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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말 잇지 못하게 만든 위안부 할머니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회 세계 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대회 국외참가자 230여 명을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회 세계 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대회 국외참가자 230여 명을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김정숙 여사가 해외 한인여성리더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위안부 길원옥 할머니의 편지가 나오는 대목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1일 김 여사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Korea Women's International Network) 대회에 참가한 해외 한인여성리더 200여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인의 열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미국의 정명순 엔지니어, 인도네시아의 박현순 교수, 호주의 박은덕 변호사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호주에서 위안부 명예회복 및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박은덕 변호사(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위원회 대표)는 2016년 8월 6일 시드니에 소녀상 건립을 이뤄낸 인물이다.  
 
박 변호사는 "위안부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속해서 행동할 것"이라며 지난달 28일 별세한 하상숙 위안부 할머니 등을 기리며 '그대여 잘 가시오'라는 노래를 바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련 활동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후 연대에 오른 김 여사는 앞서 재생된 동영상 속 위안부 길 할머니의 편지가 나오는 대목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가운데)ㆍ이용수(오른쪽)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8월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가운데)ㆍ이용수(오른쪽)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길 할머니는 지난 6월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2017 김포매향문화제'에서 75년 전 헤어진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바 있다. 길 할머니의 고향은 평양이다.  
 
길 할머니는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엄마 품에 안겨본 지 언제인지, 그 품속으로 달려가 봅니다"라며 "열세살 그때 일본 군인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내게 달려들어도 엄마 생각하며 이겨냈어요.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나는 살고 싶어 버둥거렸어요"라고 적었다.
 
이어 "그러나 엄마, 나는 지금 길을 잃어버렸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어요"라면서도 "나 올해는 꼭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나 올해는 꼭 일본 정부에게 사죄받을 것입니다. 나 지금 비록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 우리 곧 만나요"라고 돌아가신 어머니께 못다한 말을 전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후 "진취적이며 이타적인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이 자랑스럽다. 한인 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늘 기대하겠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품격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과 나의 의무다"라고 밝히며 "문재인 대통령과 저는 재외 한인 여성들의 안전과 활동에 지원할 것이며 이를 여러분이 체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서진화 세계한민족여성재단 이사장, 유송화 제2부속실장, 은수미 여성가족비서관,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 등이 함께했다.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_ 길원옥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나는 내 고향, 평양 집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아 달콤한 냄새, 기분 좋은 바람, 해가 산꼭대기로 넘어가려는데, 머리 위에 잔뜩 물건을 이고 장사하러 나간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우리 집 마당을 덮기 시작합니다.  
 
그 어둠 앞에 엄마 모습 희미하게 보입니다.  
 
“원옥아~” 아, 정말 내 엄마입니다.  
 
“엄마~!” 엄마 품에 안겨본 지 언제인지, 그 품속으로 달려가 봅니다.  
 
그런데 엄마는 금방 어둠 속으로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고 열세 살 어렸던 원옥이는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손등에 주름이 서려 있는 90세 할머니가 홀로 어둠 앞에 서 있습니다.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열세 살 그때 일본 군인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내게 달려들어도 엄마 생각하며 이겨냈어요.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나는 살고 싶어 버둥거렸어요.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본 군인들에게 내 몸 수십 번, 수백 번 빼앗기며 울고 또 울었던 그 날들을 엄마에게 토해내며 실컷 울고 싶었어요.  
 
엄마 품에 안겨 울기만 해도 내 아픔 다 나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엄마 나는 지금 길을 잃어버렸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어요.  
 
“집을 떠난 지 어느덧 75년이 지났습니다.”  
 
그 무섭고 끔찍했던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었다네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이다지도 멀까요?  
 
아직도 나는 해방을 기다려야 하나요?  
 
그래도 엄마,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일본 정부에게 해결을 바라며, 70년 동안 하루하루를 쉼 없이 달려왔어요.  
 
“나 올해는 꼭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나 올해는 꼭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받을 것입니다.  
 
나 지금 비록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 우리 곧 만나요.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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