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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뉴스야 영화야?” 변화 이끄는 다큐와 현실의 상관관계

영화 '공범자들'에서 MBC 경영진을 찾아가 자신의 해고 사유를 묻는 최승호 PD.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공범자들'에서 MBC 경영진을 찾아가 자신의 해고 사유를 묻는 최승호 PD. [사진 엣나인필름]

MBC와 KBS 노조 구성원들의 총파업이 4일 시작됐다. 편성 PD와 송출 담당자 등을 포함 MBC 조합원 2000여명과 KBS 조합원 1800여명 등이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일손을 놓으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차질을 빚고 있다. 대규모 파업이라 아예 방송 송출까지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공동 파업에 나선 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기로 하는 등 사태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 외친 영화 ‘공범자들’ 20만 돌파
4일 MBC KBS 총파업으로 이어져 대중 관심 촉구
‘김광석’ ‘저수지 게임’등 언론인 제작 다큐 잇따라
촛불시위 이후 영화 선택 기준 바뀌었다는 분석도


이번 MBC 파업은 역대 최고 찬성률(93.2%)로 가결됐고,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 지지율도  60.3%에 달한다(미디어오늘  조사). 영화계에서는 이처럼 파업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최근 개봉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의 흥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MBC 해직 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공영방송 수난사'를 담은 영화로 개봉 3주 차에 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보수 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장악해왔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좇아가며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사퇴를 외치는 다큐멘터리다. 현실을 담은 영화가 다시 현실 속 변화를 촉진하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셈이다.
가수 김광석의 사인을 다룬 영화 '김광석'을 만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사진 씨네포트]

가수 김광석의 사인을 다룬 영화 '김광석'을 만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사진 씨네포트]

 
'공범자들' 뿐 아니라 최근 극장가에서는 현실 이슈를 고발해 저널리즘 성격이 짙은 다큐멘터리들이 강세를 떨치고 있다. 올해 개봉돼 185만 관객을 돌파한 '노무현입니다'를 필두로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저널리즘 성격의 다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김광석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김광석’(이상호 연출)이 지난달 30일 개봉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과정을 다룬 ‘저수지 게임’(주진우 출연·최진성 감독)은 7일 개봉한다. ‘김광석’은 개봉 전부터 변사 사건 재수사를 위한 ‘김광석법’ 제정 촉구 서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개되는 등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다큐들은 대안매체에 몸담은 저널리스트들이 만들거나 직접 출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최승호 PD는 지난해 10월 서울시간첩공무원 사건을 다룬 ‘자백’을 통해 14만 관객을 모았고, 이상호 기자는 블랙리스트 등 논란의 핵에 섰던 ‘다이빙벨’을 연출했다. ‘저수지 게임’은 주진우 기자가 딴지일보 김어준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不’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MBC 경영진을 찾아가 자신의 해고 사유를 묻는 최승호 PD.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공범자들'에서 MBC 경영진을 찾아가 자신의 해고 사유를 묻는 최승호 PD. [사진 엣나인필름]

이러한 현실 고발형 다큐멘터리의 강세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보수정부 하에서 자천타천으로 방송을 떠난 저널리스트들에게 촬영 및 편집 장비의 발전과 간소화는 방송국 밖에도 제작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거기에 다음 스토리펀딩 등 이야기만 있으면 누구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면서 다큐 제작 자체가 한층 수월해진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저널리스트 출신으로서 가진 취재력과 전투력이 속도감을 더해 시의성을 갖춘 것이 강점”이라며 “이들의 활약이 TV와 영화 사이에 존재하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무현, 두 도시 이야기’(19만)와 ‘귀향’(358만)이 나란히 감독판 재개봉을 앞두고 있어 다큐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제작에 참여한 조은성 프로듀서는 “지난해 10월 개봉을 약속했던 극장들이 있었으나 개봉 당일 스크린이 30여개로 줄어들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이번엔 200개가 넘는 걸 보고 변화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대림동을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우범지대로 묘사해 비판받고 있는 '청년경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대림동을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우범지대로 묘사해 비판받고 있는 '청년경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관람이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지난해 촛불시위로 인해 생겨난 경각심과 위기의식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영화를 선택하고 보는 것 역시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고 있다는 표시로 여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연히 이들은 영화의 만듦새보다는 영화의 소재나 그를 다루는 태도에 따라 영화 관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다소 떨어지는 완성도나 한 방향으로 치우친 편파성은 개의치 않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공범자들’은 반대쪽 입장을 듣기 위한 시도가 담겨 있지만 ‘김광석’은 풍문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며 “여러 사람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흐르거나 편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큐의 높은 사회적 영향력 만큼 내용 상 균형감각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다큐뿐만 아니라 극 영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잣대다. 일본 강제징용을 스펙터클 액션의 소재로 쓴 ‘군함도’와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가 흥행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대림동을 범죄 소굴로 묘사한 ‘청년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강유정 평론가는 “지금 영화에 관객이 원하는 것은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반드시 다뤄야할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메신저에 가깝다”며 “한동안 여름 성수기 흥행을 노린 텐트폴 영화나 느와르에 편중된 한국영화가 이를 경고로 받아들여 다양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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