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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완주 시골마을 빈집·창고가 청년예술인에겐 ‘창작 천국’

도시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는 대부분 무명(無名)이어서 가난하고 작업 공간을 갖기 어렵다. 반면 농촌은 빈집과 창고 등 놀리는 공간은 많지만 예술 작품이나 공연을 볼 기회가 드물다.
 
전북 완주군이 이런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만 19~39세 청년 예술가들이 완주에 있는 마을에 한 달간 머물며 주민이 내준 빈집이나 마을 창고 등 유휴 공간에서 작업하는 ‘청년작가 완주 한 달 살기’ 프로젝트다. 창작 공간이 절실한 예술가와 문화·예술에 목마른 농촌 주민을 맺어주자는 취지로 완주문화재단이 지난 3월 기획했다.
완주문화재단이 기획한 ‘청년작가 완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규연(27·여) 작가가 소양면 인덕마을 ‘귀농인의 집’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완주문화재단이 기획한 ‘청년작가 완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규연(27·여) 작가가 소양면 인덕마을 ‘귀농인의 집’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달 18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인덕마을. 숲이 우거진 산자락에 있는 초가집에 들어서니 최규연(27·여) 작가가 밥상 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최 작가는 “(이 그림은) 가끔 산책하러 가는 송광사에서 본 불상”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 동기인 임정은(33·여) 작가와 함께 마을에서 지은 ‘귀농인의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임 작가는 완주로 내려온 이유에 대해 “새로운 자극과 영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화가들이 머물면서 평범한 농가는 ‘미니 갤러리’로 변신했다. 벽마다 두 사람이 그린 풍경화와 인물화 등이 빼곡히 걸렸다.
 
완주문화재단은 지난 5~6월 공모를 통해 ‘청년작가 완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술가 13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4명은 지난 7월 프로그램을 마쳤고, 지난달부터 최규연 작가 등 4명이 2차로 참여하고 있다.
 
김영봉(37) 작가가 작업실로 쓰는 경천면 원용복마을의 창고. 주민들이 마늘 등을 말리던 공간이었다.[사진 김영봉 작가]

김영봉(37) 작가가 작업실로 쓰는 경천면 원용복마을의 창고. 주민들이 마늘 등을 말리던 공간이었다.[사진 김영봉 작가]

서울에서 10여 년간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목공 및 설치 작업을 해온 김영봉(37) 작가도 지난달 초 경천면 원용복마을에 있는 창고에 둥지를 틀었다. 마을 주민들이 고추와 마늘 등을 말리던 공간이다. 그는 “서울에서는 적응할 만하면 건물 임대료가 올라 작업실을 옮겨다니기 바빴다”고 말했다. 그는 “폐목재로 작품을 만들거나 주민들이 쓰지 않는 물건의 기능을 바꾸는 등 공동 작업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고산면 안남마을의 빈 농가를 집필실로 쓰고 있는 조규준(36) 작가는 단편영화 ‘허수아비의 반격’ 등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도 하는 감독이다. 그가 시골 생활을 택한 데는 지난해 7월 ‘제15회 바르셀로나 아시안필름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경험이 영향을 줬다. 그는 “바르셀로나 외곽의 카페에서 영화를 상영했는데 작은 마을인데도 주민들끼리 문화를 공유하는 지역 공동체가 잘 돼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완주에 머무는 동안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아볼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철환(64) 인덕마을 이장은 “주민 50명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시골 마을에 젊은 작가들이 온 것 자체가 활력”이라고 말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앞으로 완주군 전체 13개 읍·면의 폐가와 빈집 등 유휴 공간을 예술가들에게 장기간 제공해 공동체 재생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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