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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6차 핵실험 대응 매뉴얼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6차 핵실험은 북한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 줬다. 그들의 말대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적대시 정책의 포기란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은이 바보가 아니라면 평화협정이라는 문서 하나만 믿고서 그동안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는 필수
환율 등 경제 부작용 줄이고
주한미군 철수나 전쟁과 같은
최악을 가정해 대안 마련해야
전략과 결기 없는 정부가 걱정
최고 전략가·전문가 도움 청하길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다. 단지 대화를 통해 변수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대책 없는 낙관과 과거의 북한을 현재의 북한으로 착각하는 몽상이 정책결정자의 눈을 흐려 놓았을 뿐이다.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진단은 대화 노력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군사 공격이 아니고서 다른 방안으로 이를 막기는 이제 너무 늦었다. 그러나 전쟁을 우리 대안으로 삼을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더욱 강력한 제재는 필수적이다. 제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막기는 어렵지만 그 기회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는 있다. 북한이 미국에 군사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폭을 초래하기 때문에 북한의 목표는 미국을 자극·협박해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다. 경제제재가 실패한 상태에서 협상이 열리면 그 주도권은 북한이 쥐게 된다. 반면 제재가 성공한다면 협상 결과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끌고 갈 수도 있다. 북한이 협상을 깨고 나갈 경우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고 있어야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폐기를 고집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경제제재는 원유 공급 중단과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 고용 금지다. 둘 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할 수 있다. 그 경우 한국은 일본이 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독자제재에 동참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 무역 기업들은 미국보다 한국·일본과 인적·사업적으로 더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리고 러시아의 극동 개발은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의 독자제재보다 한국과 일본의 제재가 그들에게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유럽연합도 미국의 제재에 참여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지금 러시아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제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러시아의 동참을 요청해야 한다.
 
둘째, 북핵 위기가 우리 경제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7월 28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우리 자본시장에 이전과 다른 영향을 미쳤다. 그 이전엔 북한 요인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반면 이번에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2주에 걸쳐 환율 절하와 주가 하락이 계속됐다. 그것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이후에야 진정됐다. 이는 북한 문제가 우리 자본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북한 도발의 차원이 이전과는 다르고 그에 맞서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자본시장의 변동성, 특히 환율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북한 위기가 고조되면 외국투자자는 한국의 가용 외환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른 시일 내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 만약 한국의 경제정책이 신뢰받지 못하고 여기에다 북핵 문제까지 겹치면 외국투자자들이 대거 한국을 떠나려 할 수도 있다.
 
셋째, 주한미군 철수나 전쟁과 같은 최악의 경우까지도 상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과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의 정책공간도 넓어진다. 혹여 한국과 미국과의 끈이 약해지더라도 미·일 동맹 차원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할 수도 있다.
 
북한 위기는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다. 반드시 땅에 안전하게 내린다는 보장은 없다. 활동기·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정점으로 다가갈 것이다. 대통령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싸우자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할 만큼 엄중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에 집착하지 말고 외교·안보·대북정책만큼은 인재 풀을 넓혀 최고의 전략가·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의향도, 전략도 보이지 않고 결기마저 희미한 정부가 못내 걱정스럽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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