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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관광택시로 곡성 한 바퀴, 구석구석 참 편하게 봤네

택시를 타고 남도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전남 곡성. 곡성까지 가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곡성을 둘러보는 여행 수단으로 택시를 고른 건 이유가 있다. 관광택시가 곡성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라서다.
 

예약한 기사와 기차역에서 만나
최대 4명 … 기본 3시간, 1시간 2만원
섬진강·메타세쿼이아길 등 네 코스
현지인만 아는 맛집 방문은 덤

관광택시는 1980년대 제주 여행의 아이콘이었다. 택시기사는 운전사·가이드·사진사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그러나 여행의 대중화, 렌터카의 유행 등으로 2000년대 들어 관광택시는 퇴물이 됐다.
 
곡성 관광택시 기사 10명 중 유일한 여성인 박애자씨가 택시에서 내려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손님에게 설명하고 있다.

곡성 관광택시 기사 10명 중 유일한 여성인 박애자씨가 택시에서 내려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손님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랬던 관광택시가 뭍에서 속속 부활하고 있다. 2016년 부산을 시작으로 2017년 들어 곡성과 경기도 광명이 관광택시 운영을 시작했다. 전북 전주도 9월에 시작한다. 김경혜 부산시 주무관은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단체관광객이나 지하철·버스를 이용하는 자유여행객과 달리 편한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을 위해 관광택시를 만들었다”며 “실제로 단체관광이나 자가운전을 꺼리는 노년층·가족여행객이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이야 그렇다 쳐도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소읍 곡성에서 관광택시가 웬말인가 싶지만 의외로 실적은 좋은 편이다. 택시 10대로 2017년 3월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8월까지 270개 팀(약 810명)이 이용했다. 심세희 곡성군 지역활성화과 팀장은 “곡성까지는 기차로 찾아오기 편하지만 곡성 안에서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렌터카 업체도 없어 구석구석 여행하기 어려웠다”며 “관광택시 도입으로 곡성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가족단위 여행객 이용 많아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예로부터 도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예로부터 도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지난 8월 23일 곡성역에 도착해 곡성 특산물인 약대추를 넣어 끓인 닭곰탕을 먹고는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장날이라 북적이던 시장 앞 주차장에서 하와이언셔츠를 입은 택시운전사 박애자(56)씨를 만났다. “멀리서 오시느라 수고하셨구먼요. 4코스 하신댔지라?” 며칠 전 예약했지만 곡성이 초행이었던 터라 다른 코스도 가보고 싶었다. “워메, 곡성이 처음이어라? 그럼 1코스하고 섞어서 가봅시다.”
 
택시는 동악산 도림사로 향했다. 곡성에는 태안사·관음사 등 다른 천년고찰도 많지만 도림사는 특히 계곡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과연 절 입구부터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곡 곳곳에는 바위에 새긴 글씨도 보였다. 박씨는 “조선 때 계곡에서 풍류를 즐기던 시인묵객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불이문을 통과하자 박씨가 사찰 역사를 훑어줬다. 웬만한 문화관광해설사 못지않게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박씨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통화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응, 할머니. 나 오늘 관광 나왔당께. 다른 택시 보내드릴게. 좀만 기다리셔잉.” 병원 다니는 어르신 단골이 많단다. 초고령화 지역인 곡성은 2015년 65세 이상 노인이 100원(나머지 요금은 군 지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효도택시’를 시작했다. 곡성군에 등록된 택시 65대가 모두 효도택시다. 곡성에서 택시는 이렇게 효도와 관광을 책임지는 효자인 셈이다.
2016년 22번째 국가습지로 지정된 침실습지.

2016년 22번째 국가습지로 지정된 침실습지.

 
도림사에서 내려와 메타세쿼이아길로 향했다. 왕복 2차로 840번 지방도가 1㎞ 남짓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영화 ‘곡성’ 초반부에서 주인공 종규(곽도원)가 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던 그 길이다. 키 큰 나무들이 만든 초록색 터널을 유유히 통과한 뒤 17번 국도에 접어들었다. 섬진강 기차마을과 도림사·메타세쿼이아길까지는 4코스였고, 섬진강변 도로에 접어들면서 1코스가 시작됐다.
 
호젓한 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샛길로 빠졌다. 만개한 배롱나무꽃이 줄지어선 다소곳한 길이 이어졌다. “자, 이곳은 2016년 국가습지로 지정된 침실습지입니다요. 새벽 물안개 필 때 오면 기막힌 장관이 펼쳐지죠잉.” 박씨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 습지까지 걸어 내려갔다. 덤불 속에서 슥슥 소리가 났다. 고라니 아니면 삵 같은 동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침실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해 665종의 생물이 산다고 한다.
 
공예가의 카페, 독도사진전시관도 들러
카페 푸른낙타에서는 안태중 작가가 만든 공예품을 살 수 있다.

카페 푸른낙타에서는 안태중 작가가 만든 공예품을 살 수 있다.

 
다시 차를 몰고 찾아간 곳은 공예가 안태중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 ‘푸른낙타’. 목공예품이 가득한 10㎡(세 평) 남짓한 공간에 10인용 나무 테이블 하나만 있었다. 주방도 따로 없는 공간에서 안 작가가 직접 드립커피를 내려줬다. 카페에는 피아노가 한 대 있는데 손님이 연주하면 공짜로 커피를 준다.
 
박씨가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김종권 독도사진전시관’이었다. 김종권(65)씨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산악사진·독도사진 전문가다. 고향은 전남 순천이지만 곡성군에서 폐교(옛 동계초등학교)를 공짜로 내준다 해서 2007년 사진전시관을 열었다. 지금도 해마다 두세 번 대형 카메라를 이고 독도를 찾아가 촬영한다. 사진전시관은 캠핑장으로도 쓰이는데, 운동장 한쪽에는 나무 줄기에 통나무집을 얹어 놓은 트리하우스도 있었다.
곡성 관광택시 박애자 기사.

곡성 관광택시 박애자 기사.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둘러 여행을 끝낼 법한데 박씨는 천천히 차를 몰고 통명산과 주부산 사이 계곡길을 통과해 곡성읍에 진입하더니 ‘모짜르트 제과점’에 데려갔다. 곡성 특산물인 토란으로 만든 빵을 먹어봐야 한다면서.
 
박씨와 헤어지고 오후 6시50분 서울행 KTX 기차를 탔다. 편한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하지만 택시가 없었더라면, 아니 곡성을 잘 아는 택시 운전기사가 없었더라면 좌충우돌 피곤한 여행이었을 거다.
 
◆여행정보
곡성까지는 기차가 편하다. KTX 서울(용산)~곡성역 2시간10분 소요. 관광택시는 4개 코스가 있다. 여행 코스는 기사와 조율할 수 있다. 3시간 6만원이며, 추가 1시간당 2만원이다. 최대 4명 탑승 가능. 전화(1522-9053)나 홈페이지(gokseongtaxi.modoo.at)에서 예약하면 된다. 관광지 입장료는 별도다. 도림사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곡성=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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