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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라'는 장면에선 늘 눈물"…뮤지컬 '벤허' 왕용범 연출

창작뮤지컬 '벤허' 의 왕용범 연출. 1일 충무아트센터 로비 '벤허' 홍보 조형물 옆에 앉아있다. '벤허' 공연은 다음달 29일까지다. 최정동 기자

창작뮤지컬 '벤허' 의 왕용범 연출. 1일 충무아트센터 로비 '벤허' 홍보 조형물 옆에 앉아있다. '벤허' 공연은 다음달 29일까지다. 최정동 기자

지난 1일, 뮤지컬 ‘벤허’가 막을 올린 지 꼭 일주일이 지난 날 왕용범(43) 연출을 만났다. 공연장인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 로비에서였다. 그는 “개막 이후 계속 잠을 못잤다”고 했다. 부담이 컸을 법했다. 2014년 그가 대본을 쓰고 연출해 내놓은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초연 첫 해 8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대성공’을 거뒀던 터라 그의 차기작에 대한 공연계 안팎의 기대는 남달랐다. 총 제작비 65억원이 투입된 ‘벤허’는 당초 지난해 8월 개막할 예정이지만, 완성도 보강을 위해 공개를 1년 미뤘다. 그는 “‘프랑켄슈타인’ 때보다 주변의 믿음도 더 컸고, 의심도 더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성공은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출가의 개인적이 욕심이 드러나면 작품을 추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년 여의 제작 과정을 거쳐 관객 앞에 선 뮤지컬 ‘벤허’는 영화 ‘벤허’(1959)와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종교색이 줄어들었고,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강조됐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전차 경주 장면이지만, 왕 연출이 꼽은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벤허가 메시아와 함께 골고다 언덕을 걸어가는 순간”이다. 스펙터클한 볼거리보다 감동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총제작비 65억 들인 창작뮤지컬 개막
"가장 보편적인 구원의 이야기"

말 로봇으로 전차 경주 장면 구현
"아이디어 안 떠오르면 매일 절망"

-뮤지컬 ‘벤허’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가장 보편적인 구원의 이야기다. 대본을 쓰기 전 ‘통곡의 벽 앞에서 구원을 노래하다’라는 부제를 적어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개개인이 구원을 통해 평화를 찾아야되지 않겠나란 생각이었다. 골고다 언덕에서 벤허는 메시아에게 ‘용서하라’는 말을 듣는다. 외부의 적이든 내부의 적이든 적을 설정하고 그 적과의 갈등을 통해 행동 에너지는 얻는, 그런 식의 삶을 이제 내려놔야 한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허망한 말이기도 하다. 이기려고 이제까지 싸워왔는데…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내게 용서하라니! ‘그럼 난 대체 뭐 때문에 여기에 있나’라며 울부짖는 벤허의 심정이 바로 내 심정이다. 내가 만든 작품이지만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많이 운다.”
뮤지컬 ‘벤허’의 강점은 무대다. 음악보다 무대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차 경주 장면은 실물 크기의 말 로봇과 전차 모형을 원형 회전 무대에 올려 만들어냈다. 또 벤허가 바다에 빠진 로마 장군 퀸터스를 구출하는 장면은 특수영상을 사용해 마치 관객들도 바닷 속에 들어가 지켜보는 듯한 효과를 냈다. 왕 연출은 “한 장면을 잘 구현되면 행복하고, 또 그 다음 장면을 표현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절망한다. 내 삶은 매일매일이 절망이다”라며 ‘엄살’을 부렸다.  
뮤지컬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 실물 크기의 말 로봇이 등장한다. [사진 뉴컨텐츠컴퍼니]

뮤지컬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 실물 크기의 말 로봇이 등장한다. [사진 뉴컨텐츠컴퍼니]

-영화의 명장면을 무대에서 재현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영화는 최대한 실제 상황처럼 보이도록 연출해야 하지만, 무대 예술의 매력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있다. 홀로그램과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무대의 판타지를 구현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전차였다. 로봇 말 네 필이 끄는 전차 두 대를 만드는 데 6억원이 들었다. 실제 말 한 마리 값이 300만원 정도다. 실제 말을 무대에 올리면 더 신기해 보일 수도 있고, 값도 훨씬 덜 들었겠지만 그게 좋은 무대미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악 이성준, 무대 서숙진, 음향 권도경, 영상 송승규 등 제작진이 ‘프랑켄슈타인’ 때와 거의 같다. 또 타이틀롤을 맡은 유준상ㆍ박은태ㆍ카이 중 두 명(유준상ㆍ박은태)은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다.  
“일종의 아티스트 그룹이다. 10년, 20년 호흡을 맞춰 하나의 정수를 뽑아내는 ‘극단 체제’로 일하고 싶다.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무대는 결국 배우예술이다. 배우를 잘 알수록 많은 걸 끄집어낼 수 있다.”
그는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가 다르면 다른 인물”이라면서 세 벤허의 특징을 짚어줬다. “유준상은 성숙하고 힘이 있는 벤허를, 박은태는 섬세하고 인간적인 벤허를, 카이는 저돌적이고 젊은 벤허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는 “‘벤허’ 제작사인 뉴컨텐츠컴퍼니와 향후 10년 동안 7개 작품을 더 만들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뉴컨텐츠컴퍼니는 창작 뮤지컬 제작을 위해 인터파크가 지난해 설립한 회사다. 그는 “창작 계획이 밀려있어 앞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연출할 시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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