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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소통방통(4) "넌 맨날 덜렁거려" 사실 아닌 '스토리텔링'은 소통의 적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늦잠. [사진 pexels]

늦잠. [사진 pexels]

 
주말에 고등학생 아들이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그리고 아빠는 늦게 일어난 자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또 어제 늦게까지 애니메이션 봤지! 도대체 고등학생이 뭐하는 짓이야! 공부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난린데, 너는 왜 맨날 그러냐?”

색안경 쓰면 소통 힘들어
판단 멈추고 팩트만 말해야

 
아빠의 표현에는 소통에 부적절한 다양한 표현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스토리를 가지고 아이를 비난한 것이다. 
 
아들이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무엇을 했는지 아빠는 보지 못했다. 물론 과거에 아들이 애니메이션을 늦게까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젯밤에 무엇을 했는지 아빠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빠는 주말에 늦게 일어나는 아들이 밤에 늦게까지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몰아세운다. 실은 아들이 늦게까지 오랜만에 공부 좀 하고 잤는데도 말이다. 아침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짜증이 만땅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온종일 책 한자 보기 싫은 학생으로 만들어 버린다.
 
 
소통을 방해하는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사진 pixabay]

스토리텔링. [사진 pixabay]

 
소통을 방해하는 우리 습관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구체적인 사실에 판단과 감정을 더 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의 오랜 습관이다. 아침 식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엄마는 어제 늦게까지 드라마를 본 것이고, 늦게 들어온 남편은 어디서 술 마시면서 친구들과 놀고 온 것이다.
 
이런 오해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소통의 방해물이 된다. 
첫째,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아침 준비를 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젯밤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니고, 늦게까지 술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온 것은 아니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의 당사자는 기분이 나빠지고 오해를 한 사람과 대화 나누기를 거부하거나 꺼리게 된다. 색안경을 끼고 자기를 보는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단 그렇게 마음을 다치고 나면 소통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대화 단절. [사진 smartimages]

대화 단절. [사진 smartimages]

 
둘째,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유가 다 다르다.예를 들어, 밤에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생각해 보자. 비록 그 남편이 평소 술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술자리 약속이 잦다고 하더라도 늘 똑같은 이유로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친구와 상을 치르고 난 다음 위로주를 마신 것이고 어떤 날은 승진에서 탈락한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술을 마신 것이다. 술을 마셨다는 사실은 같다고 하더라도, ‘저 인간 또 친구들이랑 마셨구나!’라고 얘기해 버리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 스토리 쓰지 말고 팩트만 
팩트 스토리 비고
아들이 학교 성적이 떨어졌다 공부안 하고 놀았다 성적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회사 영업팀 실적이 떨어졌다 팀장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한다 팀장 관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언론 보도자료가 잘 못 나갔다 홍보팀 김과장은 늘 덜렁댄다 김과장이 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아내가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쓸데없는 학원 또 보내려고 한다 학원비가 아니라 물가가 올랐다
딸이 화장을 시작했다 남자친구 생겼다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팩트의 힘 


아들이 학교 성적이 떨어졌을 때, “학교 성적이 떨어졌구나” 라고 아빠가 말하면 아들은, “네 죄송해요. 이번에 방향을 잘 못 잡았어요”라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그런데 “학교 성적이 떨어졌구나. 공부 안하고 이번에는 좀 놀았구나!”라고 말하면 아들은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기분이 나쁘고, 기분이 나쁘면 아빠와 말하지 않는다. 
 
 
대화 단절. [사진 pixabay]

대화 단절. [사진 pixabay]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아내에게 “왜, 또 학원 더 보내게?”라고 말하면 안 된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부족하지만 아껴서 잘 써왔는데, 특별히 돈 쓸 데가 생긴거야?”라고 말해야 한다.
 
판단을 잠깐 멈추고 사실을 말하자.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판단을 안고 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무언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돈을 써야 할 곳이 생겼다는 상황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더 나가지 말고 그 사실을 말하고 대화하고 소통하자. 내 맘대로 쓰는 스토리는 주인공을 아주 아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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