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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살 길? 가격이 아니라 신선도”

지난 4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만난 김상현 대표는 “대형마트의 생존법은 결국 신선도와 쇼핑하기 편한 환경조성”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지난 4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만난 김상현 대표는 “대형마트의 생존법은 결국 신선도와 쇼핑하기 편한 환경조성”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장 보기’ 문화를 바꿔놨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이 대표적이다. 마트에 가서 상품을 살펴본 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는 ‘쇼루밍’(Showrooming)은 새로운 쇼핑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이유다.
 

창립 20년 홈플러스 김상현 대표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는 장점 살려야
상품 진열은 고객 눈높이 맞게 개선
쇼핑하기 편해야 매출도 같이 늘어

새 주인 찾고 영업이익 흑자 전환
가정간편식 PB로 회사 가치 올릴 것

지난 4일 창립 20주년을 맞은 홈플러스 김상현(54) 대표의 고민도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로 요약된다. 김 대표는 “온라인 쇼핑 시대에 고객은 어떤 이유에서 대형마트를 찾을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결론은 ‘신선도’였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격 경쟁으로는 온라인을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마트의 장점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살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마트의 생존법은 신선도라고 결론지었다.”
 
품질이 뛰어난 농가 130곳을 ‘신선플러스 농장’으로 선정해 업무협약(MOU)을 맺고 산지 수확부터 포장·운송 등 전 과정을 개선했다. 예컨대 운송 과정에서 생선에 흠집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음 모양을 납작하게 바꿔 뾰족한 모서리를 없앴다. 상추 같은 야채는 당일 아침에 받은 물량만 판매한다.
 
‘고객 눈높이 맞추기’도 김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우선 상품 진열 방식을 바꿨다. 어른 키보다 높게 쌓았던 상품을 눈높이로 낮췄다. 김 대표는 “고객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상품은 의미가 없다”며 “가장 쇼핑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 맞춤화도 내걸었다. 예컨대 서울에서는 자반고등어를, 부산에서는 생물고등어를 판다. 고급주택이 많은 지역의 매장엔 삼겹살 공급을 줄이고 최고급 한우를 제공한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과감히 철수했다. 김 대표가 취임한 후 신규 개점한 파주운정점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점포보다 상품 가짓수를 10~20% 줄였지만 매출은 더 높다.
 
가정간편식 자체상품(PB)도 강화하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을 노린 ‘올 어바웃 푸드’, 1인 가구를 노린 ‘싱글즈 프라이드’다. 레시피 앱도 개발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을 노렸다. 김 대표는 “필요한 재료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홈플러스는 뒤숭숭한 시기를 보냈다. 주인인 영국 테스코가 본사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았고 지난해 1월 김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다.
 
김 대표가 취임할 당시 홈플러스는 2490억원(2015년 영업이익)의 적자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홈플러스 매출은 7조9334억원, 영업이익은 3209억원이다. 매출은 3.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전년도 영업적자를 감안하면 1년 만에 영업이익이 5000억원 늘었다. 새 주인을 맞고 안정을 찾으면서 단기간에 빠른 결실을 얻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매장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전국 142개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점포별 체질 개선으로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할 때”라며 “폐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매각설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김 대표는 “아직 인수한 지 1년9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주인이 누구든 회사 가치를 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본사를 서울 역삼동에서 등촌동으로 옮기고 창립일을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일에서 홈플러스 1호점(대구점) 개점일로 바꾼 것도 이런 의미다. 김 대표는 “5개 건물에 흩어져 있던 직원을 모두 모으고 홈플러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며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느냐다. 그것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 대표
10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정치학·경제학을 전공하고 1986년 피앤지(P&G)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했다. 미국·일본·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2003~2008년 한국P&G 대표를 맡기도 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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