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회복지사의 미소 뒤엔 희생 강요하는 사회…사회복지사 체험해 보니

“혁수(가명)씨는 골다공증이 있어서 목욕시킬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옷 입히기 전엔 아토피 약을 꼭 온몸 구석구석 발라주시고요.”
“성호(가명)씨는 먹는 것보다 뱉는 게 많아서 밥에 영양가루를 추가로 넣어 먹이세요. 먹다가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깐, 그땐 제게 바로 알려주세요.”

밥 먹는 30분도 미안한 사회복지사들
자원봉사자 인식 탓에 처우 개선도 더뎌
저임금ㆍ과노동ㆍ과스스트레스 이젠 끊어야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5일 본지 김준영 기자(오른쪽)가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있다. 이 방에서 생활 중인 장애인에게 밥을 먹이는 모습.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5일 본지 김준영 기자(오른쪽)가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하고 있다. 이 방에서 생활 중인 장애인에게 밥을 먹이는 모습.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중증장애요양시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만난 연제선(29) 사회복지사가 기자에게 꼼꼼하게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연씨는 혁수씨 등 6명의 장애인을 돌보는 엄마이자 선생님이다. 6명에게 아침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이동시키는 것까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지난 5일 오전 10시 1일 사회복지사 체험에 나선 기자에게 연씨는 “생각보다 힘드실 수 있어요”라고 웃었다. 그는 자신이 담당하는 장애인들의 이름과 특징, 주의사항을 하나하나 알려준 뒤 앞치마를 건넸다. 사회복지의 날(7일)을 맞아 시도한 사회복지사 체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체장애ㆍ뇌병변 등을 앓고 있는 장애인 100명이 거주하는 이곳엔 28명의 생활 재활 사회복지사가 연씨처럼 일하고 있다. 3개조 1일 2교대(주ㆍ야간)로 일하며 한 사람당 6~7명의 장애인을 담당한다. 주간 근무는 11시간(오전 8시 30분~오후 7시 30분), 야간 근무는 13시간(오후7시 30분~다음날 오전 8시 30분)이다. 말그대로 24시간을 지켜야 한다.
 
장애인 6명 식사만 도왔는데 땀 범벅
 

연씨가 담당하는 ‘다니엘방’에는 총 6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이날 오전 미성년자 2명은 장애아 학교인 ‘한사랑학교’에 등교했다. 또 한명은 어머니가 아침 일찍 방문해 외출을 나간 상태였고, 2명은 이발을 하러 잠시 방을 비뒀다. 30대 동건(가명)씨만이 방 바닥에 앉아 있었다.
 

동건씨는 고지혈증도 앓고 있다. 식사 전에 약을 먹여야 한다고 했다. 가루약을 물에 타 묽게 만든 뒤 한 스푼씩 떠 먹였다. 입을 벌리는 순간을 잘 포착해 숟가락을 금세 넣다 빼야 했다. 재채기를 하면 약물이 사방에 튀었다.
 
동건씨에게 약을 먹이는 사이에 이발을 마친 혁수씨와 성호씨가 사회복지사들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방에 돌아왔다. 광주 지역의 이ㆍ미용사들이 자원봉사를 온 덕분에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자원봉사자 미용사들은 2년전부터 매월 첫째주 화요일마다 이곳을 찾아 장애인들의 머리를 깎아준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왼쪽)가 이발을 마치고 온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준영 기자(왼쪽)가 이발을 마치고 온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연씨의 긴급 지시가 떨어졌다. 몸에 붙은 머리카락 때문에 힘들 수 있으니 얼른 목욕을 시켜야 했다. 30대 안팎의 성인 남성인 혁수씨와 성호씨를 휠체어에서 들어올린 뒤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켰다. 팔다리가 뻣뻣하고 아토피ㆍ골다공증 등을 앓는 상황이라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몸을 움직이다가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스스로 머리를 바닥에 찧는 자해행위를 하 듯한 동작도 해서 마음도 조마조마했다. 기자의 이마에 생긴 땀방울이 목욕탕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연씨가 “많이 덥죠?”라고 묻자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목욕을 끝낸 혁수씨와 성호씨에게 바디 오일로 마사지를 해준 뒤에 옷을 입혔다. 곧 점심시간이었기에 휠체어에 앉힌 뒤 식판 선반을 휠체어에 끼워 고정시켰다. 두 사람은 밥 등 간단한 음식물도 죽처럼 묽게 만들어 먹여야 한다. 불편한 몸 때문에 삼키는 게 반, 뱉거나 흘리는 게 반이다.  
 
점심 시간도 동료에게 미안해 해  
 
연씨는 “평소에는 6명의 식사를 혼자서 돕는다. 한 숟가락씩 번갈아 떠먹이고 흘리는 것을 닦다보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양치질도 한명 한명 다 해줘야 점심시간이 마무리 된다. 겨우 2시간 일했는데도 허리가 아팠고 온몸이 땀에 절었다.
 

사회복지사들의 점심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옆방 사회복지사들과 교대로 밥을 먹기 때문에 급히 먹어야 한다.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일을 더해야 한다. 식사를 마친 뒤 양치질을 하면서도 연씨는 동료들에게 미안해 했다.
 
오후 일정의 시작은 청소다.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았다. 틈틈이 장애인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재활 운동을 도왔다. 한쪽 벽에는 각각의 특성에 맞는 재활훈련 목록이 적혀 있었다. 처음엔 서지 못했던 남수(가명)씨가 이젠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재활 훈련 덕분이라고 했다.
 

오후 2시 30분쯤 한사랑학교에서 하교하는 8살 찬혁이를 마중 나갔다. 찬혁이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뇌 신경과 연결되는 자석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연씨가 “너무 귀엽지 않아요?”라며 찬혁이를 번쩍 안아올렸다. 간간히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연씨에게 찬혁이가 원숭이처럼 꼭 매달렸다.
 

사회복지사 미소 뒤엔 희생 강요하는 사회
 
“저는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한 거에요.”
4년 전 대학 졸업 직후 이곳으로 취직했다는 연씨에게 취직 계기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점점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사를 봉사자 내지는 희생자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준영 기자가 한사랑마을에서 지내는 장애인의 식사를 돕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준영 기자가 한사랑마을에서 지내는 장애인의 식사를 돕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사회복지사의 기본 급여 가이드라인은 1호봉 연봉이 1966만원, 과장급은 2301만6000원, 부장급은 2547만6000원이다. 전체 임금 평균의 80% 이하 수준이다. 가이드라인은 최소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ㆍ도 중 11개 시ㆍ도에선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 있다.
 
이직이 잦아 근속연수도 짧은 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발간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 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55%는 맡은 일의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직의 이유도 ‘보수가 낮아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30.7%로 가장 많았다.
 
업무량 과다는 물론 감정 노동도 사회복지사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2015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사회복지사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자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사는 전체의 20.5%(635명)였다. 욕설이나 저주를 들어본 비율은 43.6%(1365명)였다.
 
휴가 등 복지 여건도 취약하다. 지난해 한국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의 14~16.7%만이 생리휴가를 제공받고 있었다. 유급휴가 중 잔여 휴가 보상은 45~55.9%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진전은 없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2011년 3월에 제정돼 이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사회복지사의 처우 및 인권 관련 권고를 했다. 이때 나온게 임금 가이드라인이다.하지만 권고 사항이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사회복지 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누적 발급건수도 2011년 48만 여건에서 지난해 82만여 건으로 늘었지만 열악한 현실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사회복지사의 적정한 보수 기준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6월 19일 대표발의했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다른 공공부문 근로자보다 현격히 낮은 임금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지자체 등의 예산 사정에 따라 들쭉날쭉하고 낮은 임금 문제를 임금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적정화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연씨는 “지금의 사회 복지 구조는 자원봉사와 사회복지사들의 희생으로 감당되는 부분이 많다. 희생과 봉사가 필요한 일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 버티다가 언젠가 모두 쓰러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