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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지배하는 배우, 피에르 니네이

[영화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

[매거진M]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연기파 배우 피에르 니네이(28). 7월 20일 개봉한 ‘프란츠’(프랑소와 오종 감독)에 이어 또 다시 거짓말을 소재로 한 영화 ‘완벽한 거짓말’(원제 Un Homme Ideal, 8월 24일 개봉, 얀 고즐런 감독)로 관객들을 만난다. ‘완벽한 거짓말’은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남의 글을 훔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마티유(피에르 니네이)가 완벽한 거짓말로 만들어진 욕망의 삶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스릴러영화. 피에르는 거짓이 거짓을 부르는 상황에서 마티유의 불안한 감정을 흔들리는 눈빛, 불안정한 호흡, 창백한 얼굴로 완성했다.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

“피에르 니네이는 여러 방면에서 굉장히 훌륭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다. 그는 여성적인 면과 연약한 면, 섬세한 목소리와 몸짓을 표현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프란츠’를 연출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말이다. 피에르의 매력은 한 인물을 통해 다양한 변주를 일궈낸다는 것.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설계한 후, 강렬한 연기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가 주연을 맡은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1936~2008)의 전기영화 ‘이브 생 로랑’(2014, 자릴 라스페르 감독)이 대표적이다. 예술가로서 시대를 앞서간 천재이지만 금세 깨질 것 같은 불안하고 나약한 존재였던 이브. 피에르는 강인하면서 신경질적이고, 유약해 보이지만 자신의 욕구와 갈증을 채우고자 끊임없이 방황한 이브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킨다. 또한 비밀을 간직한 채 고통에 시달리는 프랑스 병사 아드리앵을 연기한 ‘프란츠’에선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순진한 얼굴 뒤에 잔인한 면모를 숨긴 이중성을 선보인다.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를 꿈꾸는 청년 마티유는 낮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고 밤엔 글을 쓰는 생활을 한다.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지만 매번 거절당하기 일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지쳐가던 마티유는 고독사한 남자의 집을 정리하다 ‘알제리 전쟁일기’라는 원고 뭉치를 발견한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그 글을 그대로 베껴서 출판사로 보낸다. 결과는 대성공.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빼앗은 마티유는 천재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하지만 거짓된 삶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차기작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던 마티유는 설상가상 ‘알제리 전쟁일기’의 진짜 주인을 알고 있는 인물이 나타나자 궁지에 몰린다. 스스로가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거짓의 악순환. 그 위험하고 치명적인 거짓말을 들키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 피에르는 작가로 성공하고픈 욕망에 휩싸인 마티유의 나약한 모습부터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광기 어린 집착까지 세밀한 감정을 밀도 높은 내면 연기로 보여준다.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을 보면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1960)가 떠오른다. 또한 마티유에게서 얼핏 탐욕에 빠져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던 톰 리플레이(알랭 들롱)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피에르는 알랭 들롱만큼 천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구현하지 못한다.
 
이는 피에르가 가진 장점이자 한계다. 그의 얼굴엔 소년과 남자가 공존한다. 그래서 야망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악행을 저지르지만 마냥 나쁜 남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든 성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얀 고즐런 감독이 피에르를 ‘완벽한 거짓말’에 캐스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피에르의 이미지가 장점으로 작용한 것. “피에르의 얼굴은 소년 같아서 관객들은 그가 연기한 ‘자기보다 커져버린 덫에 걸린 소년’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얀 고즐런 감독의 말이다.
 
'완벽한 거짓말'

'완벽한 거짓말'

여러 편의 영화를 거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피에르는 현재 기욤 까네, 루이 가렐, 가스파르 울리엘을 잇는 프랑스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또한 2010년부터 프랑스 배우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파리 국립극단, ‘코미디 프랑세즈’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1680년 루이 14세에 의해 설립된 유서 깊은 극단인 코미디 프랑세즈는 동료 배우들이 총회를 통해 정식 배우를 선발하고, 최종적으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배우를 임명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특히 코미디 프랑세즈 출신 배우들은 엔딩 크레딧 이름 뒤에 ‘DE LA COMEDIE-FRANCAISE’(코미디 프랑세즈 출신)가 붙는 게 특징이다.
 
피에르는 말한다. “영화를 찍어도 연극을 등한시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연극은 배우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학교니까. 아무리 바빠도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 아무 것도 제한하지 않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피에르의 차기작은 로맹 가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새벽의 약속’(에릭 바르비에 감독).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아들을 위대한 예술가로 만들기 위한 어머니의 헌신을 그린 영화다. 피에르가 그리는 또 한 명의 예술가. 야망과 열정으로 한 세상을 살다간 예술가의 혼을 오롯이 담아낼 피에르의 얼굴이 기대된다.
 
 
피에르 니네이를 알린 영화들
섬세한 연기로 깊은 감정을 표현해내는 피에르 니네이. 그가 만들어 낸 영화 속 다양한 얼굴들.
 
‘비밀일기’(2008, 리자 아주엘로스 감독)
'비밀일기'

'비밀일기'

따분한 학교생활과 첫사랑, 첫 경험, 그리고 마약, 팝 음악 등 프랑스 10대들이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을 그린 영화. 피에르 니네이는 주인공 롤라(크리스타 테렛)의 절친인 줄리앙을 연기한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진 않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롤라의 연애 상담은 물론, 질투 유발용 키스 상대까지 돼 주는 세상에 다시없을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19세의 풋풋한 피에르를 보는 재미도 크다.
 
‘서른아홉, 열아홉’(2013, 데이비드 모로 감독)
'서른아홉, 열아홉'

'서른아홉, 열아홉'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 피에르가 연기한 발타자르는 20살 연상녀 알리스(버지니아 에피라)에게 거침없이 대쉬하며 사랑에 올인하는 19세 건축학도. 사랑에 설레고, 마음이 성급해 실수할 때도 많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믿음직한 연하남이다. 알리스를 보며 좋아 죽는 모습은 사랑스럽고, 헤어지자는 말에 상처 받은 표정은 귀여움 가득. 피에르는 마냥 소년이지도,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프랑스의 핫한 남자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이브 생 로랑’
'이브 생 로랑'

'이브 생 로랑'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20세기 후반의 패션을 이끈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영화. 이브 생 로랑의 생전 모습과 거의 흡사한 외모를 갖고 있는 피에르는 그의 독특한 카리스마와 연약함, 순수성, 그리고 예민함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완벽한 이브 생 로랑으로 거듭났다. 실제 이브 생 로랑의 동반자였던 피에르 베르게는 “피에르 니네이의 놀라운 연기가 이브 생 로랑과 너무 비슷해서 심지어 화가 날 정도였다”고 극찬을 했을 정도. 피에르는 이 영화로 프랑스의 오스카로 불리는 세자르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프란츠’
'프란츠'

'프란츠'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작은 마을, 전쟁으로 약혼자 프란츠(안톤 폰 루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안나(폴라 비어)에게 자신을 프란츠의 친구라 소개하는 의문의 프랑스 남자 아드리앵(피에르 니네이)이 찾아온다. 그리고 프란츠와의 추억을 들려주며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드리앵의 거짓말. 피에르 니네이는 연약하고 성숙하지 못한 아드리앵이 비밀을 간직한 채 고통에 시달리는 심리를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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