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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4차 산업혁명 상징’ 드론 … 중국 날고, 한국 긴다

김동호의 4차 산업혁명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한국의 드론(drone·무인비행기) 산업 실태를 접하면서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이다. 미국 아마존이 2년 전부터 드론 택배에 도전하고, 중국의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가 한국의 하늘을 덮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현장을 취재해 보니 우리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한때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의 주도국이었다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마스코트와 같은 드론 분야에서는 한참 뒤처졌다는 걸 절감한 때문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한국 드론산업 속으로 들어가 봤다.

활용 분야 굵직한 것만 192개
중국·독일은 드론택시 도전

‘드론의 애플’로 성장한 중국 DJI
평균 연령 27세 8000명 고용

한국선 자격증 따도 일자리 없어
출발 늦은 만큼 분발하는 길밖에

 
최근 국내 드론 산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드론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한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 공청회’. 행사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들어선 순간 후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드론 산업이 뒤처지다 보니 드론에 대한 신기술과 새 정보를 귀동냥하려는 사람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이곳에 선보인 국산 드론 30여 종도 참석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국산 드론 처음 본다” “이거 국산 맞죠”라며 여기저기서 탄성을 연발했다.
국내 업체 엑스드론이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한 배송·정찰용 드론. 기체 무게는 10㎏ 내외로 40~60분간 반경 10㎞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김동호 기자]

국내 업체 엑스드론이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한 배송·정찰용 드론. 기체 무게는 10㎏ 내외로 40~60분간 반경 10㎞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김동호 기자]

 
손수 제작한 드론을 대전에서 공수해 온 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는 “해외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돈을 벌어 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과 로드맵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드론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산 제품은 찾아보기도 어렵고 정부 대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드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에서 도입한 드론 51대 가운데 국산은 단 한 대뿐이었다. 스웨덴과 영국산 1대씩을 제외한 나머지 48대가 중국산이다. 국내 드론산업은 싹을 틔우지도 못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김응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부장은 “국내 각 산업이나 일상생활에서 드론의 쓰임새는 급증하고 있는데 외국산에 초기 시장을 빼앗기면 판로나 가격경쟁력 면에서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같은 ‘창조적 파괴 기술’들이 고도화할수록 드론의 사용 범위는 늘어난다. 구글이 최고의 미래학자로 꼽은 토머스 프레이는 “앞으로 드론을 활용할 만한 분야는 굵직한 것만 추려도 192개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항공측량·안전진단·해양관리·재난구호 등 산업 및 공공 부문의 드론 활용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찰이 명절 때 교통위반 단속을 한다든지 한국전력이 송전탑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론을 이용하는 건 이미 국내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교도소 탈옥 감시 드론까지 나왔다.
드론은 산업, 공공, 군사, 레저를 비롯해 굵직한 것만 192개에 달할 정도로 활용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드론은 산업, 공공, 군사, 레저를 비롯해 굵직한 것만 192개에 달할 정도로 활용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군사장비 무인화에 따른 군사용 드론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사실 ‘벌들이 웅웅거린다’는 뜻의 드론(drone) 기술이 처음 나온 곳도 군대다. 적군 기지 촬영이나 폭발물의 적진 침투 등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지난 6월 북한은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상공까지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도 방공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군사용 드론 시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의 일상생활보다 군대에서 드론 시대가 먼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인 레저용 드론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늘어나는 드론 수요를 중국산이 채우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국 하늘은 중국 드론업체가 장악한 것이다.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한 중국 DJI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의 드론 전용 비행장 ‘DJI 아레나’를 경기도 용인에 세웠다. 중국 본토에도 없는 시설을 이곳에 세운 것은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홍익대 서울캠퍼스 앞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한 것이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국산 드론이 많지 않고 띄울 곳도 마땅치 않지만 국내에서도 드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산 드론이 많지 않고 띄울 곳도 마땅치 않지만 국내에서도 드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론을 확보해도 북한 대치에 따른 안보 문제, 건물·인구 밀집에 따른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드론을 마음 놓고 날릴 장소를 찾기 어렵다. 정부가 드론산업 진흥을 위해 2015년부터 드론시범사업 공역장(空域場·비행공간)을 허용해 왔지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해야 115㎞ 떨어진 강원도 횡성이다. 더구나 드론 항공 촬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방부에 서류나 팩스로만 허가를 신청할 수 있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드론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드론은 사실 대단한 물건이 아니다. 종전의 괜찮은 기술을 버무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실제로 드론을 움직이는 핵심 장치가 8개뿐인 걸 알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드론을 띄우는 로터를 비롯해 동력 전달 장치, 추진 장치(소형 엔진), 전기식 작동기, 비행 조정 컴퓨터, 위성관성 항법 장치, 탑재 안테나, 통신장비가 전부다.
 
다만 초소형·초경량·고정밀·고신뢰 기술이 필요하다. 드론이 산업용·군사용·레저용으로 쓰이려면 가볍게 날아올라야 하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드론산업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해외에서는 드론택시를 탈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의 무인 항공기 제조사 이항과 독일 항공업체 볼로콥터는 드론택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상과학영화 『제5원소』에서 미래 도시를 날아다니던 드론택시가 이제 우리 생활에 바짝 다가왔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을 뿐이다. 드론 부품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대비 평균 65%에 그친다. 위치와 속도를 제어하는 전기식 작동기는 미국 CK디자인 대비 50%, 동력 전달 장치는 독일 ZF 대비 52%다.
젊은층 사이에 드론을 배우려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제조는 물론 활용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조종 자격증을 따도 일할 곳을 찾기 어렵다. [드론쇼 코리아 오승환 공동프로그램위원장]

젊은층 사이에 드론을 배우려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제조는 물론 활용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조종 자격증을 따도 일할 곳을 찾기 어렵다. [드론쇼 코리아 오승환 공동프로그램위원장]

 
다행스러운 것은 뒤늦게나마 드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가 2015년 9월 출범했고 지난해 시작된 ‘드론쇼 코리아’ 행사가 내년이면 3년째다. 오승환 드론쇼 코리아 공동프로그램위원장(경성대 사진학과 교수)은 “드론 바람이 불면서 드론 스쿨이 곳곳에서 마련되고 드론 조종 자격증을 따는 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격증을 따도 당장 일할 곳은 많지 않다. 드론은 제조시장보다 레저·산업·공공 등의 활용시장 규모가 10배쯤 된다. 제조 쪽이 잠잠하니 활용시장도 조용한 것이다. 한국이 설설 기는 동안 중국은 훨훨 날고 있다. 10년 전 허름한 창고에서 창업한 DJI는 평균 연령 27세의 임직원 8000명이 일하는 젊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드론 산업의 애플’ 소리를 들으면서 단순 조립을 넘어 용도별 드론 개발 등 드론 종합솔루션 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중국은 스마트폰 기술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대륙의 실수’라는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상징물이 된 드론산업에서는 한국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도 150m 이하의 ‘드론 하이웨이(전용도로)’ 건설에 나서는 등 드론산업을 챙기고 나섰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16만 명이라고 한다. 지각생으로서 민관 합동 분발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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