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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지 말고 말로 하세요 … AI 만난 내비의 부활

직장인 장주현(37) 씨는 최근 도로 주행을 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중간에 목적지가 바뀐 장씨가 ‘내비게이션(이하 내비)’에 새로 입력하려 시선을 옮긴 사이, 앞에서 한 시민이 무단 횡단을 하고 있었다. 사고 없이 코앞에서 차를 급하게 멈춰선 장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생각했다. ‘내비가 내 말을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검색·운전습관 분석 등 기능 추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로 진화 중
SK텔레콤이 공개한 ‘T맵·누구’
단어 수준 넘어 문장 명령도 이해

내비가 인공지능(AI)과 만나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런 고민도 점차 설 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7일 SK텔레콤이 공개한 ‘T맵X누구’는 국민 약 1000만 명이 이용하는 기존 ‘T맵’ 내비에 이 회사가 지난해 선보인 AI 플랫폼 ‘누구’가 결합한 새로운 내비 서비스다. 똑똑한 내비가 음성 인식 AI를 기반으로 다양한 임무를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때문에 스마트폰 내비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목적지를 새로 설정할 수 있다. “아리아(구동어), 광화문으로 가자” 식으로 목적지를 말해주면, AI가 알아서 새 목적지 안내를 시작한다. 가까운 가장 저렴한 주유소, 인근 주차장, 도로 교통 상황, 오늘의 일정 등 각종 정보도 말 한마디면 알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SKT 관계자는 “T맵도 한두 단어 음성을 인식해 글자로 바꿔 검색해주기는 했지만, T맵X누구처럼 여러 종류의 문장을 알아듣진 못했다”면서 “AI 기술의 발전으로 한층 폭넓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T맵X누구는 T맵처럼 개방형 서비스로 SKT 외에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7일부터 SKT ‘원스토어’에서, 15일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10월부터 업데이트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내비 전쟁’이 한창이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 내비 시대가 열렸음에도 “기술과 시장성이 정체됐다”는 평가 속에 찬밥 신세였던 내비의 ‘화려한 부활’이다. 지금껏 내비는 단순히 길 안내를 해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터치로만 작동이 돼 교통사고 위험률을 높이는 주범이라는 오명도 들어야 했다. 스마트폰 내비 시장은 경쟁이 격화되면서 레드오션으로도 여겨졌다.
 
ICT 업계가 다시 내비에 관심을 쏟은 이유는 내비가 AI 기술과 결합되면서 길 안내뿐 아니라 정보 제공(검색)·안전(운전 패턴 분석)·엔터테인먼트(콘텐트 탑재) 등의 기능을 두루 갖춘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어서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차의 기반 기술이 커넥티드카(ICT와 결합해 양방향 인터넷·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 솔루션이라면, 그 커넥티드카의 중심축이 되는 시스템이 IVI”라며 “현존하는 내비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커넥티드카, 나아가 자율주행차와 ICT 기업의 미래가 달린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오는 2020년이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9200만대)의 75%가 커넥티드카가 될 전망이다. 이때 대당 하나씩은 IVI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 중요성을 인식한 애플은 이미 2014년 ‘카플레이’라는 이름의 IVI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매년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구글도 자율주행차 개발과 함께 2015년 ‘안드로이드 오토’라는 IVI 플랫폼 공개로 경쟁에 가세했다. 한국도 네이버가 지난달 IVI 플랫폼 ‘어웨이’와 이를 적용한 내비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카카오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 G70’ 모델에 카카오의 AI 기술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적용키로 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올 7월 출시한 ‘원내비’에 AI 기능을 접목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내비가 IVI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개방형 전략으로 서비스를 무료 개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용자들의 운전 경로와 목적지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위해서다. ICT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IVI는 빅데이터 확보에 있어 최적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마케팅 등 다방면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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