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기 위해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며 “이런 면에서 볼 때는 정책을 수립하는 초기에 당정 협의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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