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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라시드의 팝 아트, 설치미술로 재탄생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카림 라시드전’에 작품을 전시한 김민선씨가 활짝 웃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카림 라시드전’에 작품을 전시한 김민선씨가 활짝 웃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세계적 디자이너의 유명 그림을 조형물로 탈바꿈시킨 신진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7년차인 김민선(29)씨다. 그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올해 10월까지 열리는 ‘카림 라시드전-디자인 유어셀프’에 자신의 신작(新作) 두 점을 내걸었다.
 

‘카림라시드전’에 출품한 김민선씨
디지털 그림을 조형물로 탈바꿈
세계적 디자이너전에 작품 전시
“고정관념 깨려 일상 소재 뒤집어”

라시드 작품(왼쪽)을 본떠 만든 아이콘 러브#1.

라시드 작품(왼쪽)을 본떠 만든 아이콘 러브#1.

작품명은 ‘아이콘 러브#1’과 ‘아이콘 러브#2’다. 두 작품은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집트 출신의 카림 라시드(56)가 과거 제작한 디지털 팝(그림 유형) 작품 ‘Digilove 1’을 설치미술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라시드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여는 이번 전시에 신진 작가가 작품을 전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디지털 아트 분야 거장인 라시드 작품의 특징을 뒤집은 작업이에요. 그의 작품을 어떻게 새롭게 변형시킬까 수없는 고민을 했지요.”
 
김씨는 3개월간 작품 제작에 몰입했다. 먼저 그는 지름 120㎝ 크기의 대형 스티로폼을 두 개 구했다. 하나는 십자 모양으로 깎고(아이콘 러브#1), 다른 하나는 스티로폼 안에 십자 홈을 팠다(아이콘 러브#2). 그리곤 3만6000개의 투명 푸쉬핀을 두 모형에 촘촘히 꽂았다. 김씨는 “라시드의 기존작을 ‘그림’으로 인식하던 대중에게 새롭고(스티로폼), 이질적인(푸쉬핀)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첫 전시회를 열며 미술계에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단추·압정 등 일상 소재를 조형으로 만들어 전시를 했다. 그는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일반인들은 시각이 건조할 것 같았다. 일상 소재의 개념을 뒤집어 신선한 시각의 작품을 내놓으면 이들의 고정관념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 김씨의 작품을 눈여겨보던 라시드 측이 김씨에게 작품 전시를 제안한 건 올해 초쯤이다. 김씨는 “라시드는 미니멀리즘(단순성이 돋보이는 미학)을 추구하며 주위 소재를 각색하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비슷한 컨셉트인 내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인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월페이퍼’ ‘프레임’ 등 아버지 작업실에 놓인 패션 잡지를 읽으며 자란 그에겐 어릴 적 독특한 취미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지를 구입해 이를 꾸민 뒤 손 편지를 써서 친구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변형시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경험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미술에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제게 ‘아티스트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걱정하셨죠. 그렇지만 (이번 작품 제작 땐) 전시물의 하중(荷重) 등과 관련해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든든한 조력자가 돼주셨답니다.”
 
김씨는 인도계 영국인 조각가인 아니쉬 카푸어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카푸어는 공간을 재해석해 현실 너머 영적인 세계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예술가인 것 같다. 일상을 재구성해 주변을 낯설게 하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첫 참가한 대형 전시(카림 라시드전)에서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계속 내공을 쌓으며 대중에게 인정받는 작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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