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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30% 급락…중국 ICO 금지로 가상화폐 시장 얼어붙나

[고란의 어쩌다 투자] 규제 리스크에 얼어붙은 코인판  
 
가상화폐 시장에 중국발 삭풍이 불었다. 중국 정부가 ‘ICO(Initial Coin Offering)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가상화폐의 ‘맏형’격인 비트코인이 5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에 나온 규제라 낙폭은 더 컸다.
자료: 아시아타임스

자료: 아시아타임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4일 홈페이지에 “ICO가 중국의 경제 및 금융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 발표 이후 중국에서 ICO를 통한 자금조달 행위는 전면 금지된다”며 “ICO를 진행 중인 기관 및 개인은 즉시 자금의 본국 송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단 조치 이전에 ICO로 기금을 모금한 기업들은 모든 투자자의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ICO 금지를 알리는 중국 인민은행 발표문.

ICO 금지를 알리는 중국 인민은행 발표문.

이에 따라 2일(현지시간) 5013.9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4일 4263.95달러까지 떨어졌다. ICO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로 쓰이는 이더리움은 390달러 선에서 28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이틀 새 30% 가까이 떨어졌다. 5일 오전 9시 20분 현재(한국시간) 비트코인은 4271달러, 이더리움은 294달러에 거래 중이다.
 
◇ICO, 고위험 고수익의 '끝판왕'
 
ICO는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다.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 절차인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와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통적으로 기업이 사업 확장 등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싶으면 증권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 투자자들은 지분을 받는 대가로 현금을 회사에 납입한다. 회사는 이 증권을 주식시장에 상장,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게 한다.
 
ICO도 형태는 유사하다. 다만, 자금 조달을 위해 증권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가상화폐, 일명 토큰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 투자자들은 토큰을 받는 대가로 현금이 아니라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를 회사에 보낸다. 토큰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ICO가 최근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은 기존의 증권거래법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 투자자로부터 바로 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현금이 아니라 가상화폐로 받기 때문에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다. 유망한 스타트업이라면 전세계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다. IPO 절차를 거치는 기업들은 각 정부가 정한 일정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고 싶다면 3년 이상의 영업 실적이 있어야 하고, 3년 평균 매출액은 700억원 이상, 최근 매출액은 1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IC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스타트업들은 이런 요건이 필요없다. 일명 백서(white paper)를 통해 진행하려는 사업(프로젝트)이 얼마나 유망한지, 기술력은 얼마나 뛰어난지를 투자자들에게 공개만 하면 된다.
 
곧, ICO 투자자들은 공모 주식에 청약하는 이들보다는 벤처투자자(VC)를 닮았다. VC들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고, 돈을 당분간 벌지 못할 것 같아도 기술력만 있다면 투자를 단행한다. 10개 중 9개가 망하고 1개만 터져도 모든 손실을 만회하고 몇 배, 몇 십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그런 기회가 과거엔 기관 투자자들 중심의 VC에 집중됐다면, ICO에서는 가상화폐의 분권 정신에 걸맞게 일반인들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ICO는 다단계 금융 사기”
 
다만 그 사업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대박인지 쪽박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오롯이 투자자 몫이다. 최악의 경우엔 기업이 자금 모집 후 종적을 감추고 사라질 수 있다. 그럴 듯하게 백서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현혹시키지만 일반인들이 기술력을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자 수익률과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중국에서는 ICO 광풍이 불었다. 지난 3월 ICO를 진행한 중국판 이더리움으로 불리는 퀀텀(또는 큐텀, Qtum)은 ICO 이후 가격이 약 50배 상승했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안전기술 전문가위원회가 내놓은 ‘2017년 상반기 중국 ICO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18일까지 중국 내 ICO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모두 43곳에 달한다. 상반기에만 총 60건의 ICO 거래가 이뤄졌는데, ICO를 통한 자금조달액은 21억7000만 위안(약 3800억원)이 넘었다. 작년까지 전체 통틀어 모두 5건에 불과했던 ICO가 6월 한달간 27건에 이를 정도다.  
 
ICO 참여자 수도 10만명을 웃돈다. 하지만 핀테크 민간 연구기관인 오토노모스 넥스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ICO에 투자한 참여자수는 이미 200만명에 달한다. ‘대박 신화’에 ICO 로드쇼마다 성황을 이루고, 몇 시간 혹은 몇 분만에 목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국 현지 언론의 보도다.
 
자료: 중국 인터넷금융협회

자료: 중국 인터넷금융협회

이러다보니 ‘사짜’가 끼기 마련이다. 백서조차 없이 진행되는 엉터리 ICO가 늘고 있다. 중국 인터넷금융협회는 지난달 30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ICO가 불법 자금조달, 사기, 허위 선전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4일 ICO 전면 금지를 발표하며 “ICO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공모행위”라며 “불법적인 자금 모집과 다단계(피라미드) 금융사기 등의 범죄활동과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ㆍ한국도 ICO 규제…"미·중 아니라 다른 나라서 이뤄질 것"
 
앞서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는 지난 7월 ICO가 SEC가 관할하는 미국 증권법의 규제대상이라고 밝히면서 ICO 광풍에 제동을 걸었다. SEC는 ICO를 유가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보고, ICO를 하려면 IPO에 준하는 서류와 정보를 SEC에 보고한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토큰을 교환하는 거래소도 증권법의 규제대상으로, 거래소나 거래소의 서버가 미국에 있지 않아도 미국인에게 증권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SEC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ICO를 진행하는 업체들 가운데 법적 분쟁을 우려해, 아예 미국 바깥에 서버를 두고 미국인들에게는 토큰을 판매하지 않는 곳도 나왔다. 예를 들어 지난달 말 ICO 참가자를 모집한 카이버네트워크는 “미국 시민권자에게는 토큰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국내에서도 ICO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이다. 1일 관계기관 합동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지분증권ㆍ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 자금조달(ICO)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국내에서 ICO가 이뤄진 사례가 거의 없고 그래서 문제가 된 적도 없기 때문에 ICO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별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자금 모집의 대가로 토큰을 지급하는 형태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ㆍ미국 등의 ICO 규제가 가상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은 상당하다. 중국 정부의 ICO 금지 발표가 나온 이후 가상화폐 가격은 일제히 10% 이상 하락하고 있다. 앞서 올초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보름새 30% 넘게 하락했다.
5일 오전 3시 현재. 급락한 가상화폐. 자료: 코인마켓캡

5일 오전 3시 현재. 급락한 가상화폐. 자료: 코인마켓캡

 
장기로 봤을 때는 아직 낙관론이 우세하다. 비트코인 및 보안 전문가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는 가상화폐 정보 매체 크립토코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을 벗어나 규제가 없는 전세계 다른 어떤 나라에서든 ICO는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75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던 독립 리서치 회사 스탠드포인트의 창립자 로니 모아스는 가상화폐 정보 제공 업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6주전에 비트코인은 1800달러였는데 지금은 4400달러이니 140%나 오른 셈”이라며 “지금의 가격 하락은 건강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를 흔들어 더 싸게 사려는 세력들이 존재한다”며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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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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